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사회생활이라는 걸 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이래저래 속임수에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고 그때마다 스스로 다짐을 해 보지만 그럴듯한 경우가 닥치면 역시나 아차 하는 순간 이미 버스는 지나갔다는 걸 알게 되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모든 사람을 불신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없으니 어쨌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는데 속이는 자의 지혜가 속는 자의 지혜를 훨씬 뛰어넘으니 그게 문제이다.

인간의 지혜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신의 수준에 이르러 있다고 봐야한다. 외모에서 풍기는 선입견을 극복하고 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판단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사실 작정하고 들면 외모와 행동을 일치시키는 일은 그다지 어럽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행동의 이면에 있는 그 사람의 의도를 읽는 데에 있다. 흔히 말하는 홍보용 선행에서 그 단적인 예를 볼 수 있다 하겠다. 

연말연시가 되면 각종 선전용 자선행위가 종종 우리들 눈에 띄는데 거기에는 선의로 자신의 능력에 맞게 기부를 하고 잠시나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그 고통을 나누며 진심으로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도 물론 많다. 그런가하면 어깨띠를 두르고 떼로 몰려다니며 플랜카드까지 걸어가면서 사진 찍고 보도자료 돌리는 일에만 몰두하는 부류도 없잖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경우는 그나마 쉽게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쉬운 편이다. 문제는 우리의 소소한 일상에서 무심코 넘기는 가운데 이런 일이 끼어드는 수도 적지 않다는 데에 있다. 그런 것을 간해 내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경계해야 하겠지만 자신에게 호위를 보이는 상대를 계속 경계의 눈으로 살핀다는 것은 인간적인 도리로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기 자신이 먼저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내면적 갈등단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완전히 상대방을 신뢰해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공자와 안자가 공통적으로 인(仁)으로써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었으나 거기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즉 성인인 공자에게 있어서 남을 속이지 못하는 인(仁)에 있어서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편안한 행위였지만 안자 역시 인을 행하기는 했으나 인이란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힘써 행한 것일 뿐 공자처럼 편안하게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양자가 모두 인(仁)을 행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볼 수 있으나 내면적으로 깊이 들어가 보면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우리 주위 사람들의 행동 역시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공자는 강조하고 있다. 어떤 사람의 선행이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진정으로 편안한 마음 상태에서 행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낳기 때문에 싫어도 하는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참으로 까다롭기 짝이 없는 공자의 관인법(觀人法)이라 하겠다.

공자가 그 많은 제자 가운데 유독 안자만 겨우 인의 맛을 아는 사람 정도로 인정한 까닭을 알 만하다. 그래서 공자는 ‘이렇게 하면 어찌 나를 속이겠는가’ 라는 말을 두 번씩이나 반복할 정도로 스스로의 자신을 보았다. 

하지만 잘해야 평균 정도에 그치는 우리 같은 부류들이 이런 경지에까지 도달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예 어불성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듯하다. 마치 죽도록 교육을 받고도 사격을 마친 뒤 진흙탕에서 뒹굴며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던 그 시절의 절망감을 형태만 바뀌었을 뿐 나이가 들어서도 그대로 느끼고 있는 뜻에서 스스로도 안타깝고 한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