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께서는 마치 선과 악(惡)이 양립(兩立)할 수 없듯 한(漢)나라와 위(魏)나라의 조조(曹操), 조비(曹丕)부자와는 함께 설 수 없다고 생각하셨으며 천하통일과 한실(漢室)부흥의 왕업(王業)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촉(蜀)과 같은 벽지(僻地)에만 할거(割據)하는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염려하셨습니다. 그래서 신(臣) 공명(孔明)에게 위(魏)를 토벌(討伐)하라고 당부 하셨던 것입니다.
 선제께서는 밝으신 안목(眼目)으로 신의 재능을 헤아려 신이 적을 토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셨지만 신의 재주는 부족하고 적은 강합니다. 그러나 위를 토벌하지 않고서는 왕업을 달성 할 수 없습니다. 앉아서 망하기만을 기다리는 것과 힘을 모아 나아가 적(賊)을 토벌하는 것과 어느 것이 낫겠습니까? 도저히 앉아서 망하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선제께서는 신에게 적을 토벌하라 부탁하셨고 또 그렇게 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으셨습니다.

 신은 적을 토벌하라는 선제의 유칙(遺勅)을 받은 날로부터 자리에 누워도 편하지가 않았고 음식을 들어도 달지가 않았습니다. 오직 북쪽의 위를 정벌하는 일만을 생각하였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남쪽의 오랑캐를 평정해야만 했습니다. 그러기에 신은 5월에 로수(瀘水)를 건너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거친 땅 깊숙이 들어가 2,3일에 한 끼니를 먹는 어려움을 겪으며 싸웠습니다. 신인들 어찌 제 몸을 아끼고 싶지 않겠으며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싶겠습니까. 그러나 천하 평정과 한실 부흥의 왕업을 생각하고 촉나라가 서쪽 벽지(僻地)에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에 신은 위험하고 어려운 일임을 알면서도 선제께서 남기신 뜻을 받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정의 여러 신하들은 의론하기를 위(魏)를 토벌하는 일을 의심스럽게 생각하며 취할 계획이 못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신 공명이 기산(祁山)을 공격하자 위(魏)의 세 고을 남안(南安), 천수(天水), 안정(安定)이 촉한(蜀漢)에 항복하여 적은 지금 서쪽으로 몹시 지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휴(曹休)가 오(吳)나라의 육손(陸遜)과 석정(石亭)에서 싸우다가 크게 패하여 적은 동쪽으로도 몹시 허덕이고 있습니다. 병법(兵法)에 적군이 편안한 상태에 있으면 수고롭게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하물며 지금은 적이 싸움에 지쳐있는 상태입니다. 우리의 군사가 진격해야 할 더없이 좋은 기회인 것입니다. 삼가 출병(出兵)해야 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아룁니다.

 한(漢) 나라를 세우신 고조(高祖)께서는 지혜의 밝기가 해와 달에 견줄만 하고 모처럼 깊은 지혜를 지닌 신하들을 거느리고 계셨습니다. 그런데도 광무(廣武)의 전투에서는 항우(項羽)의 쇠뇌(弓)에 맞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셨는가 하면 흉노(匈奴)를 토벌할 때에는 백등산(白登山)에 7일 동안이나 갇혀 죽을 고생을 하셨습니다. 천하의 고조 황제께서도 그와 같은 숱한 고생을 겪으시고 천하를 평정하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폐하께서는 고종 황제의 밝으심을 따를 수가 없으시고 폐하를 모시는 저희들의 재주는 고조 황제를 모셨던 장량(張良)과 진평(陳平)의 지혜에 도저히 미칠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조정에서는 좋은 계책으로 승리하여 가만히 앉아서 평정하려 합니다. 이 점 신으로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첫 번째 일입니다. 유요(劉繇)는 양주(楊州)의 태수로 왕랑(王郞)은 회계(會稽)의 태수로 각각 곡아(曲阿)와 회계에서 웅거(雄據)하고 있습니다. 이 두 고을은 하루 빨리 정벌해야 할 곳인데 여러 신하들은 싸우지 않고 회유(懷柔)할 것을 논의하고 툭하면 성인의 옛 일을 인용하여 싸우지 않고 다스려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신으로서는 왜 그런 의견들이 나오는지 의아스러움이 뱃속에 가득하고 왕업을 성취하는 일이 지체되는 어려움에 가슴이 막힐 뿐입니다. 올해도 싸우지 않고 내년에도 나아가 정벌하지 않는다면 손책(孫策)으로 하여금 가만히 앉아서 세력을 키우게 하고 두 고을을 병탄(幷呑)하여 강동(江東)을 평정하게 하는 것이 됩니다. 이 점 신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두 번째 일입니다.

