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를 찾아뵙는 횟수, 매달 드려야 할 용돈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그대로 이행하여야만 재산을 증여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슬프고도 통탄 할 현실이라.

옛날 조선조에 유일하게도 효절(孝節) 이라는 시호를 받은 분이 있으니 이분이 바로 농암(農巖) 이현보(李賢輔)<1467-1555> 그분이다. 

애일당(愛日堂)이란 건물을 지었는데 이는 부모를 위해 1512년<중종7> 10월에 고향인 예안현 분천리 분강 기슭 농암 바위가에 지어진 건물로 정면4간 측면2간의 건물이다. 1975년에 안동댐 건설로 원래의 위치에서 서쪽으로 1키로 쯤 떨어진 영지산 기슭으로 이건하였다가 2008년도에 농암 종택을 복원하면서 도산면 기송리로 이건하였다. 이현보의 선조는 본래 영천에 세거하였으나 고조부인 이헌(李軒) 대에 이르러 안동 분천으로 이거하였다. 

자료에서 본 설명에 의하면 선대로부터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부모가 살아계실 때 좀 더 즐기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건물축조의 목적이었다. 즉 이현보는 선대부터 풍류를 즐기던 자연공간에 인공적인 건축물을 지어 효의 실천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다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자신이 부여한 새로운 의미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 이 건물의 이름을 ‘애일당’이라 지어 자신의 뜻을 밝혔다.

애일(愛日)은 부모가 연로하여 봉양할 날이 많지 않음을 안타깝게 여겨 날을 아끼며 효를 다한다는 뜻이다. 이는 논어(論語)에서 따온 말로써 부모의 나이를 알지 않으면 안 되니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두려운 것이다. 그리고 그 주석에 ‘애일의 정성 때문에 스스로 그만두지 못하게 되다’라는 구절이 있는 것을 보면 이현보가 당시 부모에 대한 효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당호를 붙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1519년<중종14> 9월 당시 안동부사(安東府使)로 있던 이현보는 관내의 노인들을 모셔놓고 큰 잔치를 열었다. 이전까지 그는 충주목사(忠州牧使)에 취임하고 있었는데 안동부사로 오면서 좀 더 가까이서 부모를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때 화산 양노연(花山 養老宴)은 이현보가 안동에 부임한 후 처음으로 설행한 것 이였기에 특별히 기념할 만한 큰 행사였다. 사람들이 벼슬하여 높은 지위에 이르러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그 부모를 명예롭게 봉양 하는 자가 어찌 세상에 없겠는가 마는 이현보처럼 이웃 고을의 원이 되어 향내의 노인들을 모아 놓고 부모님을 모셔와 함께 즐겁게 잔치를 베푼 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우리들은 특별한 모임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서 그날을 기념하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을 방명록에 서명을 하거나 사진 혹은 영상을 통해 자신의 참석을 알리고 기억하게 한다. 그러면 사진이 없을 때는 어떻게 했을까? 앞서 보았듯이 이현보는 부모를 위해 건물을 짓고 잔치를 열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즐거움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보존하고 싶어했다. 그러므로 당시의 생생함을 가득담은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시에 화답해 줄 이들을 찾아 차운시를 받았다. 그 결과물이 바로 현재 보물1202호로 지정되어 있는 애일당구경첩(愛日堂具慶帖)이다. 효를 다하는 뜻을 지닌 애일과 부모가 모두 살아계시는 기쁨을 표현한 구경(具慶)을 첩명(帖名)으로 담고 있는 이 시화첩은 상·하로 나눠져 있다.

권상(券上)에는 권하와 달리 그림이 실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먼저 수록된 무진추한강음전도(戊辰秋漢江飮餞圖)는 1508년<중종3> 가을에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영천군수로 부임하는 이현보를 전송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한강에서 잔치를 베풀고 그를 치하한 그림 한 폭이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