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경남JC특우회 부회장

여양 진씨는 매년 10월이면 충남 홍성군 장곡면으로 시조공 ‘진총후’의 시제를 모시러 간다. 홍성의 고려시대 지명은 여양이었고 진총후는 송나라에서 귀화한 ‘진수’의 아들로 고려 인종 때 ‘이자겸의 난’을 평정한 대장군으로서 슬하에 4명의 아들을 뒀다. 그의 아들 ‘진준’은 무장으로 최고 벼슬까지 올랐으며 진식, 진화, 진온은 모두 과거에 급제하여 문인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오늘날 진씨는 여기서부터 출발점이었다.  

이렇듯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의 성씨는 고려시대 권문세족의 역사와 같이하는데 대전에 위치한 ‘뿌리 공원’에 가면 대한민국 293개 성씨 역사와 유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대충 정리하면, 고려왕에게 맘이 들면 한 고을을 떼어 성지와 함께 성씨를 부여한 것이 오늘날 대부분 성씨에 이른다. 물론 중국과 몽골, 거란, 여진, 인도를 비롯한 중동과 동남아에서 귀화하거나 피가 섞인 성씨도 있다. 그 이전 성씨는 설화와 함께하는 신라시대 대표 박혁거세와 김알지가 있고, 그 후 고려 왕건의 왕씨와 조선 500년 대표선수 이씨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표 왕족은 김, 이, 박, 왕 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제에 옥씨가 많은 이유는 고려 멸망과 유배지로 씨족을 멸하던 당시 ‘王’에 점 하나를 더한 ‘玉’씨가 궁여지책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고려는 무신의 나라였기에 장군이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었다. ‘묘청의 난’을 제압한 김부식은 고려의 대표 장군으로 무관이자, 사대주의였기에 아쉽긴 하지만 당대에 뛰어난 문인이었다. 또한 그는 신라 태종무열왕계 김씨 왕족의 후손이라는 것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신라와 이웃해 사사건건 시비와 전쟁을 일삼은 성읍국가 ‘가야’는 눈에 가시였다.  

6가야와 함께 작은 성읍국가들은 끝내 통일신라에 편입되긴 했지만, 5, 6세기 한반도 가야연맹은 철의 생산지로써 위력이 막강하여 주변국 일본과 백제 고구려와 신라가 군침을 흘리기에 충분했다. 그중에서 철제와 도기문화 선진국인 가야는 왜인의 잦은 침략 대상이었다. 왜구의 침략과 노략질은 고려시대에도 끊임없었고 내치에 급한 조정은 외치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중국 사마천의 <사기>를 베낀(형식) 역사서가 탄생하는데 그것이 <삼국사기>며 김부식의 왜곡된 시선으로 인해 가야역사는 이로부터 역사서에서 차츰 사라져 가고 있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 6가야, 탐라(제주)로써 <열국사기?>여야 했다. 동시대에 한반도에는 엄연히 고려시대보다 더 긴 가야역사가 존재하였지만, 그가 굳이 삼국사기라고 한 것은 주관과 객관의 혼돈과 중국 역사관으로 본 가야문화를 성씨 없는 하류문화나 신라의 복속국 정도로 분류했으며 탐라는 아예 취급도 하지 않은 것이다. 어찌 보면 성씨의 반란으로 봐도 무방하리라.

이로 말미암아 고려말 일연스님의 정사가 아닌 야사로 <삼국유사>를 지었고, 이승휴의 <제왕운기> 등에서 가야사가 부활하긴 했으나, 실로 미미하였기에 끝내 잃어버린 제국 가야는 오늘날 일본에 의해 임나일본부의 빌미를 제공하고 만 것이다. 

모화사상에서 비롯한 사대주의자 김부식은 요즘 말로 ‘보수’이며 반대 진영에는 ‘진보’라는 묘청과 정지상이 있었지만, 끝내 김부식에 의해 목이 달아났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아직도 김부식의 역사관에 포로가 돼 있지 않나 싶다. 영남, 호남, 북한, 정확하게 <삼국사기>를 우리가 직접 쓰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