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패해 여지없이 되어버린 것을 일패도지 라고 한다. 한 번 패해 넘어지면 땅에 깔리고 만다는 정도의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기 고조본기(高祖本紀)에 있는 한고조 유방(劉邦)의 말이다.

유명한 진시황 말년에 다음과 같은 설화가 민심을 요동치고 있었다. 동쪽과 남쪽지방에 천자가 될 기운이 있다고 소문이 자자하자 진시황은 동쪽과 남쪽으로 수행을 나가 이와 같은 기운을 찾아 장차 닥칠 후환을 막을 생각이었다. 

장차 천자가 될 유방은 혹시 자기에게 어떤 화가 미치지 않을까 염려되어 미리 산중으로 숨어 버렸다. 그러자 유방이 있는 패읍(沛邑) 사람들이 모두 그를 따랐다.

패읍고을 수령도 반란군에게 죽게 될까 겁이 났다. 그래서 자진해서 고을 백성들을 이끌고 진승에게 호응할 생각으로 자기 직속부하인 소하(溯河)와 조참(早參)을 불러 상의했다. 

그러자 소화와 조참은 “진나라 관리인 사또께서 반란을 일으키려 하면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사또께서 먼저 밖으로 도망쳐 나가 있는 사람들을 불러들이십시오. 아마 수백 명에 달할 것입니다. 그들의 힘을 빌어 대중을 위협하면 거역할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하고 권했다. 

그리하여 번쾌를 보내 유방을 불렀다. 그때 유방을 따르는 사람들은 벌써 수백 명에 달하고 있었다. 

수백 명이 떼를 지어 오는 것을 보자 그 고을 현령은 후회막급이었다. 얼른 성문을 닫게 하고 소하와 조참을 죽이려 했다. 두 사람은 성을 넘어 유방에게로 가서 몸을 의지하여 구사일생으로 죽음을 면하게 되었다. 유방은 비단 폭에 글을 써서 성위로 쏘아 보냈다. 그 글의 지시에 따라 고을 사람들은 현령을 죽이고 성문을 활짝 열었다. 

유방을 맞이한 부로들은 그를 현령에 추대하려 했다. 그러나 유방은 ⌜일패도지⌟란 말을 썼다. 

“천하가 한창 시끄러워 제후들이 사방에서 함께 일어나고 있는데 지금 장수를 한 번 잘못 두게 되면 일패도지하고 만다<天下方擾 諸侯倂起 今置將不善 一敗塗地>”하고 현령이 되기를 사양했다. 

그러나 결국은 자청하는 사람도 할 만한 사람도 없어 유방이 패현의 현령이 된다. 

패령이 패공이 되고, 패공이 한왕(漢王)이 되고, 한왕이 다시 한고조(漢高祖)가 되는 것이다. 

일패도지의 뜻을 주해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깨여져 패하게 되면 관과 골로 땅을 바르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言一朝破敗 使肝腦途地> ’

즉 골이고 창자고 온통 흙과 한당어리가 되고 만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