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같은 상황을 놓고 판단을 달리하는 예가 많다. 이는 어떤 사건에 대해 입장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 ‘내로 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저지른 불륜은 로맨스 즉 사랑이고 남이 불륜을 저지르면 당연히 혹평을 한다. 이처럼 어떤 정책에 대해 여야당의 판단이 다르고 남의 잘못만 엄격히 비판하는데서 나온 말이다. 이와 유사한 말로 재판 결과를 놓고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말들을 많이 쓴다. 이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실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이 됨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코걸이는 잘 하지 않지만 외국인들 중에는 코걸이를 한 사람들을 TV에서 간혹 본다. 그 코걸이라는 것이 우리가 착용하는 장신구 중 귀걸이와 비슷하다.

 재판은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을 해야 하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정권의 입맛이나 개인 정리나 비리에 연루되어 왜곡되게 판결을 한 사례들이 많았다. 이런 현실이기에 변호사들이 대거 활동을 하고 대형 로펌이라고 해서 법률회사도 생겨났다. 재판에 임하는 원고나 피고는 재판에서 어떻게든 승소하기를 바란다. 이에 다라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하여 이득을 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변호사는 비용이 많이 든다. 물론 인권변호사도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례들을 살펴보면 법률의 해석 여하에 따라 달라짐을 허다하게 볼 수 있는데, 이 글에서 최근에 있었던 두 사람의 사례를 들어 살펴보기로 하겠다. 첫 대상은 김관진 전 국방장관의 구속적부심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1부는 지난 11월 22일 구속수감 중인 김관진 전 국방장관의 구속적부심사에서 석방을 결정했다. 김 전 장관은 구속된 지 열흘 만에 구속적부심사를 신청해서 풀려난 것이다. 구속적부심사는 구속 중인 피의자가 구속의 적법성과 필요성이 있는지 법원에 다시 한 번 판단을 구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중요 사건에서 구속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나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의 위법한 지시 및 공모 여부에 대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며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을 발부하면서 “주요 혐의로 정치 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구속적부심을 맡은 재판부는 완전히 다른 판단과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한편 검찰은 구속 영장을 통해 김 전 장관에 대해 ‘향후 재판에서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만큼 신변을 비관해 자살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했었다. 대체로 구속적부심의 인용으로 풀러나는 경우는 영장 실질심사 때와는 사정이 달라져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김 전 장관처럼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석방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김 전 장관의 혐의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여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국군사이버사령부에 ‘정치 댓 글 공작’을 지시해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군 형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사이버사령부 근무원을 늘리면서 “우리 사람을 뽑으라.”며 호남 출신을 뽑지 말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합참의장.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장관,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안보실장으로 중용되어 무려 3대에 걸쳐 국방부 요직을 담당했으며 ‘뼛속까지 무인’이라는 칭호로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군인’이란다. 김 전장관의 영장이 청구될 때 많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의 구속에 대해 보수층에서는 “북한이 두려워하는 군의 핵심 인사를 구속시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액션”이라는 여론이 있었으며, 향후 남북관계를 고려해 북한이 껄끄럽게 생각하는 김 전 장관을 구속시켜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이런 기류가 사법부 내의 보수 법관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김 전 장관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을 터인데 조사 과정에서 억하심정으로  국가 기밀을 누설한다면 엄청난 국가 안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사례로 문재인 정부에서 정무수석보좌관에 임명되었으나, 여러 가지 비리혐의로 구속 영장이 신청되었던 전병헌 수석이 지난 13일 새벽에 풀려났다. 법원에서 구속 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전병헌 전 수석의 혐의는  2015년 재 승인을 앞둔 롯데홈쇼핑을 압박하여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되어 있는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여 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하고, 롯데 측으로부터 수백만 원의 무기명 선불카드(기프트카드)를 제공받아 가족이 제주도에서 쓰게 한 혐의다. 또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으면서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산 20억원을 한국e스포츠협회에 배정을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한 차례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이 되어, 다시 보강수사를 벌여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던 것이다. 검찰은 법원의 기각사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런 기각 사유는 ‘본적도 없는 사유’라며 법원을 맹비난했다. 기각 사유를 보면 ‘뇌물범행이 의심은 되나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으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다툴 여지가 없는 사건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전병헌 전 수석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도 법률에 의거해 수사를 하고, 재판부도 역시 같은 법으로 판단을 하는데 어쩜 이렇게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올까?  같은 혐의인데도 1심과 2심의 판결이 다르고, 2심까지 범죄혐의로 처분을 받았으나, 3심에서 무죄 석방되는 경우도 있다. 참으로 ‘이현령비현령’ 세상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어째서 끝까지 버텨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