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그런데도 어색한 느낌이 없이 전체적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연못의 석가산과 석가산을 이어주는 반원형 다리는 반원형 두 개를 합치면 둥근 원이 됩니다. 원은 모가 없고 원만해서 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원융무애(圓融无涯)라고도 하지요.
 함안군에서는 매년 부처님오신날인 사월 초파일에는 이곳 연못에서 낙화놀이를 합니다. 이 낙화놀이는 연못과 야경을 매우 아름답게 수놓아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함께 즐기는 민속행사입니다.
 이 낙화놀이 유래는 매우 오래되어 남아 있는 자료가 없어 정확한 기록은 찾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이곳 함안군의 전통 민속 문화로 전래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이 한국정기를 끊고 민족정신문화 말살로 금지한 관계로 한동안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1985년부터 다시 맥을 잇기로 하여, 1990년부터 부활되어 올해로 21년째가 됩니다. 1889년 4월부터 1893년 2월까지 이곳에 함안에서 근무한 오횡묵 군수의 함안군 총쇄록에도 당시 함안읍성 전체에 낙화놀이가 행해지고, 산에서 구경하면 장관을 연출하는 대규모였다고 합니다. 이것을 볼 때 낙화놀이는 매우 오래된 민속민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연못가운데 석가산 작은 섬 중에는 교각으로 무진정과 연결된 영송정(迎送亭)이라는 멋진 정자가 있습니다. 영송정은 조삼선생이 손님을 맞이하고 보낸다는 뜻으로 지은 정자입니다. 정자를 받친 기둥은 6개입니다. 6개의 기둥은 정자의 주인공이 육경(六經)에 통달했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낙화놀이는 이정자를 기점으로 연못둘레를 동아줄로 빙둘러 연결하고 실로 수 천 개의 낙화봉을 매달아 놓습니다. 해가 저물어 어둠이 내리면 사람들은 낙화돌이를 시작합니다. 그때 뗏목을 타고 횃불로 불을 붙이면 낙화놀이는 시작됩니다.
 낙화봉은 창호지를 펼치고 그 위에 질 좋고 고운 참숯가루를 올려놓고 막대기 모양을 정성스럽게 말아 만듭니다. 
 연못에서 뗏목을 타고 횃불로 불을 붙이면 막대처럼 기다란 낙화봉은 천천히 오랜 시간동안 타들어가면서 한지 안에 말아놓는 참숯가루가 불에 타면서 불꽃처럼 휘날린다고 하여 낙화놀이라고 합니다.

 떨어지는 불꽃이 마치 꽃가루와 같이 아름답게 흩날리며 연못의 수면위로 아롱거리며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순간 누구나 그 아름다움 모습에 빠져들고 맙니다.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일시에 많은 불꽃이 연못을 더욱 멋지게 장식합니다. 이렇게 타는 낙화는 2시간 넘게 지속됩니다. 낙화가 가늘게 덜어지자가 우수수하고 한꺼번에 떨어지면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울립니다. 낙화(洛花)인지 낙화(落火)인지 몰라도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관경입니다. 낙화가 사그라질 때에는 폭죽 불꽃놀이가 연출됩니다. 폭죽은 일시에 터져서 은은하게 불사르는 낙화와는 격이 떨어집니다. 낙화는 우리민족성인 은근과 끈기를 닮은 토속적인 전통 민속놀이입니다. 그렇게 아라가야 사람들이 모여 흥겹게 노래하고 춤추고 즐긴 전통 민속 문화라 하겠습니다.

■ 무진정(無盡亭)에 깃든 외원내방外圓)內方思想) 사상을 엿보다
 무진정은 낙화놀이를 하는 연못가에 북쪽에 암반위에 있는 정자입니다. 화합과 화목을 두텁게 다진다는 뜻을 지닌, 무진정을 보기 위해 정문인 돈화문(敦和門)을 통해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그곳엔 서북쪽에서 동남쪽인 연못을 향해 거북등같이 튀어나온 암반이 있습니다. 무진정은 그 암반을 주초로 삼아 건립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목조 건물입니다. 지붕 모양새는 여덟 팔(八)자 모양의 팔작지붕입니다. 특이한 것은 방은 모두 온돌방이 아니라 마루방이고, 정자 바닥은 모두 지면에서 띄워 올린 누마루입니다.
 무진정을 바위 위에 지어 온돌이 아닌 마루방으로 만든 것은 암반에서 나오는 좋은 기를 받고자 한 것이랍니다. 누마루 천정에는 부처님을 모신 절집 보각처럼 닫집을 조성했습니다. 이것도 이런 맥락에서 기를 보존하고자 한 것입니다. 방에 불을 지피면 불기운이 암반에서 뿜어져 나오는 좋은 생기를 소멸시킨다는 것입니다.
 
