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우리말로 마을 이름을 한절골 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보면, 옛날에는 대찰이 있었다고 생각되며, 근년에도 석물들이 출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 있는 석불에는 군데군데 총알구멍이 몇 개 있는데 6.25 한국전쟁 때 입은 총상이라고 합니다. 아마타불의 머리와 약사여래의 머리도 그때 없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치열했던 낙동강전투의 참상을 생각해 봅니다. 이곳 대사리 마을 인구수는 얼마 안되는 적은 편이지만 행정고시, 사법고시 등 각종고시 출신들이 많고, 장ㆍ차관, 판ㆍ검사 등 많은 고위직 인물들이 배출된다고 합니다.
 D형, 저는 풍수지리에는 깊은 지식은 없지만, 듣고 배운 풍월에 따르자면 이곳 마을 앞에 흙과 석축으로 동산을 만들고 느티나무를 심고 석불들을 모신 것은 비보풍수(裨補風水)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진압비보풍수설(鎭壓裨補風水說)에 의하면, 터의 기가 드센 곳은 깎아 내어 절이나 불탑을 세워 기운을 눌러 꺾고, 지기가 약하고 허한 곳은 숲을 조성하거나 각종 형상의 석물을 놓아 기(氣)를 생성 보존하는 것을 진압비보풍수라고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대사리 마을의 안온한 기운을 보존하고자 앞이 휑하니 열려서 허전한 이곳에 가리개처럼, 대문처럼 동산을 조성하여 큰 나무도 심고 석불을 안치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런 사례는 우리 고성군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암면 석마리 돌말과 영현면 영부리 영동마을 앞에 대문처럼 조성 된 대숲 등을 예로 볼 수 있습니다.

 오횡묵 부사의 총쇄록에는 마암면 석마에 관하여 이렇게 기록하였습니다. “마암(馬巖)은 마암면에 있다. 바위가 말과 같아 서향하고 서 있으니, 사람이 혹시라도 옮기 거나 움직이면 호환(虎患)이 생기고 그대로 두면 호환이 멈추므로 사람들이 특이하게 여기며 지금도 완연하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현면 영부리 영동 마을 비보용 대숲에는 이런 전설이 있습니다. “영동 마을 입구에는 대숲이 길다랗게 대문처럼 길 양편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언젠가 땅주인이 대숲을 모두 베어내어 논밭은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마을 처녀와 유부녀들이 바람이 나기 시작하고, 흉년이 들고 불의의 사고로 연이어 마을의 젊은이들이 무단히 다치거나 죽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마을에서 그곳에 다시 대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니 그런 일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약 20년 전에 영현중학교 근무시절 영동마을 원로로부터 들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곳 대사리 마을 석불이 보물로 지정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진압비보풍수 사상으로 볼 때 매우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무기리 주씨 고가에서 고매한 선비의 향기를 느끼다.
 따스한 태양이 기울어지면서 고가의 고적미를 한층 더했습니다. 저는 4시경에 함안근 칠원면 무기리 966번지에 있는 주씨 고가(周氏古家)에서의 첫인상입니다. 이 건물은 1700년대에 국담(菊潭) 주재성이라는 분이 종택(宗宅)으로 건립하였습니다. 고가 종택에는 정문과 서실인 감은재(感恩齋), 접빈객을 위한 영빈사(迎賓舍), 중문, 안채, 조상의 위패를 모시고 제례를 하는 사당인 묘각(廟閣)등의 건물이 한 울타리 안에 있습니다. 
 동쪽에는 중요민속자료 제208호로 지정되었다는 하환정(何換亭)과 풍욕루(風浴樓)가 국담이라는 연못가에 있습니다.
 국담(菊潭)은 주재성이란 사람의 호이기도 합니다. 설명에 따르자면, 국담 주재성은 영조4년(1728) 이인좌의 난을 평정하여 그 공으로 기제사를 영구히 받들라는 왕명에 따라 이 묘각에 봉안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혈식군자(血食君子)인 불천위(不遷位)에 봉안된 것입니다.
정문(正門)인 정문(旌門)은 국담의 충신정려(忠臣旌閭)와 그의 장남인 주도복(周道復) 효자정려(孝子旌閭)의 현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문을 충효쌍정려문(忠孝雙旌閭門)이라 부르며 두분의 충효를 높이 기리며 선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1985년 1월 14일 민속자료 제10호롤 지정 되었습니다.
 

 주씨 고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선비의 고아한 멋과 풍류를 엿볼 수 있는 국담과 하환정과 풍욕루입니다. 하한정과 풍욕루는 장방형의 국담가에 동쪽과 남쪽에 있는 목조와가 정자(亭子)와 누각(樓閣)입니다. 풍욕루는 세상의 홍진에 더럽혀진 몸과 머리를 바람에 씻어내고 머리 감는다는 뜻을 지닌 누각입니다.

 하환정은 그러한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독서하고 유유자적한 선비를 풍모를 보여주는 정자입니다. 단아 고졸한 멋을 지닌 난간 누마루 들보에는 하환정 기문(記文)에는 “삼정승(三政丞) 높은 벼슬에 임금이 불렀지만 하환정에서 보내는 허정(虛靜)한 선비의 풍류, 아취와 오후에 낮잠 자는 즐거움과 바꾸기 못하여 임금의 부름까지 뿌리친 것입니다.” 요즘 국회인사 청문회를 지켜보면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국정원장, 검찰, 경찰총장, 국세청장 등의 내정자들이 청문회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탄로되면 핑계와 변명을 둘러대며 직위를 탐하는 것을 보면 경이적이라 하겠습니다. 물 맑은 국담의 중앙에는 흙과 돌로 쌓아 섬같이 만든 석가산이 하나 있습니다. 석가산은 수면과 주위의 풍광과 매우 조화되고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그 기에는 기품 있고 향기 나는 한그루의 향나무가 있습니다. 남성을 닮은 남근석도 있고, 세심대(洗心臺)와 양심대(良心臺)도 있습니다. 또 그 곳에 세워진 자연석에는 각자된 百世淸風글자들이 매우 선명합니다. 세심대와 양심대 글자는 둘다 길고도 넓은 돌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것들은 마음도 씻고 세심(洗心). 세상사 욕심에 물들지 않는 떳떳하고 광명정대한 올바른 마음기름(養心)에 힘쓴 국담 주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국담에는 국화와 향나무와 연꽃과 주재성의 고매한 인품의 향기가 그윽합니다.
 풍욕루(風浴樓)옆에는 세월의 연륜이 보이는 등허리가 구부려진 노송 한그루가 황금빛 석양을 받아 자못 신령스런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노송의 둥치는 황금색이고 가지와 잎은 무성하여 고색창연(古色蒼然) 합니다. 흡사 솔바람을 가르며 승천하는 용의 형상 노송입니다. 동양의 용은 지혜와 슬기의 상징이고, 마음대로 풍운조화를 부리는 상서로운 동물입니다. 또, 왕과 임금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임금의 얼굴을 용안, 임금의 침대를 용상, 의자를 용좌, 글씨를 쓰는 벼루를 용연, 옷을 곤룡포, 흘리는 눈물을 용루, 대전의 지붕마루를 용마루라고 합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