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단은 대나무를 엮어 만든 도시락을 말한다. 표(剽)는 바가지다. 일단사 일표음은 한 개의 도시락밥과 한 그릇의 물이란 뜻으로 굶지 않을 정도의 가난한 가정생활을 말하는 것이다. 

이 말은 논어 웅야편(雄也篇)에 공자가 그 제자인 안자(顔子)를 칭찬한 말 가운데 있는 말이다. 안자의 이름은 회(回)이다. 

어질도다 회(回)여. 한 도시락밥과 한 그릇의 물로 더러운 골목길 사이 언덕 밑에서 사는 것을 보고 여러 사람들은 그 고생을 견디어 내지 못하는데 회(回)는 그 생활을 즐겁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과연 군자답고 어질도다 회(回)여<賢硪回也 一簞食 一剽飮 在陋巷人 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

겨우 목숨을 이어가기 위한 음식물로 더럽고 구석진 뒷골목 오막집에 산다는 것은 누구나가 그 고생을 견디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안자는 그런 가난에 마음이 흔들리는 일없이 그가 깨달은 진리 속에 남이 알지 못하는 즐거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공자는 이 같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즉 일단사 일표음은 인간의 최저생활을 뜻한 말이었다.

공자는 논어 술이편(述而篇)에서 이렇게 자신의 신경을 말하고 있다. 거친 밥 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자도 즐거움이 또한 그 속에 있다. 옳지 못한 부귀나 명성 같은 것은 내게 있어서 뜬 구름과 같다<飯蔬食飮水 曲眩而鍼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공자의 이 같은 신경이 바로 안자의 심경이었던 것이다. 공자에게 노애공<魯哀公>이란 사람이 제자들 중에 누가 제일 학문을 좋아합니까? 하고 물었다.

공자 대답하기를 “안회(回)란 사람이 학문을 좋아해서 성내고 웃음을 잃지 않고 같은 잘못을 두 번 되풀이하는 일이 없으니 애석하게도 젊은 나이에 죽고 없는지라 그 후로 아직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듣지 못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노여움을 옮기지 않는다는 것은 노여움이 그 사람을 위한 한 방편이었지 절대로 감정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뜻한다. 즉 사물에 의해 마음이 동요되는 일이 없음을 말한다. 두 번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인 줄만 알면 자연 하지 않게 된다는 뜻으로 모든 행동이 이성(理性)에 따라 절로 움직여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공자는 또 그를 칭찬하여 ‘회는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다. 내 마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없다<回也 非助我者也 吾言無所不說>’ 라고 했다.

중국에는 오성(五聖) 즉 공자(孔子), 안자(顔回 즉 顔子), 증자(曾子), 자사(子思), 맹자(孟子),가 모셔져 있으며, 동국(東國)에는 오현(五賢) 즉 한훤당 김굉필선생, 일두 정여창선생, 정암 조광조선생, 회재 이언적선생, 퇴계 이항선생의 위패를 성균관 및 234개 향교에 모셔져 있어 2월상정과 8월상정일에 국내학자들이 모여서 제향을 향하고 있으며 또 매월 초일일과 십오일에는 향내 학자들이 모여서 분향을 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