 간웅(奸雄) 조조(曹操)의 지혜와 계책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납니다. 특히 용병(用兵)에 있어서는 주말(周末)의 대병법과 손무(孫武)와 오기(吳起)를 방불(彷佛)케 하는 자입니다. 그런 조조도 싸움에서는 더없이 위급하고 절박한 경우를 여러 번 당했습니다.
 건안(建安) 2년 조조는 남양(南陽)에서 장수와 싸우다 빗나가는 화살에 오른쪽 어깨를 맞고 패주(敗走)한 일이 있었습니다. 또 건안 5년에는 원소(袁紹)의 대군을 맞아 관도(官渡)에서 싸우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에서 식량이 바닥나 크게 고전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흉노(匈奴)를 토벌하려고 기련산(祁連山)에 들어갔다가 숱한 위험을 겪기도 했고 촉(蜀)의 유표(劉表)를 공격하다가 원소의 아들 원담(袁譚)으로부터 배후를 공격당하여 궁지에 몰리기도 했습니다. 또 건안 24년에는 한중(漢中)을 치러 수십만 자루의 쌀을 북산(北山) 밑에 쌓아놓고 대군을 거느리고 왔다가 촉한의 명장 조운(趙雲)에게 기습을 받아 수많은 병사를 한수(漢水)의 물귀신으로 만든 채 패잔병을 이끌고 장안(長安)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또 건안 26년에는 마초(馬超)와 한수(韓遂)가 이끄는 10만의 반군(叛軍)을 토벌하러 동관(潼關)으로 갔다가 마초의 대담한 반격에 정병(精兵)을 모두 잃고 허저(許楮)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일도 있었습니다.
 지략(智略)이 뛰어나기로 이름 높던 조조도 그처럼 숱한 위난(危難)을 겪은 뒤에야 비로소 한때나마 천하를 평정한 듯 감히 위제(魏帝)라 참칭(僭稱)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것을 신과 같은 미약한 재주를 가지고 그것도 싸우지 않고서 천하를 평정하려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점 신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 번째 일입니다.

 동해군(東海郡) 창패(昌覇)를 중심으로 그 부근 여러 고을이 조조에게 반기를 들고 선제(先帝)께로 돌아 왔을 때 조조는 다섯 번이나 창패를 공격하였지만 끝내 굴복시키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또 오(吳)나라 손권(孫權)이 합비(合肥)를 포위하였을 때 조조는 소호(巢湖)를 건너 합비에 네 차례나 진을 쳤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물러서고 말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복(李服)이란 자를 기용하였다가 오히려 야심만만한 그로부터 모반을 당한 적도 있습니다. 또 건안 20년에는 자신이 직접 도사(道士) 장로(張魯)를 항복시켜 한중(漢中)을 평정하고 한중의 방위(防衛)를 하후연(夏候淵)에게 맡겼다가 선제(先帝)의 대장 황충(黃忠)에 의해 하후연이 목이 잘림으로써 부하장수와 한중을 한꺼번에 잃은 적도 있습니다.
 선제께서는 늘 조조를 일컬어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 하셨는데 그토록 뛰어난 재능을 지닌 조조도 이처럼 많은 실패를 하였던 것입니다. 신과 같은 노둔한 재주로야 힘껏 싸운다 해도 꼭 이길지 어떨지 알 수가 없는데 하물며 싸움을 말자고 합니다. 이점 신으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네 번째 일입니다.
 신 공명이 한중으로 온 지 겨우 일 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일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잃었습니까.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