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에 대한 심판을 거듭해왔다. 그 중에도 혁명이나 다른 정당이 정권을 잡았을 경우에는 참으로 가혹했다. 명분은 부정‧부패의 일소였다. 그러나 그 후 그 정권 역시 부정부패의 심판을 받아야만 했다. 때마다 시기마다 부정과 부패 즉 적폐는 과제가 다를 뿐, 프레임(틀)에 따라 항상 있게 마련이다.

지금 문재인정부에서 대대적으로 내세운 정책이 ‘적폐청산’이다. 적폐(積弊)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인데, 이 적폐청산을 놓고 여‧야가 맞붙었다 이는 적폐청산이란 명분으로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지난 10월 16일 오전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갑자기 발언권을 요청해 입을 열었다. 구속기간 연장에 대한 소회를 시작으로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저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고 말해 자신의 현 처지가 정치보복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당연히 찬‧반 의견으로 맞섰다. 더욱이 박근혜 전대통령은 인권침해와 정치보복에 대해 미국 CNN 방송과 국제법률지원단 등에 제보하고 유엔 인권최고 대표사무소에도 조사를 요청했다고 하니,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왜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면 앞의 정권에 대해 따지려드는가? 그 중에서도 정당이 다른 정권이 들어서면 더 거센 정치파동에 휩싸였다. 전 정권에 부정이 있으면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나친 간섭은 화를 자초하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지난 2대 정권인 이명박. 박근혜 정부만을 파헤치고 있다. 왜 하필이면 그 두 정권만 적폐가 있었는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전 정권 모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면서, 노무현 정권의 뇌물혐의를 들고 나섰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전형적인 물 타기 수법이라며 발끈했다. 그 외에도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대해 따져 들면 적폐는 있기 마련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지지율이 70%를 웃돌고 있다. 부정부패 즉 적폐의 청산으로 지지율을 높이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며 근무 여건이 열악한 공무원의 증원 등으로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대통령 후보였을 때 국민 다수가 걱정했던 친북성향도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강력히 대처함으로써 희석시키고 있다. 또 앞으로 5년 동안에 사회적 기업을 지원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명을 충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회적 기업이란 협동조합, 마을기업 향토기업 등이다. 그러나 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9.2%이며 체감은 더 크다고 하니, 언제 실업자 구제가 이뤄질지 아득하다.

적폐란 평가 여하에 따라 규정이 달라질 수 있다. 벌써 대통령 공약사업 중 탈 원전 정책이며 신 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큰 손실을 가져오게 되었다. 새 정부의 탈핵정책에 따라 신 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발표하고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겠다며,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하여 여론수렴에 들어갔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20일 공론화 위원회에서 여론수렴 결과를 발표했는데, 압도적인 건설찬성으로 건설재개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 3개월간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이 1000억원에 이르고, 공론 조사에 든 비용만도 46억원이란다. 또 탈 원전 정책을 내세워 시행 중인 원자력 발전소를 백지화 한다는데, 지금까지 여기에 든 예산도 1조원에 이른단다. 그동안 원자력발전소 부지로 재산권을 행사 못했던 지역에서는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무엇보다도 여론조사를 앞세워 그동안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켰으며, 건설업체와 노동자들에게도 큰 고통을 안겼다. 이처럼 막대한 손실과 국론분열은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 같은 신 고리원전 56호기 건설관련을 놓고 자유한국당에서는 사필귀정이라면서 그동안 사회갈등을 초래한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한다며, 국민 분열을 유발한데 책임을 지라고도 했다. 아울러 야당은 이를 신적폐로 지목하고 있다.  앞으로는 정말 적폐가 없었으면 좋겠지만, 어찌 그게 대통령 한사람의 마음대로 되겠는가?  

지금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50여만 명이나 정규직으로 전환을 했단다. 이는 비정규직원의 2/3에 해당한다니 대단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애초에 기업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채용할 때는 그만한 조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채용 조건을 무시하고 비정규직원을 정규직화 한다든지 임시직 공무원을 정식공무원으로 채용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직원 정원 조정이 불가피 할 것이고 보수체계와 정규직원간의 유대 또한 예사 일이 아닐 것이다. 이에 따른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공무원 증원에 따른 보수의 재원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 대문에 인기 전략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는 과거에만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적폐청산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는 나라가 되는 것인가?  전 정권은 대체 뭘 했으며, 관련 공직자들은 왜 줄줄이 기소되는가? 왜 새 정부는 과거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여겨 새롭게 나아갈 생각은 않고 심판만 내세우는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일들이 첩첩산중인데 뒷걸음만 치는 꼴이다. 지금이라도 ‘과거사 전쟁’은 그만 두고 발전하는 새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