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先帝) 유비(劉備)께서 한실(漢室) 부흥의 왕업을 시작한 지 아직 그 반도 안되어 중도에 붕어하셨습니다. 이제 천하는 촉한(蜀漢), 위(魏), 오(吳) 셋으로 나뉘었는데 여기에 우리 촉한의 땅 익주(益州)가 싸움에 지쳐 쇠약해져 있으니 이야말로 진실로 위급한 때로서 존속하느냐, 멸망하느냐 하는 국가의 중대한 시기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안으로 임금을 모시고 호위하는 신하들이 주어진 소임을 게을리 하지 아니하고 밖으로 충성스런 지사(志士)들이 신명을 바쳐 나라를 위하여 싸우고 있으니 이것은 아마도 전일에 있었던 선제의 특별하신 대우를 생각하여 그 은덕을 폐하께 갚으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폐하께서는 참말로 밝으신 귀를 활짝 크고 넓게 여시어 신하들이 간하는 말씀을 너그러이 받아들임으로서 선제께서 끼치신 덕을 빛내시며 지사들의 기개(氣槪)를 더욱 크고 넓고 펼 수 있도록 하셔야 합니다. 공연히 스스로 덕이 없다, 가벼이 여기시며 신하들의 충간하는 말에 당치않은 비유를 들어 변명함으로써 마침내 바른 도리를 잃어 충의(忠義)에 찬 충신들의 바른말씀 아뢸 길을 막아서는 아니됩니다.

 안에서 정치를 듣는 궁중과 밖에서 군사상 정무를 보는 부중은 한치의 차이도 없는 한 몸, 한 덩어리입니다. 안이거나 밖이거나 선량한 사람은 상을 주어 벼슬을 올리고 악한 사람은 형벌을 내리되 선을 상주고 악을 벌주는 일에 털끝만치라도 차별이 있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만일 간악한 일을 지어 죄를 범하는 이가 있거나 또는 충실하고 선량한 이가 있거든 이는 마땅히 다같이 사직에 붙여 벌할 것은 벌하고 은상을 내릴 것은 은상을 내리도록 하여 그로써 폐하의 공평하고 정명한 정치를 명백하게 보이셔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사정에 치우쳐 궁중과 부중, 곧 안과 밖으로 하여금 벌을 달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시중(侍中)벼슬에 있는 곽유지(郭攸之)와 비위(費褘) 그리고 시랑(侍郞)벼슬에 있는 동윤(董允)등은 다 선량하고 신실하며 그 의지와 사려가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한결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선제께서 그들을 선발하시어 폐하께 남겨주신 것입니다. 어리석은 신의 생각으로는 궁중의 일은 크고 작고 간에 그 모두를 이들 곽유지, 동윤등을 불러 상의하신 뒤에 시행하신다면 반드시 정치의 빠지고 모자라는 점을 보충하여 널리 유익될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장군 상총(尙寵)은 그 성품이 선량하고 행위가 공평하며 더욱이 군사에 훤하게 통달해 있어 일찍이 선제께서 이 사람을 시험하여 기용해 보시고 군사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칭찬하신 일이 있으며 이로써 여럿이 상의하여 상총을 들어 궁중의 위병(衛兵)을 통솔하는 도독(都督)으로 앉혔던 것입니다. 어리석은 신의 생각으로는 진중(陣中)의 일은 크고 작고 간에 그 모두를 상충을 불러 상의하신다면 반드시 군대는 화목하게 되고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뛰어난 대로 열등한 사람은 또한 열등한 그대로 모두 자기가 지닌 재능에 따라 제각기 알맞은 자리를 얻게 될 것입니다.

 어진 신하를 가까이하여 중용하고 소인들을 멀리하여 내친 일, 이것은 바로 전한(前漢)의 고조(高祖), 문제(文帝), 경제(景帝), 무제(武帝)때의 한창 흥성(興盛)하여 잘 다스려졌던 까닭입니다. 소인을 가까이 하여 등용하고 어진신하를 멀리하여 내친 일, 이것은 바로 후한(後漢), 효환제(孝桓帝)와 효령제(孝靈帝)가 천하를 망하게 한 까닭이었습니다. 선제께서 황제(皇帝)에 계실 때 늘상 신(臣)과 더불어 전한 후 한의 흥하고 망한 그 까닭을 논하면서 일찍이 환제(桓帝)와 영제(靈帝)를 두고 탄식하며 가슴 아파하지 아니한 적이 없었습니다. 시중상서(侍中尙書)벼슬에 있는 진진(陳震)과 장사(長史)벼슬에 있는 장예(張裔)및 참군(參軍)벼슬에 있는 장원(蔣院)등은 다 곧고 성실한 신하들로서 충절을 위하여는 죽음도 마다하지 아니할 신하들입니다. 원컨대 폐하께서는 이 사람들을 가까이하여 믿고 쓰신다면 한실(漢室)의 흥성함을 날을 해이며 기다릴만큼 빨리 보시게 될 것입니다.

