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맞았다.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6.25 전쟁으로 피폐했던 우리나라가 19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성공으로 발전을 거듭해 1970년 225달러에서 1995년 1만여 달러로 올라섰고 2007년에 2만 달러를 넘어, 지난해 연말에 무려 3만 달러에 이른 것이다. 이로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에서 29위이며 인구 5천만 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7번째로 3만 달러를 달성한 것이다. 앞으로 2023년이 되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런 통계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언론의 들뜬 분위기와는 달리 우리국민들은 냉소적인 반응이다. ‘국민 소득 3만 불 시대!’ 축포라도 터뜨리고 환호해야 할 소식에 왜 국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일까? 국민들이 3만 불 시대를 환호하지 않는 이유는 현실감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도대체 1인당 국민소득이라는 게 뭔가? 국민소득이란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총 수입에서 국민의 수를 나눈 몫이다. 즉 우리나라의 2018년도 총 수입 16,198억 달러(1,782조원)에서 우리나라 인구수 5,000만 명으로 나눈 몫이기 때문에 국민 1인당 3만 달러 즉 1년에 한사람이 3,100만원을 벌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가구에 식구가 셋이면 수입이 1억원이 돼야 하는데, 우리 집 소득과 비교 해 보면 아무래도 남의 얘기에 불과하다. 국민소득은 가정에서 벌여 들인 돈과 기업이 번 돈 그리고 정부 수입을 다 합친 돈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개인에게는 그만큼 분배가 될 수 없다. 어떻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높은 소득을 가진 나라로 발돋움을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겨우 1년에 3,000만원을 벌지만 대 기업 총수들은 몇 십 억 내지 몇 백억 원을 벌고 정부에서는 세금. 4대 보험 등을 거둬들이며, 기업 중 삼성전자 같은 경우에는 1년에 10조원도 더 번다. 따라서 국민소득이라는 게 3만 달러면 뭐하고 4만 달러면 뭘 하겠는가! 우리 집 가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고 매년 쪼들리기만 하니 말이다.

 이처럼 지난 해 우리나라의 국민 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국가 경제적 수준에 비해 한국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와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로버트 루돌프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인은 행복 빈곤에 시달린다.’고 했다. 삶의 질은 대기오염 환경문제 일과 삶의 균형, 삶에 대한 만족도에서 OECD 36개국 중 28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노인의 상대적 빈곤 율은 1위이며 삶의 자기 결정권에서는 튀니지와 예맨 수준이란다. 

 국가는 부유해 지는데 서민은 왜 가난해야 하는가?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7번째 국민소득 3만 달러 국가라고 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오히려 피폐해지고 있으며 비정규직의 천국으로 바뀌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왜 하루가 다르게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 해 지는가? 자격지심으로 남들보다 못 배웠으니 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국가라면 생계에는 불편이 없어야 한다. 소득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치자 그러나 문제는 나도 열심히 일하면 일한만큼 대가가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가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 사회가 그대로 가고 있는가? 소득은 비록 적더라도 설사 사회적인 차별이 있다고 해도 내 나름대로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우리나라 20대는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단다. 10명 중 3명이 우울증에 걸렸으며 갈수록 우울증 환자가 늘어난다고 한다. 이는 취업난과 학업, 심한 경쟁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란다. 우리나라 현실을 보자.  지금 우리나라에는 구직단념 청년과 50대 실업자가 통계 작성 후 최다란다. 빈부 격차, 소득 양극화가 팽배하여 대기업 중역들은 직원들의 봉급 21배나 받고 있으나 청년들에게는 일자리가 없다. 정치는 끊임없이 정쟁으로 치닫고, 부의 대물림이 심각하며, 특혜 취업에다 낙하산 인사는 어찌 그리 많은가? 이러니 젊은이들이 설 자리가 없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헌법에 우리 국민은 누구나 인간으로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행복추구권’이다. 행복(幸福) 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를 일컬으며, 소설가 최인호는 ‘돌의 초상’이라는 소설에서 ‘열심히 벌고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모으고 열심히 저축하는 그 이유는 말하자면 최소한의 행복을 움켜쥐기 위한 노동이 아닌가?’라고 피력했다. 행복이란 대체로 부와 건강 명예 지위 즉 부귀영화를 말한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할 수는 없다. 국민 소득 1만 달러도 안 되는 국가 국민의 행복 지수는 오히려 우리나라 보다 높다 따라서 행복 지수는 국민소득과 꼭 비례한다고만 볼 수 없다. 돈이 많다고 즉 부자라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행복이란 각자가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생계 걱정은 없어져야 행복하지 않겠는가? 

 나는 TV프로그램 중 EBS방송국에서 방영하는 ‘세계테마기행’을 즐겨 본다. 못 가보는 세계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로 세계 곳곳의 생활은 어떤가를 살펴보게 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오지들도 많다. 의.식주 생활상을 보면 저런 곳에서도 어떻게 사람이 살까도 싶은데 대체로 그 곳의 주민들은 행복하다고들 한다. 황톳길에 맨발로 다니지만, 물 맑고 공기 좋고  생계에 어려움이 없으니 행복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삶의 희망을 갖게 할 수는 없는가?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생계 걱정이 없어 스트레스가 없는 곳, 그곳이 지상 낙원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