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리사사자석탑과 오횡묵 군수의 청덕선정비를 관람하면서

 관광버스가 09시 30분경에 함안군 가야읍에 도착합니다. 그곳에는 함안군 문화유적해설사이신 전정열님께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양복차림에 약간 왜소하게 보였지만 얼굴은 해맑은 동안이었고, 목소리는 카랑했습니다. 연세는 아직 70세는 아니라고 하십니다.
 그분의 안내로 함안군 북촌리에 있는 주리사지 사사자석탑(四獅子石塔)을 관람합니다.
 주리사지 사사자석탑은 옛 함안군청이 있던 곳이고, 함성중학교 정문 옆에 있습니다. 주리사지 사사자석탑은 장방형 화강석 기단위에 동남서북쪽으로 돌사자 4마리가 각각 바라보고 앉아 있습니다. 머리위에 놓인 단아한 3층석탑을 받쳐 이고 있습니다. 이곳의 사사자석탑은 매우 특이한 것으로 전라남도 구례군에 있는 화엄사 사사자석탑이 연상됩니다.
 전정열 해설사께서는 이렇게 석탑의 역사를 설명합니다. “이 돌 사사자들은 여항산에 있는 주리사지 땅속에서 발굴 주초돌과 함께 운반해 왔습니다. 우리가 보는 이 주리사 사사자석상이 한때 행방불명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함안군과 각 신문에서 이들을 찾는 광고를 수없이 내자 절도범은 숨겨놓았던 사사자들을 어떤 산언덕 공터에 버렸습니다.” 
 참고자료에 따르면, 2005년 1월에 복원한 것으로 설명되는 사사자삼층 석탑은 첫눈에는 약간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기단과 석탑은 화강암 흰색이고 그 사에 놓인 사자들은 회청색 빛이 약간 감도는 청태(靑苔)가 낀 고색(古色) 때문입니다.
 하지만 멀리서 보니 색감의 조화가 절묘하게 보이고 신비롭기도 하여 부처님의 사자후가 생각납니다. 부처님께서 어느 날 제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개에게 흙덩이를 던지면 개는 달려가서 흙덩이를 물지만, 사자에게 던지면 사자로 곧바로 흙덩어리를 던진 사람을 물어버린다. 열심히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어 사자에게 흙덩어리를 던지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라!” 흔히 사람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설법을 사자후(獅子吼)라고 하지요.
 동물의 왕인 사자가 포효(咆哮)하면 산중의 뭇짐승들은 모두 조복하듯이 사자후 같은 부처님의 설법은 모든 마군을 물리쳐 조복시키고 국왕과 장자와 사성계급의 모든 사람들을 귀의(歸依)시켰습니다. 그리고 평등하게 제자로 받아들었습니다.

 가만히 바라보니, 4마리 돌사자들이 사방을 바라보며 공수(拱手)하듯이 머리로 3층 돌탑신을 받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마치 사자가 불(佛), 법(法), 승(僧) 불교의 삼보(三寶)와 부처님의 법신과 상승적으로 깨달음을 나타내는 성스러운 불탑신(佛塔身)을 받들어 모심을 나타낸 것 같기도 합니다. 또 사자의 포효로 사방의 마군을 물리치고 법신 보호함을 형상화한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 채원 오횡묵 군수와 그의 저서 총쇄록에 대하여

