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때 집현전이 위치한 장소는 현재 경복궁 수정전이 있는 것이다. 임금이 조회를 하는 곳이며 정사를 보는 근정전이다. 사정전과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와 같이 세종대왕이 집현전에 대하여 관심과 믿음이 컸음을 의미한다. 세종스스로도 학문이 뛰어난 군주였으나 자기 혼자서 정책을 결정하지 않고 집현전에서 배출된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충분히 반영시켰다. 다수의 의견을 존중한 세종의 면모가 잘 나타나고 있다.

집현전에서는 주로 옛날 제도와 정치 현안들을 연구하였다. 주택에 관한 옛날의 구조제도를 조사하여 이를 철저히 점검하였고 중국의 사신이 왔을 때 접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염전에 관한 연구와 외교문서의 작성요령 및 산과 들에 자생하고 있는 약초 조사 등 다양한 연구와 여기에 필요한 책자편찬 활동이 모두 집현전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집현전에 소속된 학자들은 왕을 교육하는 경연관, 왕세자를 교육시키는 서연관, 과거시험의 시관(試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史官) 등 각종 편찬사업으로 역사 유교청서 가정의례 병서와 법률천문학에 관한 서적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제반서적을 집현전에서 편찬하였다.

편찬사업에 있어서 세종 때 새로이 완성된 것도 많았지만 고려사와 같이 전대의 역사를 정리한 편찬사업은 세종 때 시작하여 문종 때에 완성되었다. 

집현전은 세종의 각별한 배려 속에서 수백 종의 연구보고서와 50여종의 책을 편찬하였다. 대별하면 향약집성방 삼강행실도 자치통감 국조오례와 역대병요 의학, 역사, 의례, 국방 등 전 분야에 걸쳐 많은 책들이 편찬되어 세종시대의 문화의 꽃을 활짝 피게 하였다. 그리고 집현전에서 배출된 쟁쟁한 인적자원은 15세기에 찬란한 민족문화를 완성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집현전이라는 국가의 인재보고(寶庫)를 최대한 활용하였기 때문에 세종대왕을 보다 위대한 국왕의 모습으로 남아있게 하고 지금까지 전해오게 했다.

   

폐출된 형 양년대군에 대한 배려

 

세종이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게 된 것에는 양녕대군에 대한 대우도 각별했다. 세상에서 다 아는 사실이나 양녕대군은 14년간 세자의 자리에 있다가 그 부왕인 태종에 의해 세자에서 물러난 한 많은 왕자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잘못도 있었지만 일국의 후계자가 이처럼 쉽게 폐출되지는 않는 법. 그러나 양녕은 또한 태종의 마음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부왕의 마음과 생각이 충년대군 <세종>에게 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양녕은 순순히 왕세자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능력이 출중한 동생을 위한 명예로운 은퇴였다고나 할까 연려실기술에 의하면 효령대군 보(補)는 일찍이 숙부들의 왕자의 난(亂)을 목격(目擊)하였기 때문에 출중한 동생들에게 왕권도 세자의 막강한 권좌의 자리도 포기하고 절간으로 들어가 중이 되었다.

왕이라는 자리 다음에 위치한 권력의 2인자 세자의 자리는 정치적으로 권력의 자리였다. 그러나 양녕은 자기 자신을 돌아볼 줄 알고 높은 혜안과 넓은 아량을 가진 소유자이다. 세종대왕은 폐위된 형 양녕에 대한 신하들의 거듭된 탄핵에도 불구하고 그 허물을 덮어주는 우애와 형제의 화목을 끝까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궁중에 들어오게 하여 친히 대접하되 조금도 혐의하거나 간격이 없이 대하니 여러 신하들이 옳지 않음을 간청하여도 이를 설득하여 절간에 들어가 중이 된 백형까지 불러들여 형제간 화목을 더욱 돈독히 하였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즉위 초에 아버지 태종에 의해 외삼촌들이 줄줄이 처형당하고 외숙모가 노비가 되는 가슴 아픈 처지에서도 묵묵히 참고 견디었던 세종. 그런 아픔들을 속으로 삭이면서 시대의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해 갔다. 자신의 왕위를 위협할 수도  있는 형제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아버지의가혹한 처분까지도 감내할 수 있는 인격의 소유자였기에 세종의 주변에는 수많은 인재들이 모여들었던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도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가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어 있고 대통령의 형제들이 하나같이 부정과 비리에 연루되는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점을 보면 세종이 형님들에게 대하여 물질의 예우가 아닌 정신적으로 형제의 우애를 이룬 것은 후인들이 본 받들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