 신 공명(公明)은 본래 백의(白衣)의 한낱 평민으로서 남양군(南陽郡) 융중(隆中)에서 몸소 밭을 갈며 난세에 목숨을 보전하려 하였을 뿐 제후 앞에 나아가 높은 이름과 영달을 구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랬던것이 선제께서 신의 미천한 신분을 천하게 여기지 아니하시고 외람되게도 고귀한 몸을 낮추시어 세 번이나 신의 누추한 초가를 찾으시머 신에게 현실에 당면하여 해야 할 일들을 하문하셨습니다. 이 일로 말미암아 신은 너무도 감격하여 마침내 선제를 위하여 신명을 바쳐 일할 것을 허락하였던 것입니다. 그러한 뒤 건안(建安) 12년(서기207) 당양(當陽)의 장판(長阪)에서 위(魏)의 조조(曹操)에게 패하여 나라가 기울어질 무렵 패군(敗軍)하였을 그때에 신이 오(吳)나라에 구원을 청하려는 명령을 받들어 위험하고 어려운 속을 달린 지 어언 21년이 되었습니다. 선제께서는 신이 매사에 삼가고 조심하여 행하는 것을 아셨기 때문에 운명하실 때 신에게 적을 토벌하여 한실(漢室)을 부흥하라는 큰일을 당부하셨던 것입니다.

 신이 선제의 유명(遺命)을 받은 이래로 밤낮으로 근심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신에게 한실 부흥의 대사를 부탁하신 보람이 없어 그로 인하여 행여 선제께서 신 공명의 사람됨을 보시는 눈이 잘못되었다고나 하지 않으실지 두려워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던 나머지 건흥(建興) 3년(서기225년) 5월에 로수(盧水)을 건너 초목조차 나지 않는 불모의 땅에까지 깊숙이 들어가 남만(南蠻)을 토벌하여 이제 남쪽은 이미 평정되었고 병기와 갑옷도 벌써 충분히 갖추었습니다. 이제 마땅히 대군을 거느리고 한(漢)의 적인 위(魏)를 치려 북쪽 중원(中原)으로 들어가 이 땅을 평정하여야 합니다. 노둔하나마 있는 지혜와 있는 힘을 다하여 저 간사하고 흉악한 위(魏)의 아들 조비(曹丕)를 물리치고 한실을 부흥하여 왕도(王道)를 옛 도읍 장안으로 되돌아 가게 하고야 말 것입니다. 신 공명이 선제의 두터운 은덕에 보답하는 한편 폐하께 충성을 다하기 위한 직분인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의 이익과 손해를 헤아려 나아가 폐하께 충직한 말씀을 다하는 일은 바로 궁중의 일을 곽유지와 동윤과 비위 등의 책임입니다.

 원하옵건대 폐하께서는 신에게 적을 토벌하며 한실을 부흥하는 공훈을 세우도록 맡겨 주시 옵소서. 그리하여 한실 부흥의 공훈을 세우지 못할 경우에는 신의 죄를 다스리시어 선제의 영(靈)앞에 고하소서. 한편 만일 폐하의 덕행에 대해 바른 말씀을 올리지 않거든 곽유지와 비위와 동윤등의 죄를 꾸짖어 그들의 태만함을 드러내소서. 그리고 폐하께서도 또한 몸소 일을 도모 하시어 신하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묻고 의론하시며 부디 신하들의 바른 말씀을 잘 살펴 받아들이시어 깊이 선제께서 끼치신 말씀을 따르소서. 신은 선제의 크신 은혜를 입은 감격을 이기지 못한지라 오늘 멀리 정벌의 길을 떠나는 마당에 이 표(表)의 글월을 쓰려니 눈물이 흐르고 울음이 북받쳐 무어라 아뢸바를 모르겠습니다.

 소동파(蘇東坡)는 말하기를 공명의 출사표는 간결하고 뜻이 곧으면서도 거짓이 없으니 충성의 기운이 가득차 있어 중원천하를 놀라게 하였다고 말하였고 안자순(安子順)은 말하기를 공명의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충신이 아니라고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