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水口)는 마을을 통과한 물이 빠져나가는 물구멍임과 동시에 동구(洞口:동네입구)가 된다. 

풍수적 관점에서는 물이 빠져나가는 것이 훤히 보이는 수구를 흉(凶)한 것으로 간주하므로 이를 가리기 위한 장치로서 숲을 조성한 것이다. 

수구에 조성된 마을 숲은 마을 안쪽에서 볼 때 수구를 관쇄(關鎖:문을 잠그다)하는 장치이지만, 마을의 바깥쪽에서 볼 때 외부 침입자의 시선으로부터 마을을 가리는 은폐장치인 것이다. 

이외에도 숲은 풍수상의 형국을 완성하기 위한 장치로서 활용되기도 한다. 

전남 함평군 나산면에 있는 사산숲과 안영숲은 비보풍수의 좋은 예라 할 만 하다. 

사산(射山)은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활을 쏘는 산이라는 의미로서 ‘마을의 형국은 활인데 활대는 있으나 활줄이 없어 활이 제구실을 못하니 마을이 크게 번창하지 못한다’하여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관들은 한 결 같이 입을 모았다. 

그러던 중 마을 사람들은 슬기를 모아 마을 앞에 활줄 역할을 할 수 있는 느티나무를 심었고 느티나무를 심은 지 몇 년이 지나자 이 마을은 서기(瑞氣)가 돌고 번창하였는데 이 숲이 사산숲이다. 

이 마을에는 화살을 뜻하는 중앙로가 있었다고 하며 끝에 입석(立石)이 있고 그 방향이 함평이(李)씨 종가(宗家)와 일직선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산숲은 훼손되어 자취를 감추게 되었는데 숲을 다시 조성 할 당시 마을 사람들은 “현재 불상사가 있고 미관상으로도 안 좋고 하니 우리 부락민이 다시 식목을 하면 당장은 어렵더라도 몇 백 년 후에 과거와 같은 영광을 다시 되찾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경우를 보더라도 마을 사람들은 마을 숲이 그들과 운명을 같이 한다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더욱더 흥미로운 것은 사산숲과 2㎞ 정도 떨어진 안영숲의 유래이다. 

안영(雁影)은 그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기러기가 날고 있는 형국이고 사산은 활을 겨누고 있는 형국이라 안영사람들은 사산마을이 번창하고 안영마을이 쇠퇴하자 이 화살을 막기 위해 사산과 마주하는 기러기 형국의 목부근에 숲을 조성했는데 이 숲이 안영숲이다. 

역사적으로 사산마을은 관직을 맡은 사람들이 많았고 안영마을은 부자가 많아 마을 간의 경쟁심리와 대립이 존재했는데 사산이 성하면 안영이 쇠한다는 의미적 역학관계를 실제로 믿고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각 마을 숲이 잘 관리되고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과학시대의 풍수와 운명 6 참조) 무슨 연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비석에 이름만이 존재하는 구만면의 구만12경(九巒十二景)중 매림(梅林)도 비보풍수(裨補風水) 특히 형국비보(形局裨補)를 위한 마을 숲이었을 것이다. 

구만면 용당마을은 용당(龍塘)이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와룡마을의 용(龍)이 목욕을 한 웅덩이라는 의미인데 실제로 용당마을에는 용이 목욕을 할 만한 큰 저수지나 소류지는 없고 용당마을을 둘러 싸고 있는 뒷산인 매화산의 형세가 물을 담을 수 있는 주발처럼 오목하게 생겼다. 

그러나 매화산자락이 용소(龍沼)가 될 만큼 주발 안쪽이 깊지 않았다. 

필자가 옛 사람을 만나지 못해 직접적으로 물어 볼 수는 없으나 단언하건대 매림(梅林)은 현 용당교 북서쪽에 위치한 독뫼산에서부터 구만천을 따라 용당마을 뒷산인 매화산자락까지 펼쳐져 있었을 것이다. 

매림(梅林) 즉, 매화나무숲은 용당마을 입구의 용당교를 중심으로 구만천을 따라 조성이 되어야 그야말로 용당마을이 용(龍)이 목욕을 한 용소(龍沼)의 형국이 되고 나아가 용(龍)이 목욕을 하고 누워있는 용와리의 형국이 완성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