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동물보호단체 중 하나인 ‘케어’의 안락사 논란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가운데 허술한 유기동물 관련법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반려견 1,000만 시대에 접어들었으나 그만큼 유기동물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13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17 동물의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에 따르면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에 위탁한 보호시설의 유실·유기동물은 10만 2,593마리로 2014년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사설 보호소의 개체 수까지 포함하면 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성군의 경우도 2016년 140마리, 2017년 228마리, 2018년 342마리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렇게 가파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여름 휴가철 삼산면, 동해면 등을 찾은 관외 사람들이 관내에 유기를 하는 경우가 늘면서이다.
이처럼 유기동물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고성군에서 위탁하는 보호소의 시설, 환경, 입양 등 운영이 부실하고 행정에서도 이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성군의 경우 신고·제보 또는 방견 단속으로 유기동물을 포획하고 위탁된 관내 동물병원으로 옮겨 건강상태 등이 검사된다.
이후 고성군에서 위탁하고 있는 마암면 소재 동물보호소에서 보호를 하고 유기동물 소유자 등이 알 수 있도록 보호사실을 7일간 공고한다.
소유자가 나타날 경우 인계, 소유자를 알 수 없을 때 기증 또는 입양하며, 입양을 위해서 군 홈페이지 등과 동물관리시스템에 등록한다. 기증 또는 입양을 못한 유기동물은 안락사를 하게 되며 보호관리 기간은 총 14일 이내이다.
문제는 행정이나 보호소에서 입양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군은 홈페이지나 동물관리시스템에 등록하는 것 외 입양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다보니 90% 이상이 안락사 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342마리 중 무려 324마리나 안락사가 됐다.
시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마산유기동물보호소의 경우는 입양율이 70.1%, 진주유기동물보호소는 62.4%에 이른다.
보호소 시설 또한 열악해 봉사자들이 봉사를 할 수 없는 환경이다. 실내가 아닌 외부에 시설이 있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등 시설 기준에도 맞지 않고 분변 처리나 청소 상태도 좋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만 7,000만원이 들어가니 비효율적인 운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배상길 의원은 “예산이 포획비, 위탁비, 사체처리비, 운반비 등에 들어가는데 90% 이상이 안락사다. 환경도 열악한데 많은 군비를 계속해서 소모해 안락사만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농업기술센터 인근이나 적당한 군유지에 동물보호 종합지원센터를 건립해 체계적으로 운영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마산동물보호소까지 봉사를 간다는 한 군민은 “군에서 위탁한 보호소에서는 봉사를 할 수가 없다. 제대로 된 시설이 갖추고 보호하고 있다면 봉사자들도 나서 돌봐주고 입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고성에도 서너 가구 중 한 곳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동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군에서 유기동물에 대한 대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민은 “보호소에 가면 2주 정도 밖에 살지 못하는데 그게 과연 동물들을 위한 보호소라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질병이나 상해로 고통을 받는 경우, 입양이 어려운 경우 등은 불가피하게 안락사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게 아니라면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게 해줘야한다”면서 “무엇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가 변해야한다. 사지 말고 입양해야한다. 사서 버리거나 죽이지 말고 지금 살아 있는 동물들이 죽지 않도록 입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중한 생명,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책임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좋아서 기르던 반려동물을 버리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 행정에서는 갈수록 늘어나는 유기동물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