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가면 글천석, 사람천석, 살림천석이라 하여 삼천석대라고 불리던 집이 있다. 바로 백화 김대락(1845~1913)의 집을 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이는 김대락의 부친 우파 김진린이 금부도시로 부임되면서 도사댁 혹은 삼천석댁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1910년 경술국치는 이 삼천석댁 선비로 하여금 망명을 선택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는 만주에서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항상 독립운동의 무대에서 지로승<指路僧>의 역할을 하게된다. 실제로 그가 만주에서의 일상을 기록한 백화일기에는 그의 집에 수많은 인사들이 내왕하였던 사실이 나타난다. 이를 통해 당시 김대락이 만주서간도 망명지에서 최고령자였고 또 그가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해주는 등 그들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백화일기는 김대락이 망명지에서 겪은 특수한 역사의 체험을 기록한 것이다. 그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일상에서의 특이한 사항을 기록해 두는 문화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김대락은 이러한 전통문화 속에서 일기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일기가 후세에 전해져서 자신이 겪은 전후의 사정과 아픈 역사의 전말을 후대 사람들이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의도 역시 적극 반영되었다. 이는 1912년에 기록한 보망록자서<補忘錄自序>를 통해서 확일할 수 있다. 백화일기가 만주에서 망명생활을 해왔던 한반도민들의 정착과정을 알게 해주는 중요한 자료임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이 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한시를 비롯한 문학가의 글들이 많이 있어 그 문학적 가치도 높이 추앙 받는다. 이 글에서는 주로 만주에서의 수난을 어떻게 핍진하게 기록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김대락은 망명당시 66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남부여대<男負女戴>와 일가족 전체를 데리고 만주(지금의중국)로의 여정은 험난했는데 만주땅의 혹독한 날씨 수토불복<水土不服>으로 인한 풍토병, 음식난으로 인한 고통 등 일상생활에서 겪는 고난은 삼천석댁의 장남으로 살아왔을 때에 겪지못하던 것들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김대락은 일목요연하게 기록하였다. 가혹하고 혹독한 추위로 인하여 겪게 되는 괴로움과 수토불복으로 인하여 풍토평에 시달리고 있었던 기록을 살펴 보기로 하자.

이는 김대락의 손부가 갑자기 부기가 생기면서 다리까지 들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그 시어머니 즉, 김대락 자부가 순산을 기원하기 위하여 삼신에게 빌고있는 것을 기록한 것이다. 김대락이 가족을 이끌고 만주로 떠날 때 이미 손부는 만삭의 상태였다. 그런 몸으로 길을 떠났으니 피로가 쌓이기 마련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주땅의 추위는 만삭의 임산부가 버티기엔 무리였다. 그런 손부를 위하여 그 시절 어머니인 김대락의 며느리가 삼신에게 비는데 심지어 손이 얼어 터질 정도였으니 만주의 추위로 인한 발병임을 알 수 있다.

1911년 2월15일 일기 내용이다. 기온이 차고 또 수질이 다르기 때문에 그 생지옥 같은 고통과 쓰라림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수토불복으로 인하여 설사로 죽을 고비를 당하였음을 보여주었다.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출세한 한반도인에게 있어 만주벌판의 혹독한 추위는 견디기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병마와의 싸움은 시간이 지나도록 8.15 해방까지 계속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