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홍우 고성문협 자문위원

 ‘사량도’하면 옥녀봉으로 유명하고, 상하도로 나누어져 있으며, 우리나라 100대 명산인 지리산이 있다. 사량도라는 지명은 ‘사랑’이 변해서 지어졌다는 설도 있으나 뱀 ‘사(蛇)’자를 쓰듯 대체로 뱀과 연관이 되어있다. 최근에 두 섬을 사량대교로 연결하여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11월 10일 ‘소가야시조문학회’에서는 사량도로 문학기행을 갔다. 고성공설운동장에서 17명을 태운 미니버스는 하일면 용암포 선착장에 도착해, 8시 40분 발 사량도 카페리에 승차한 채로 올랐다. 출발한지 20여분 만에 사량도 내지항에 닿았다. 곧 출발해 상도일주도로를 따라 돈지 방면으로 달리면서, 강재일 회원이 1일 가이드를 맡아 안내를 시작했다. 수우도가 건너다보이고 앞으로 논개도가 지나간다. 얼마 후 가파르고 굽은 길을 내려서니 돈지마을이다. 연전에 이 돈지마을에서부터 시작으로 지리산에서 옥녀봉까지 종주를 한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등산로 안내판 앞을 지나 마을을 벗어나니 또다시 가파르고 구불구불 산길이다. 이 돈지 마을은 입구와 출구의 길이 모두 위태롭다. 산과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니, 사금마을이 지나간다. 오래 전에 지인의 초대로 이 마을에서 한나절을 보낸 추억이 새롭다. 옥동에 이르니 펜션이 즐비하고, 건너편 하도의 칠현산이 내려다보고 있다. 9시 40여분에 사량면의 중심지인 금평에 도착했다. 사량 초 중학교며 면사무소 등이 있고 식당이며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마침 사량도 여객선터미널 광장에는 통영 도산 가오치에서 온 배가 승객을 풀어 놓아 번잡했다. 주로 등산. 낚시. 관광객 들이다. 광장을 둘러보며 커피를 한잔 마시고 10시쯤 출발했다. 이내 곧 사량대교를 건너 사량 하도일주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달린다. 덕동선착장에서 내려 건너편 옥녀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는 사량도에 몇 번 와 봤지만 하도에 발을 딛기는 처음이다. 읍포마을을 지난다. 이곳이 예전에 사량도의 중심지로 삼으려다가 무산된 곳이란다. 골짜기가 깊고 너르다. 주택들도 많고 교회 건물이 반듯하다. 산길을 넘어와 외지마을을 지난다. 이 외지마을은 우리가 배에서 내린 상도의 내지마을과는 반대편이어서 지어진 이름이다. 능양마을의 박재두 시비공원에 들렀다. 이곳 출신으로 교육자이며, 시조시인인  운초 박재두 선생의 시조 ‘별이 있어서’라는 시비가 서 있다. 일행이 둘러서고 강재일 회원이 박재두선생에 대해 소개를 했다. 박재두선생은 우리 고성과 인연이 있다. 고성 출신이며 시조시인인 고 서벌선생과 김춘랑선생 등과 시조동인 율(律)을 결성하고 1965년 창간호를 냈었다. 시비에 새겨진 ‘별이 있어서’를 소개하면

‘연줄 멕일 사금파리 찧고 빻은 가루별이 / 서둘러 발이 걸려 하늘에 쏟은 별이 / 한뎃잠 머리 위에도 사금파리 빛나던 별이. // 가난한 지붕머리 지켜주던 밤이 있어서 / 별사이를 누비며 나는 꿈이 있어서/  눈물 속 하늘에 뜨는 행복이 있어서.’ (전문)

 지금 젊은이들은 ‘한뎃잠’을 알까? 한뎃잠은 요즘 젊은이들이나 노숙자들이 밖에서 자는 잠을 일컫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옛날 시골 여름밤에는 모깃불을 마당에 피워 놓고 멍석자리에 누워 삼베 홑이불을 덮고 누워 있으면 하늘의 별이 총총하고 은하수가 사금파리 흩어 뿌려 놓은 듯 반짝이었다. 이를 두고 노래한 것이다. 아마 요즘 청소년들은 역시 ‘연줄 멕일 사금파리’의 의미도 모를 것이다. 옛날에는 연(鳶)싸움을 하기 위해서 연줄에 사금파리 즉 유리를 깨어 가루를 만들어 밥풀과 이겨서 실에다 메겨 상대방의 연줄과 시달릴 때 상대 줄이 쉽게 끊어지도록 한 것이다. 이 시조를 젊은이들이 읽으면 이해가 잘 안되리라 여겨진다. 다만 꿈과 행복을 추구한 내용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원 내 정자에 앉아 준비해 온 중참을 먹었다.
 호수 같은 해변을 돌아 백학마을을 지난다. 앞에 화섬이 떠 있고 저 멀리 추도며 두미도 그리고 욕지도가 아련하다. 해안선을 돌고 돌아 백학길이 끝나는 통포마을에 갔다. 언덕 빼기에 지어진 가옥들이 따사롭다. 길은 끊어지고 더는 갈 수 없어 되돌아 나와 백학마을에서 산길로 오른다. 마을로 들어설 때는 길이 이어질까? 싶을 정도로 좁았는데 산길에 이르자 넓게 닦여있다. 고개를 넘으니 외인금마을 입구에 전망대 겸 정자가 있다. 내려서 조망을 했다. 통영. 고성의 일부 바닷가가 보인다. 대먹방, 소먹방, 작살금 등 몇 개 마을을 지나 11시 반쯤 사랑대교에 이르렀다. 내 생각으로는 대교 입구에서 내려 걸어서 다리를 건너 봤으면 싶었으나, 그대로 차를 타고 지나왔다.
 사랑도여객선터미널 앞에서 내려 마을 골목길을 올라가 최영 장군 사당에 갔다. 사당 안으로 들어가 창호지 문구멍으로 사당실내를 들여다보니, 영정을 배경으로 위패가 놓여져 있다. 우리가 초등학생 시절에는 최영장군 노래가 있었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 최영장군은 고려 말 충신으로 아버지의 이 유언을 평생토록 깊이 간직하며 살았다. 원나라로부터 빼앗긴 고려의 자주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으며 왜구의 침입을 물리쳤다. 이곳 사량도에서 진을 치고 왜구를 물리쳤다고 해서 그 업적을 기려 사당을 짓고 매년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리나식당에서 우럭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 1시 쯤 출발해 고개를 넘어 대항해수욕장에 갔다. 몇 사람이 백사장에서 줄을 던져 낚시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어찌 낚시가 제대로 되겠는가? 손가락 같은 생선 몇 마리가 통발 안에 들었을 뿐이다. 건너편에는 고성지역 해안이 환하고, 벽방산 거류산도 눈에 익다. 뒤편에는 옥녀봉 가마봉 등의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구름다리도 걸쳐져 있다.
 1시 반 쯤 내지 선착장에 도착했다. 예전에 제법 이름을 날리던 내지초등학교는 폐교되었고 ‘사량도천문대’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다. 운동장에는 잡초가 그득하고 현관문은 잠겨 있다. 여기서 무슨 천문 관측이 되겠는가? 천문대 역시 폐쇄 수준이다. 2시 10분발 배에 올라, 곧장 갑판으로 갔다. 모두들 사량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댄다. 갑판 위로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