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에 관광객이 찾아오면 먼저 장산숲과 장산마을로 안내한다. 언제부턴가 장산숲이 백악기 공룡 화석과 함께 고성 관광의 아이콘이 됐다. 

이곳이 장산이라 불려진 것은 마을 뒷산의 형상이 노루가 누워있는 모양을 하고 있어 노루 장(獐) 장산이라 했다. 

그러다가 조선조 중엽 천산재 허 선생이 문장으로 나라에 이름을 떨치면서 문장 장(章) 장산으로 바뀌어 지금껏 불리고 있다.

장산마을은 김해 허씨의 집성촌이다. 고려말 정절공 호은 허기 선생이 신돈을 규탄하는 상소를 올려 고성의 죽도로 유배를 당했다. 

그 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되어 태조 이성계는 호은 선생을 중용하려 했으나, 고려의 신하로서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 하여 거절하고, 장산마을에 터를 잡고 살면서 마을이 형성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마을의 북쪽은 장산, 남쪽은 금정산, 서쪽은 오방산으로 둘러싸여 마을 앞은 넓은 황새미들이 펼쳐져있다. 들 가운데 마암천이 흐르고 있어 산 좋고 물 맑은 전형적인 농촌마을 모습을 하고 있다. 

마을의 지세를 보완하기 위해 조성한 비보숲인 장산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예부터 이름난 풍류터로 알려져 왔다. 

조선 성종 때 퇴계 이황 선생의 제자였던 산천재 허천수 선생이 숲 가운데 노산정을 짓고 연못을 파서 낚시터를 만들었다. 노산정이란 도교의 신선사상에서 유래한 유토피아를 뜻한다. 선생은 노산정에서 후학을 위해 강학하고 계절이 바뀌면 뜻에 맞는 친지들을 불러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장산숲이 조성 당시에는 맞은편 들판 끝까지 이어져 더 장관이었을 텐데 농지가 정리되는 현대화 과정에 그 아름다운 모습이 밀려난 듯하다.(경남도기념물 제87호, 1987) 

장산 허씨 고가는 1865년에 건립됐다. 사당은 목조구조로 건평 10평에 4대의 선조 위패를 모셨다. 대문 양쪽에 방을 따로 만들어 손님을 접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은 조선시대 사대부의 가옥구조와 흡사하기도 하다.  

살림채는 1912년에 대리석과 나무를 섞어 30평 건물에 서재와 귀빈실을 따로 마련하였다. 2층 건물은 살림채와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놓았는데 당시 건축으로 화려한 모습이다. 대문에 들어서면 집무실 서재 안채 내삼문 사당의 구조가 우리의 전통적 가옥 형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경상남도 도지정문화재 자료 제115호 (1985)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