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거제‧통영‧고성 어민들이 길거리로 나왔다.
거제‧통영‧고성어업피해손실보상대책위원회(위원장 손병일, 이하 대책위)는 지난 7일 오전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본부 정문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통영기지에서 배출하는 염소로 인해 어업피해를 보고 있다며 보상을 촉구하기 위해 열린 이날 집회에는 거제‧통영‧고성 어민들과 각 지역 조합장, 기초의원 등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어민들은 ‘진해만 수산동식물 몰살시키는 동영기지본부 가동을 즉각 중단하라’, ‘염소 피해 알고도 은폐시킨 한국가스공사는 책임져라’ 등이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펼쳤다.
그동안 한국가스공사는 배출되는 냉배수 내 잔류염소에 따른 어업피해는 인정할 수 없다며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어민들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에 걸쳐 부경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에 어업피해용역을 의뢰했으나 최종보고서를 한국가스공사에서 부경대의 부분적 과실로 용역보고서를 폐기했다고 한다.
2012년 다시 합의를 통해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과학기술연구소를 용역기관으로 선정하고 결과에 따르기로 했으나 소음, 염소에 대한 조사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고 별도 용역으 발주했다.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해양대학교에 의뢰한 어업피해 용역에서도 결국 ‘염소 잔류로 어업 피해가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에 한국가스공사 측은 “통영기지에서 내보내는 잔류염소는 0.1ppm 이하인데 한국해양대에서 임의로 잔류염소 피해 기준 농도를 0.12ppm으로 정하는 등 용역보고서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검증자료도 필요해 다시 용역을 의뢰했다”고 해명했다.
한국가스공사는 군산대학교에 한국해양대학교 용역 보고서 검증을 위한 검토 용역을 의뢰했다.
어민들은 한국가스공사에서 잔류염소의 어업피해 문제점을 알고도 책임을 회피하고, 공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용역보고서 채택 거부 등 법적 소송으로 장기화와 피해보상을 줄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며 맹비난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가스공사 측은 잔류염소 농도 0.1ppm이 해양생물에 위해를 가하기엔 미미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생물 활동을 저하시킬 정도의 높은 수준이다”며 “잔류염소가 플랑크톤 등 미생물을 파괴해 먹이사슬의 붕괴, 수산자원의 멸종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손병일 대책위원장은 “16여 년의 세월에 걸쳐 175차례 회의 절차에 따라 결정된 어업피해용역 최종보고서도 수용하지 않으면서 가스공사 측에서 용역비를 들여 타 기관에 검수 용역을 의뢰해 일방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어민을 우롱하는 일이다”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오늘 집회를 시작으로 계속되는 어민들의 요구에도 가스공사가 변화된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통영기지 LNG 운반선 입항에 맞춰 어선을 이용해 선박 접안을 원천봉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대규모 집회를 가진 대책위는 탄원서를 청와대를 비롯한 각 계에 제출하는 등 계속해서 집회를 갖고 물리력 행사도 마다않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어 어민들과 한국가스공사의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