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의 마음은 ‘어떻게 하면 국민이 잘살 수 있을까?’하는 바람일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상 독재자로 또는 비리와 부정으로 오점을 남긴 통치자도 애초부터 사리사욕에만 눈이 멀지는 않았으리라고 본다. 북한의 김일성도 바람은 “인민이 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것”이라 했고, 박정희 대통령도 “내 묘지에 침을 뱉으라.”며 조국 근대화에 힘썼다. 그런가하면 부정과 부조리를 뿌리 뽑겠다던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제며 “나는 한 푼도 안 받고 안주겠다.”면서 깨끗한 정치를 표방했지만, 결국 IMF라는 경제 위기를 맞았다. 아무리 정치를 잘 하려고 해도 통치자 뜻대로 안되는 게 현실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소득주도 성장론’이라는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논쟁이 뜨겁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핵심 경제정책으로 ‘소득주도 성장론’을 시행하고 있는데, 지금 현실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가 큰 어려움에 쳐해 있다. 실업자가 100만 명이 넘어섰고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죽게 되었다고 아우성이다. 시내 곳곳에는 점포들이 문을 닫고 ‘전세’ 딱지가 붙어있는가 하면 식당에서는 하루 손님이 한 두 사람에 불과하다며 파리를 날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에서는 이런 현상이 ‘소득주도 성장론’에 의한 것이 아니라며 이 정책이 우리나라에 적합하다면서 더욱 강력하게 시행하겠다고 한다. 야당에서는 실패한 정책이라면서 당장 폐기하라며, 사람 중심의 경제를 한다더니 사람 잡는 경제를 한다며 혹평을 하고 있다. 과연 어느 것이 옳은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차제에 ‘소득주도 성장론’이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필자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다지 경제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연일 TV 뉴스에서와 토론에서 보면 논쟁이 뜨거워 전문가들의 글을 통해 살펴보았다. 아마 일반 국민들도 이 ‘소득주도 성장론’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는 줄로 안다. 

 ‘소득주도 성장론’이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낸 이론이 아니고, 1930년대 ‘대공황’이라는 세계 경제 위기 이후 등장한 케인즈 주의 경제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 내용은 임금(품삯)인 소득을 늘려 경제 전체의 수요를 촉진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으로, 국제적으로는 ‘임금지배 성장론’(wage-led growth)이라는 이론에 근거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는 경제 성장을 이끄는 요인으로 ‘공급주도’와 ‘수요주도’로 나누는데, 공급주도란? 공급 즉 생산 능력을 중요시 하는 시각이며, 이는 좋은 상품을 많이 만들어 팔자는 정책이다. 수요주도란? 앞서 공급 주도시각에서 아무리 좋은 상품을 내 놓아도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경제 성장이 이뤄질 수 없으니 수요를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둘째인 수요주도에 속한다. 다시 쉽게 풀어보면 기업체에서 아무리 많은 상품을 만들어 내면 뭘 하나? 팔려야만 되는 것이니,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두둑이 해야 한다는 것이 ‘소득주도 성장론’인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 정책은 공급주도로 기업체에서 좋은 상품을 많이 만들어 내면 국내뿐만 아니다 국제 시장에서라도 팔려 외화획득으로 경제를 살리자는 정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소득이 3만 달러에 이르는데 빈부 격차만 벌어지고 대기업체는 큰 소득을 얻는 반면 서민들의 생활은 부유해지지 않았다. 게다가 기업체에서는 소득의 사회 환원을 소홀히 하고 기업주의 횡포 즉 갑질의 논란에다 대기업 사원의 과대임금 등으로 배타적인 사회로 혼란을 겪어 왔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소득이 많아지게 하겠다는 데야 그 누가 거절할 수 있으랴만,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지금도 계속 고소득층은 늘고 저소득층은 줄고 있단다. 이 같은 소득 격차는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란다.

 어떻든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정 회의에서도 소득주도 성장론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야당에서는 일제히 폐기뿐만 아니라 경제라인을 청문회 해야 한다며 가세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 고용 여건 악화로 고용 참사에 이르러 국가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 문제를 해결 하려면 기업의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근로 시간 단축 최저 임금 인상, 게다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이다. 이에 여당에서는 그 원인이 전 정권에서 경제 체질이 허약해졌기 때문으로 돌린다. 

 현 정부에서는 좋은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 운영의 중심에 놓고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당장 실업율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종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자영업자들은 재난 수준이라고도 하고 사형선고에 비견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신뢰를 잃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면서 .직을 걸고 나서라고 다잡았다.  당정에서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논의하고 재정지원을 하기로 했으며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다.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정부에서는 54조원이라는 돈으로 일자리 확대 방안을 세우고 있으나 실효성은 의문이며, 야당에서는 ‘깨진 독에 물 붓기’ 식이라며 돈만 집어넣겠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도 하는데 누가? 언제? 어떤 정책을 펴느냐? 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실에 맞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정책을 주도한 장하성 정책실장은 정책 효과가 연말쯤 나타날 것이라며 기다려 달라고 주문했다. 어떻든 두고 보자. 정부든 여야당 모두는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충심(衷心)에서 기획과 비판을 하고 있는 줄 안다. 문재인 정부에 나라의 살림살이를 맡긴 이상, 잘되기를 바라며 일단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