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지인의 소개로 고성군 구만면에 사는 L씨를 만난 건 5년 전 일이다. 

그 당시 L씨는 소를 키울 축사를 찾고 있었는데 진주시 진성면 대사리에 주택이 딸린 축사가 매물로 나왔다는 정보를 듣고 구입하기 전에 풍수감정을 의뢰해 왔다. 

해질녘에 대사리에서 만났는데 축사 옆으로 반궁수(反弓水) 형태의 천(川)이 흐르고 주택의 향(向)이 전체적인 국세(局勢)에 맞지 않아 ‘흉(凶)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특히 ‘거주자의 건강이 나빠질 것이다’라고 조언을 했다. 

뒤에 알게 된 사실인데 L씨는 필자의 말을 듣고 직접 동네에 가서 그 주택의 내력을 수소문해 보니 실제로 주택과 축사를 짓고 얼마 되지 않아 축사주인의 건강이 나빠져 소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고 한다. 

몇 주나 지났을까, L씨에게 전화가 왔는데 구만면 용와리 용당마을에 축사가 딸린 넓은 밭을 구입했고 그 밭에 주택을 짓고자 하니 주택좌향(坐向)을 잡아주라고 했다. 

필자는 만일 현장에 갔는데 양택에 적합하지 않은 터면 어찌해야 할지 순간 당황했다. 다음날 패철을 들고 구만면 용와리 용당마을로 갔다. 

제일 먼저 용와리 전체의 국세(局勢)를 파악했다. 어떤 마을의 국세(局勢)를 파악하는데 있어 지명의 유래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고성군 구만면 용와리에는 용당(龍塘)과 와룡(臥龍)이라는 2개의 마을이 있는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시 용당(龍塘)과 와룡(臥龍)을 병합하여 두 마을의 용자와 와자를 따서 용와리로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와룡마을은 마을 뒷산의 형세가 마치 용(龍)이 누워있는 형상과 같다하여 마을이름을 와룡이라 하였는데 그 마을 뒷산의 이름도 용두산(龍頭山)이다. 

용당마을은 마을 뒷산인 매화산(梅花山) 밑을 흐르는 매림천에 용소(龍沼)가 있었는데 용이 이곳에서 목욕을 했다하여 ‘못, 둑, 제방, 저수지 당(塘)’ 자(字)를 쓰서 용당이라 하였다. 필

자가 집터에서 용두산을 바라보니 실제로 용이 누워 있는 것 같아 산 이름을 지은 조상들의 식견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면서 용당마을의 전체적인 국세(局勢)를 파악하기 위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용이 목욕을 했다는 용소를 찾기 시작했다. 

용소를 찾아 용당마을 전체를 돌아 다녔는데 딱히 용소라 할 만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마을 뒤에 작은 소류지가 있긴 한데 용소라고 하기엔 모든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 날은 주택좌향(坐向)을 정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며칠 후 다시 용당마을로 향했다. 

용소를 이리저리 찾다가 용소가 반드시 물이 있는 소류지나 저수지여야 하는 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산의 형세가 물을 담을 수 있는 주발처럼 오목하게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먼 언덕으로 가 용당마을 바라보니 용당마을의 뒷산인 매화산이 용당마을을 감싸고 오목하게 용두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용당마을의 뒤산은 분명 주발모양이었다. 그러나 매화산자락이 용소가 될 만큼 주발 안쪽이 깊지 않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돌아왔다. 

다음날 다시 용당마을로 가 이리저리 살피다 용당마을 만경대에 있는 구만12경(九巒十二景)이라는 비석에서 용소와 관련된 결정적인 단서를 찾게 되었다. 

구만12경에는 ‘梅林牧笛(매림목적) 龍塘疏雨(용당소우) 臥龍歸雲(와룡귀운) 蓮浦夜月(연포야월) 筆頭落照(필두낙조) 花山早春(화산조춘) 積石宿露(적석숙로) 蘇臺明月(소대명월) 洛浦脩竹(낙포수죽) 昆季朝煙(곤계조연) 廣巖平林(광암평림) 菊川漁歌(국천어가)’라고 적혀 있었다. 

필자는 구만12경에서 언급한 12곳을 하나하나 찾아보았다. 다른 곳은 다 찾았는데 매림(梅林)이라는 매화나무 숲은 찾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