 또한 이곳에서 발견한 것 중 기억에 오래 남으리라 생각되는 반가운 문화유물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부터 100년도 전인 조선조 말에, 이곳 함안에서 군수를 지내고 고성부사로 온 채원 오횡묵 군수의 공덕을 칭송하는 청덕선정비(淸德善政碑)를 발견한 것입니다. 오횡묵 군수의 공덕을 기리는 청덕선정비는 사사자탑비 옆에 서있는 3-4기의 비석 중에 있습니다.  오횡묵 그분은 지방 목민관으로 재직시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날의 일기를 모아 책으로 남겼습니다. 총쇄록이라는 책으로 말입니다.
 총쇄록은 마치 꿀벌들이 꿀과 꽃가루를 모아 값진 벌꿀을 만들듯이 매일 매일 일어나는 일들은 일기체로 기록한 것입니다. 이 총쇄록은 정치, 행정, 경제, 사회, 문화, 벼농사, 병충해, 기근, 기상과 풍토변화, 산 이름, 전설 등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총쇄록 책명은 모을 총(叢)자 꽃가루(옥돌가루) 쇄자, 금석에 새길 록(錄)자입니다. 마치 꿀벌들이 매일매일 부지런히 이 꽃 저 꽃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꽃가루와 꿀을 모아 벌꿀을 만들듯이, 오횡묵 군수도 하루하루 일상사 기록을 금석에 새기듯이 이 책에 모아 담았습니다.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운 이름의 책인지. 저는 틈틈이 한글로 번역된 고성 총쇄록을 읽어 봅니다. 
 고성 총쇄록 오횡묵 부사가 1893년(고종30)부터 이듬해 갑오년까지 재임기간 동안 공사의 모든 일들을 일기체로 기록한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수의 아름다운 시문(詩文)으로 그날의 소회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저자 오횡묵은 고성부사로 부임즉시 전임자들의 누적된 민폐를 조사하여 시정합니다. 그 와중에 이익을 챙기던 아전과 주민들의 계속된 저항에 고통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로지 따뜻한 마음과 공명정대한 일처리로 일을 완수하는 과정이 보입니다. 같은 때 동학농민운동으로 온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지만, 고성은 저자의 바른 정치로 동학농민운동에서 비켜가게 됩니다.
 이런 것이 기록된 총쇄록은 그 당시 역사 이해에 귀중한 가치를 제공하므로 우리 고성문화원에서는 많은 예산을 지원 받아 2007년도에 모두 한글로 번역 하였습니다. 관공서, 도서관, 경상남도고성교육지원청을 비롯한 군내 초, 중, 고등학교에 배포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D형, 목민관이 매일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은 선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일기를 모아 책을 남기는 것은 자기의 행동과 내면의 세계 모두를 백성들에게 명명백백히 보여 주는 것인데,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는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은 감히 생각도 못하는 일이기에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자는 탁월한 문장력과 정직한 성품, 능숙한 사무능력을 갖춘 분으로서 소신 분명한 떳떳한 행정에 부지런함과 철저함으로 이 책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오횡묵은 지방목민관 재직 10년간에 ‘정선총쇄록’, ‘자인총쇄록’, ‘함안총쇄록’, ‘고성총쇄록’, ‘채원집’ 그리고 지리에 관한 저술인 ‘여재촬요(輿載撮要)’등을 남겼습니다. D형께서도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유합니다.

■ 고적미를 보여주는 무진정에서 낙화놀이를 알아보다

10시 30분경에 주리사석탑지를 떠나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158호인 무진정에 도착합니다.
무진정은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 547번지에 있습니다.
참고자료에 의하면, 이곳 무진정은 조선 명종 22년(1567)에 무진(無盡) 조삼(趙參) 선생이 후진양성과 남은여생을 보내기 위해 직접 지은 정자입니다.  무진정 이름은 조삼선생의 호에서 연유된 것입니다. 조삼선생은 조선조 성종 4년에 태어나 성종20년에는 진사에 합격하였습니다. 그 후 중종 2년에 문과에 급제 함안, 창녕, 대구, 상주 등 경상도 일대에서 부사와 목사를 역임하고 내직으로는 사헌부집의 겸 춘추관편수관을 지냈습니다. 이러한 조삼선생은 노후에 이곳에 무진정을 짓고 후학을 가르치고, 동료들과 강론을 하였습니다. 무진정 앞에는 꽤 넓은 타원형의 연못이 있습니다. 연못 중앙에는 인공으로 조성한 석가산 섬이 3개 있으며 석가산 섬에는 왕버들나무가 자라나서 가지를 연못 수면 위에 늘어지게 드리우고 있어 매우 아름답고 고적미 넘치는 풍경입니다.
 무진정 뒤로는 노송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앞에는 대밭과 왕버들나무들이 있는 연못이 있어 겨울에도 푸른색을 잃지 않아 경치가 삭막하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무진정은 소나무와, 대나무, 정자와 암반 바위, 왕버들과 연못 그리고 무진 조삼선생의 인품과 역사가 함께 어우러진 곳이라 하겠습니다.
 왕버들나무들은 수명이 약 500년 정도라고 합니다. 섬 모양 석가산과 석가산 사이를 이어주는 난간이 있는 석조다리의 교각 모두 아치형 콘크리트 입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