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국민은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에 기반 한 자유와 권리, 책임의 주체이고 경제적으로는 시장을 근간으로 삼아 스스로의 생존을 책임져야만 하는 합리적이고 개척의 인간이다. 대체로 인간은 고립된 존재로 세상에 탄생하여 자기 의기심을 기본으로 경쟁을 야여야만 하고 사회적 협력 또한 자신의 이익이 보장되는 선에서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국민사회를 구성해온 서구의 역사와 근대 계몽사상을 통해 형성된 것으로 압축성장 과정에서 우리가 빠른 속도로 외적 내적 국민으로서의 자화상이다.

학문과 지식이 풍부한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 자신의 자화상을 있는 그대로 성찰하고 비판하면서 보다 나은 삶과 사회를 향하는 지향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21세기 초반 한국사회서 그런 이상적인 의미 있는 지식인을 찾기는 매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지식인의 모습을 흉내 내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국민들을 교육시키고자 하는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은 넘치도록 많은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술자리에서도 사회와 나라걱정은 늘 단골 안주로 오르곤 하고 신문을 펴들면 어설픈 기사 흉내를 내는 글들이 넘치고 있다. 그러다가도 막상 자신의 이익과 마주하면 얼굴을 싹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문회에 등장하는 이른바 사회지도층들은 도덕적인 예의없이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모습을 침을 튀겨가며 비관하거나 비난 하다가도 문득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어딘가에서 너는 과연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 만큼 잘 살았냐는 반문과 만나면 얼굴을 붉히곤 한다. 이것은 특정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포함한 한국인 모두의 자화상이다. 

늘 도덕과 정의의 편에 서는 것처럼 비판의 칼날을 함부로 던지다가도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있는 이중성이 21세기 초반 한국인들의 내면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넘치는 윤리담론과 세계에서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섹스 관광국이라는 오명이 공존하는 이상한 나라에 우리는 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일반 시민이나 지식인의 삶 모두에서 거의 또는 전혀 다르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지식인 또는 지도층이라고 자신을 분류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더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주위에는 선비가 없어진지 오래이다. 선비는 이념적인 인간상이면서 동시에 우리 역사 속에서 실존했던 현실적인 인간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그 선비를 만나고저 할 경우에는 당연히 그 사상적 배후와 함께 역사적 배경에 관한 공정하고 균형 잡힌 분석과 인식을 전제로 해야만 한다. 그 중 어느 하나에만 쏠린 경우 자칫 비현실적인 선비담론을 강변하거나 선비의 부정적인 모습만 부각시키면서 우리의 전통 자체를 무시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

선비는 일반적인 의미의 시민으로 치환되기 어렵다. 특히 근대 시민상에 기반을 두고 형성된 사람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대척점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시민은 이기성과 고립성을 기반으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이며 그 범위 안에서만 계약을 통해 사회를 구성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선비는 이익을 만나면 의(義)를 생각하고 관계속에서만 바람직한 삶이 가능하다고 믿으면서 예(禮)를 근간으로 삼는 관계 자체에 충실하고자 노력 할 것이다.

 

※ 선비를 죽일 수는 있어도 그 절개와 지조는 빼앗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