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장상이 영유종호아’라는 문자는 위인전기의 선전광고 같은 곳에 흔히 쓰이는 문자다.
왕이나 제후, 대장이나 재상이 어찌 씨가 따로 있겠느냐 라는 뜻이다. 결국 부귀영화는 실력이나 술수나 수단만 있으면 누구나 차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제비나 참새 따위가 기러기의 큰마음을 어찌 알겠느냐(燕雀安 知鵠之志)고 한 진승(陳勝)의 말을 제목에서 약간 비친 바 있지만 그다음 이야기에 진승의 이 같은 말을 우리는 또 보게 된다.
진시황이 45세에 죽고 그 아들 호야가 천자가 된 것을 알자 각 지방에서 반란이 불길처럼 일어나 각 고을로 번져가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민심을 동요케 한 사람이 바로 진승이다. 진시황의 아들 호야가 천자 자리에 앉은 첫해 진승은 오광이라는 당세에 존경받는 학자와 함께 강제징발을 당하여 구(九)백여 명의 장정이 북쪽(지금의 티베트) 수비병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 마침 장마철을 만나 홍수로 인해 길이 끊기는 바람에 진나라 정부에서 지정한 기한까지 지정된 장소에 도착할 수 없게 되었다. 날짜를 어기거나 하루라도 늦게 도착하게 되면 진나라 법에 의하여 무조건 사형을 당하게 되어 있었다.
진승은 오광과 여러 번 상의하여 반란을 일으키기로 철통같이 맹세를 하고 먼저 인솔책임자인 두 사람의 장교에게 본 취지를 의논하였으나 듣지 아니하자 전승은 서슴지 않고 칼을 뽑아 두 장교를 죽이고 나서 구백 명의 장정들을 한 자리로 모았다.
 “여러분이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처자를 만나고 싶거든 내가 하는 말을 유심히 들어보라”고 열변으로 설하였다.
“여러분은 나와 함께 장마를 만나 기일 내에 도착하지 못하게 되었다. 시기를 놓치면 죽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설혹 사형을 면한다 할지라도 변방 국경지대 수비하는 군인이 될 것이다. 자고 이래로 변방 군인들은 열이면 일곱은 죽기 마련이다. 또한 장부가 죽지 않으면 모르되 이왕 죽을 바엔 대의명분을 위해 죽어야 할 것이 아닌가. 여러분 왕후와 장상이 어떻게 씨가 따로 있을 수 있겠는가(王侯將相 寧有種乎)” 그러자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옳소”하는 소리를 외치며 시키는 대로 할 것을 맹세하였다.
이리하여 진승의 목숨을 건 모험은 성공을 보게 되었다. 가는 곳마다 성벽과 도시를 쳐서 이를 손아귀에 넣고 군사를 점점 불리어 진(陳)에 도착했을 때는 수레가 육칠백 대나 되었고 말이 천 필에 보병이 만 명에 이르게 되었다. 그 무서운 진시황이 점령하였던 진나라를 함락시키고 진승은 여기에 근거를 정하고 자신이 왕위에 올라 나라 이름을 장초(張楚)라 불렀다. 마침내 그의 말대로 씨가 따로 없어 왕이 되어 부귀를 얻게 된 것이다.
진승이란 사람이 성공했다는 소문이 전해지자 순간 각지의 호걸들이 진나라 관리들을 죽이고 군사를 일으켜 진승에게 항복했다.
그러나 복잡한 정세 속에 남을 의심한 진승은 사람을 올바로 쓰지 못하고 결국 다른 사람 손에 죽고 만다. 그러나 그가 던진 씨는 마침내 진나라를 멸망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