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잡기 놀이는 여러 명의 학생들이 둘러 앉아 위의  간웅(奸雄) 조조를 찾아내어 벌을 주는 놀이다. 

학생들은 먼저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뽑는다. 여기서 유비의 쪽지를 뽑은 학생이 명령관이 되어 휘하 장수의 이름을 부른다. 

가령 제갈량을 불렀으면 제갈량의 쪽지를 가진 학생이 조조의 쪽지를 가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을 찾는다. 제대로 찾았을 경우에는 조조의 쪽지를 가진 학생이 벌칙을 수행하지만 틀렸을 경우에는 제갈량의 쪽지를 가진 학생이 벌칙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 조조잡기 놀이는 현대교육의 역할놀이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어떤 도덕적 모텔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모텔이 중요하게 여겼던 덕목 혹은 모범적인 자세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원(員) 놀이가 있는데 이는 학생들 가운데 접장(接長) 같은 대표가 최초 원님이 되고 나머지는 백성이 되어 원님에게 소(訴)를 제기한 뒤 판결을 받는 놀이다. 이 때 현명한 판결을 내린 경우에는 존경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판결을 내린 경우에는 놀림을 당하면서 쫓겨나고 다른 학생이 원님이 된다. 원 놀이는 때때로 서당간의 대결로 확장되어 이루어졌는데 여기서 패할 경우 훈장이 사퇴하거나 서당이 문을 닫아버리기도 했으니 이 놀이가 서당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교육의 모의재판과 유사한 원 놀이를 통하여 학생들은 지혜로우면서도 윤리적인 판단능력을 익히게 되고 스스로의 도덕적 심성과 학업성적을 확충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서당에서는 다양한 놀이를 시행함으로써 학생들의 협동심, 단결력, 준법성, 애향심 등을 고취시켰다.

그런데 서당의 놀이는 대부분 훈장과 접장이 참관하여 이루어졌다. 만일 언급한 놀이들이 연령대와 판단능력이 상이한 학생들에 의해서만 진행되었다면 이것은 불필요한 과열경쟁이나 싸움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훈장과 접장의 훈육이 함께 함으로써 놀이가 단순한 오락에 그치지 않고 올바른 도덕적 심성을 지향하는 하나의 교수학습방법으로 승화될 수 있었다.

일례로 승경도 놀이에서 한 학생이 비급한 방법으로 동문학생들을 제치고 영의정이 되려고 한다면 동석해서 참관하던 훈장과 접장은 분명히 그 학생의 비도덕적인 행동과 마음가짐을 엄하게 꾸짖었다.

전통 서당수업의 훈육은 상벌을 통해서도 이루어졌다. 근대 계몽기와 일제강점기에 실제 서당수업을 경험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구술연구를 살펴보면 주목할 만한 부분이 발견된다. 그들은 상보다는 벌에 대한 기억을 확실하게 떠올렸던 것이다. 이때 그 기억을 안 좋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면담자의 대부분은 벌의 필요성과 스승에 대한 감상의 마음을 먼저 떠올렸다. 이것은 공교육의 실패니 교권의 추락이니 하는 말들이 낯설지 않은 우리 교육의 상황에서 분명히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