 무진정의 방문은 모두 들문으로 제작하여 여름철에는 모두 들어 올려 걸쇠에 걸어 둡니다. 그러면 기와 바람이 사통팔방으로 통하고, 겨울에는 모두 내리면 방풍벽이 되어 기가 보존 되는 것입니다. 
 또 다른 무진정 건축의 특색은 추녀 쪽 바깥 기둥은 모두 둥근 기둥이고, 도리와 대들보를 받치는 안쪽 기둥은 모두 사각기둥입니다. 이것은 옛날 동양의 우주관인 외원내방사상(外圓)內方思想)을 그대로 이정자에 반영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외부인 하늘은 둥글고 내부인 땅은 네모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내면은  모질고 각 지게 마치 농부가 네모진 땅을 가꾸듯이 반듯하게 수양에 힘쓰고, 대외적인 처세는 하늘처럼 둥글고 모남 없이 둥글둥글 모남 없이 하라고 가르치고 실천했습니다.

 이러한 외원내방 사상(外圓)內方思想)은 다른 것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주전화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제기차기로 많이 사용했던, 상평통보(常平通寶)를 보면 그 모양새가 바깥은 둥글고 내면 가운데에 뚫린 구멍은 모두 사각형입니다. 주전을 만들 때 일본 엽전처럼 둥글게 구멍을 내면 제작이 훨씬 쉬울 것입니다.  하지만 만들기 어려운 네모지게 구멍을 굳이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안에서 돈을 관리할 때는 모가 나도록 엄격히 관리하되 외부에 돈을 쓸 때는 하늘처럼 원만히 걸림 없이 쓰라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해 볼 때 그렇습니다.
 이런 외원내방의 사상에서 지어진 무진정은 보수중이라 내부를 볼 수 없는 것이 옥에 티입니다. 이 무진정 건립 기문(記文)은 조선조 성리학의 대가로서,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賜額書院)인 백운동서원을 세운 주세붕선생이 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출입이 허용되지 않아 읽어보지 못합니다.
 전정열 해설사의 설명을 따르면, 무진정 암반에는  몸에 좋은 기가 많이 나와서 원기가 부족한, 병약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자연 암반을 맨발로 걷거나 편안한 자세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단전호흡을 하면 몸에 많은 기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 무진정에서 기(氣)에  관한 생각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기는 우주 속에 충만해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 에너지’라고 정의하가도 합니다.
 이 세상에 존재 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기의 작용으로 움직이고 흡수사용으로 생명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태양에서 발산되는 에너지인 기를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흡수하며 살아간다고도 합니다. 혹은 음식을 통해서, 호흡을 통해서 에너지인 기를 흡수하는 것이지요. 현대 실생활에서 가장 유용하게 편리하게 다양하게 쓰는 것을 예로 든다면 전기라고 하겠습니다. 이 광대무변한 우주에는 원기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원기는 음기와 양기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전기를 공부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지구도 하나의 기체덩어리이어서 자석처럼 기가 음양으로 나누어져 있고 이것을 가루로 만들어도 각 개체마다 음양의 기를 띤 개최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남자하면 그 몸체 안에는 양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양기와 음기가 동시에 존재하고, 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인체가 가장 건강하게 조화로운 상태는 음기와 양기가 반반씩 나누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몸에 있는 원기의 부족과 기의 부조화로운 생태를 질병으로 봅니다. 그래서 각종 시술인 침구와 한약 처방을 통해 원기를 보충하고 부조화된 기를 조화롭게 만들어 주어 병세를 누르고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