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사회는 바야흐로 총체적 불신불만, 불평불화 불통의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믿어주는 사람도 없고 믿고 맡길 사람도 없다. 

가진 자는 더 가지려고 기를 쓰고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은 없어서 자신의 몫을 적게 받는다고 불만과 불평을 털어놓고 자신의 그 능력만큼 평가받지 못한다고 불평하면서도 스스로는 또 자신만의 잣대로 세상을 평가한다. 우리사회는 결코 화목하지 않다. 지역 간 계층 간 심지어 같은 반 친구끼리도 우정과 화해가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전통이나 우정이나 화목의 신뢰는 없고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양생이 전개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과의 친분과 경제적 이익만을 중심으로 삼아 일을 하거나 냄새나는 권력의 향수에 취하여 예절과 염치와 사회적 책임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 

민생을 위해 공론을 형성하고 도탄에 빠져있는 민생고를 해결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사람들이 뒷전에 앉아서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하는 소리가 사회를 진동케 하니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불행을 초래한 역사의 대립과 갈등과 불만을 더듬어 보면 우리민족이 정말 잊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러운 역사를 디디고 지내왔다. 처음에는 선의의 경쟁을 하다가 차츰차츰 그 경쟁 자체가 목적이 되어 상대를 이기는데 골몰하고 이론과 윤리를 떠나 물리적 공격을 하고 그것이 격화되면서 상대를 무시하고 배척하다가 아예 살육전을 벌여 상대의 대(代)를 끊어 버리는 잔인함을 드러낸다. 그것도 모자라 차라리 나라를 외국에게 넘기더라도 죽어도 상대와는 화해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지독함의 역사가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도 경술국치도 6.25도 그렇게 해서 일어났다.

만약 동인(東人) 이율곡(栗) 이이(李珥1536-1584)의 십만 양병설을 받아들였다면, 만약 김성일(金誠一, 1536-1584)이 황윤길(黃允吉, 1536-?)과 같이 일본 침략 의도를 사실대로 말했다면 임진왜란은 일어나지 않았거나, 일어났더라도 일치단결하였더라면 전 국토가 초토화 되고 수많은 백성이 혹독하게 유린당하고 죽음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만약 노론의 당파에서 광해군을 폐위하는 폭동이 없었다면, 청나라의 실체를 바로알고 적절하고 합리적인 외교적 처신을 하였더라면 병자호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삼전도(三田渡) 굴욕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임진왜란 때에는 중부지방 양반님들이 남부지방 젊은 여성들을 평하여 말하기를 왜수(矮水)가 만복(滿腹)이라 하였고 병자호란 때에는 남쪽나라 양반님이 중부지방 여성들을 칭하여 호수(湖水)가 만복이라 하였으니 이는 동족끼리 할 말이 아니라고 보며 후진성을 나타나는 야만족이 아니고 그 무엇일까.

공자는 살신성인(殺身成仁) 하였고 몸은 죽을지라도 인(仁)을 이루라 하였고, 맹자는 사생취의(捨生取義) 생(生)을 버릴지라도 의(義)를 지키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