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朴廷奎) 옹은 1873년에 출생하여 1938년에 향년 66세로 세상을 떠난 효자다.

그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1940년 그가 살던 서면 대정마을 어귀에 효행사적비가 세워졌다. 지금도 마을 앞을 지나가는 도로변에 비석과 비각이 오가는 손님을 맞고 있다. 그의 효행이 얼마나 지극했는지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사적비의 기록된 문면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이 좋을듯하다.

효자의 이름은 정규로 족보상의 이름은 정진(廷鎭)이다. 자는 찬명(贊明)이고 호는 우정(愚亭)이다. 밀양사람으로 규정공 박위현의 21대 손이자 절도공 박대현의 15대 손이며 현감공 박환의 14대 손이고 병절공 박지실의 10대 손이다. 고조는 학생 박광택이고 증조는 학생 박필원이며, 할아버지는 박인신이고 아버지는 박치환이다.

공은 계유년<1873> 8월10일에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자품이 총명하여 책읽기를 좋아했다. 아버지가 병환으로 신고하자 정성껏 간병하고 잠시라도 아버지의 방을 떠난 일이 없었다. 효자 24살 때 아버지 상을 당하자 그 애통과 슬퍼함은 예법을 넘어섰다. 너무 일찍이 아버지를 잃은 사실을 너무나 지원극통하여 이웃이나 동리 어른들 모인 자리에 나아가서 지성껏 접대하고 위로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어쩌다 아버지를 일찍 잃었는가' 하고 탄식하고 눈물을 흘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즈음 가뭄이 극심하여 논에 물을 대고자 밤에 들에 나갔다가 논두렁에서 비몽사몽간에 잠이 들었다. 그때 작고한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말하기를 '비가 곧 올 터이니 집에 돌아가라' 고 말하기에 문득 깨어나 집으로 돌아왔는데 과연 비가 내리니 경작하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이것은 아마도 아버지의 정성이 빚어낸 결과라고 생각했다. 동리 사람들이 말하기를 '동생들이 많으니 내보내라고 해도 끝내 허락하지 않고 내가 아버지를 잃은 한이 깊은데 다만 형제들을 데리고서 함께 겨우 어머님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46세 때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동리 사람들이 재혼을 권했지만 허락하지 않고 어진 아내를 얻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어머님을 근심스럽게 할 뿐이다. 라고 대답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어머니가 식사를 하신 뒤에 밥을 먹었는데 때로는 맛있는 음식이 상위에 오르면 상을 물리고 내가 먹기엔 아직 이르니 잘 남겨 두었다가 어머님 상에 올리라고 당부했다. 효자가 58세 때 어머니의 연세가 82살 이였는데 늙고 병들어 사지거동이 불편해 편히 출입할 수 없었다. 온갖 약으로 치료했지만 효과가 없자 항상 자식의 직분이 불민하고 불효하다면서 탄식하고 울기를 그치지 않았다.

밤낮 어머님 곁을 떠나지 않고 대소변을 손수 받아내며 하룻밤에도 열 번 일어났고 이불이나 옷가지를 챙겨 하루에 열 번씩 씻어냈다. 열흘에 한번 목욕시키고 하루에 한번 씩 머리를 감고 빗기며 비녀를 찔러 정리해 드렸다. 죽을 끊여 잡수케하고 고기나 육회를 손으로 정갈하게 바쳤다. 때로 부득이 외출을 하게 되면 아들에게 곁에서 모시도록 일러두었다. 이러하기를 9년 동안 어머니에게서 나쁜 냄새가 나지 않았으니 이웃 사람이나 친척들이 감탄하였다.

이와 같은 효행으로 남해 고풍회로부터 특별히 포상을 받았으니 비록 왕실의 전례는 없었지만 왕상(王祥)의 버금가는 효자라고 남해 군민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효자 박정규가 1936년 6월에 세상을 떠나니 향년 66세였는데 구십 노모도 다음날 뒤따라 세상을 떠났다. 아마도 자식의 효행 정성에 의지해 천명을 늘이다가 자식이 죽자 뒤따라 세상을 떠난 것이로다.

박정규 옹은 부모님 양친에게 모두 지극한 효성을 행했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 효성으로 모시지 못한 것을 항상 탄식해서 이웃의 노인들을 아버지 섬기듯 공경했다. 그 때문에 칭송이 작고한 아버지에게까지 미쳤으니 또한 지극한 효행이라고 하겠다. 가뭄이 든 해에 물꼬를 살피느라 자식이 고생을 하자 꿈에 나타나 비 걱정 말고 귀가하라고 죽은 아버지가 옹을 달랜 일도 감동적이다. 과연 실제로 비가 왔고 옹의 집안뿐만 아니라 동리 전체가 가뭄을 벗어나게 되었다. 자식의 효행을 본 아버지의 혼령이 기적을 일으킨 것이라 할 만하다.

남해에 전해지는 효행의 아름다운 실 예로 박정규 옹의 효행을 손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옹은 신라시대 손순 효자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