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 마오쩌뚱, 폴 포트, 히틀러는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의 인권과 목숨을 앗아간 독재자다. 그들이 권력을 잡기까지 어떻게 책을 읽었으며 무엇이 그들의 신념을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독서가 반드시 성인군자만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괴물을 만들어낼 때가 있다. 잘못 읽은 독서의 결과로 자신만 구렁텅이로 빠지면 좋으련만 꼭 이런 사람이 권력을 잡아 죄 없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었다.스탈린은 '수불석권'이란 동양의 경구를 평생에 걸쳐 실천했다. 감옥이나 유형지며 심지어  전장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전해질 정도이니 말이다. 스탈린의 독서열은 '금서'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됐다. 스탈린이 16세 때 신학교에 사제가 되려고 입학했는데 신에 관련된 책 외에 모든 도서를 금지하는 규율에 반발해 금서 클럽에 가입하고 금서를 읽은 것이 독서편력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그저 소년들이 읽을 법한 문학 서적들이었지만, 금서 열람의 폭은 점점 넓어져 마르크스, 레닌주의 사상에까지 이르게 된다. 결국 그는 무신론자가 되어 신학교를 중도에 그만두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권력을 잡은 스탈린이 부하들의 충성심을 확인하기 위해 신학교에서 배운 교리문답의 형식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신학교에서 소설 정도는 읽게 했다면 소련, 더 나아가 우리의 역사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마오쩌둥의 독서편력도 스탈린과 유사하다. 다만 스탈린 반항의 대상이 신의 계율이었다면, 마오쩌둥은 유교 질서와 그의 아버지였다. 유교의 고전 대신 수호지와 같은 소설을 읽었다는 점도 신학 서적 대신 빅토르 위고의 혁명소설을 읽었던 스탈린과 비슷하다. 다만 마오쩌둥은 철저한 '독학자'였다. 17세가 되어서야 중학교에 진학한 그는 이듬해부터 도서관에서 6개월간 미친 듯 열렬히 책을 읽었다고 회고한다. 그렇게 그가 20세가 되기 전에 읽은 책들 중엔 몽테스키의 법의정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밀의 자유론, 다윈의 종의 기원 등이 있었다. 일찌감치 서양의 사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던 셈이다. 엄격한 규율에 대한 반항심이 결국 더 엄격한 독재자로 이끌어갔던 과정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미워할수록 흉보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맞는 것일 수도 있겠다. 

킬링필드로 알려진 캄보디아 독재자 폴 포트는 ‘잘못된 독서’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을 만드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폴 포트는 프랑스 유학 당시 캄보디아 유학생들의 사상학습모임인 마르크스 클럽에 가입했다. 다만 그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저작을 어렸을 적 배운 불교 교리처럼 받아들여 자신을 악인을 물리칠 선인으로 인식했을 뿐이다. 공장 노동자들이 전무하며 농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봉건사회에 가까웠던 캄보디아에 마르크스, 레닌의 사상은 잘 들어맞지 않았지만, 폴 포트는 마오쩌둥의 저작과 크로포트킨이 쓴 프랑스 대혁명을 읽은 걸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그는 독서를 통해 얻은 어설픈 이해와 지나친 확신으로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였고, 그 결과는 대량 학살의 역사를 만들었다. 잘못 읽은 책을 자기 식대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 수 있는 사례다.

히틀러는 강한 열등감이 맹렬한 독서의 형태로 나타난 사례다. 히틀러가 뮌헨의 어느 저명한 교수에게 토로했던 대로 그는 '명성도, 지위도, 학력도 없는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이 정치 지도자가 되려는 야심을 이루기 위해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한 사상적 배경이 필요했다. 실제로 그는 죽기 전까지 거의 매일 500쪽에 가까운 책을 읽었고 2만권이 넘는 장서를 가졌으며 두 종류의 백과사전을 수시로 들춰보며 확인하는 습관을 가졌다. 다만 훌륭한 독서가 될 수 없었던 이유는 그의 독서가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하는 독서였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위대한 인종의 쇠망, 백인 지상주의에 맞선 유색 인종들의 해일, 국제유대인 등 인종 차별적인 도서들만을 편협하게 읽어 그의 반유대주의를 만들었다. 독서의 편식이 가져온 결과 중 최악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이 책들이 모두 미국에서 출간됐다. 히틀러의 반유대주의와 인종 차별주의가 그의 창작품이 아니라 미국, 유럽 등지에 상당히 퍼져있던 사상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