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기원전 501년에 공자께서 나이 50세에 광(匡)이라는 지방을 지나가고 있을 때 갑자기 그 고장 사람들에게 포위를 당해 위험한 지경에 빠지게 되었다.

그 연유와 까닭은 이러했다. 공자와 얼굴이 비슷하게 생긴 양호(陽虎)란 장수가 일찍이 광을 공략해 들어와 그 고장 사람에게 가진 포악과 재산탈취 및 부녀자 강간을 자행하고 물러 갔었다. 공자를 양호로 잘못 본 그들은 군대 호위 없이 혼자 지나가는 양호를 붙들어 옛날에 당했던 복수를 할 생각으로 손에 몽둥이와 괭이를 들고 겹겹이 둘러싼 채 공자를 풀어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풍전등화에 처해 있었다.

뒤처져 따라오던 제자들과 한곳에 모이기는 했으나 제자들은 글만 배우는 백면서생이라 아무래도 폭한들의 태도가 너무 강경하고 심상치 않은지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러나 공자는 광폭하고 부랑당 같은 그들을 위로하여  이렇게 말했다. 

“만일 하늘이 나의 도학을 없앨 생각이었다면 내가 이 도학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늘이 도학과 윤리를 없앨 생각이었다면 내가 도학과 윤리를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늘이 도학을 없앨 수 없는 한 아무리 광폭한 이 고장사람이라 할지라도 하늘의 이치를 거역해 가며 나를 해치지는 못할 것이다(天地將喪斯文也 後死者 不得與 於斯文也 天之未喪 斯文也 匡人其 如予何)”

공자는 다시 말하기를 나는 쉰 살에 천명(天命)을 알았다(五十而知天命)고 했다. 이것은 공자 자신을 말했다기 보다는 사람의 수양과정을 말하면서 쉰 살쯤 되며 인간은 하늘이 어떤 것이고 운명과 사람의 됨됨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된다는 것을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공자는 세상을 올바로 이끌기 위한 오직 정중한 생각에서 잠시도 편안할 날이 없이 중원천하의 열국을 순회하고 있었다. 그것은 도탄에 빠져 헤매는 백성을 건지려는 성자의 훌륭하고 안타까운 자비심과 측은지심에서 나온 행동과 성스러운 높고 넓은 뜻이었지 아무런 다른 뜻이 없었다.

오직 자기가 이 세상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큰 사명을 하늘로부터 부여 받았을 것이라는 굳은 신념에서 최선을 다 한 것뿐이다. 죽으면 죽는 것이 하늘의 뜻으로 여기고 죽이는 사람을 탓하고 싶지 않는 것이 성자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일찍이 공자가 송나라로 갔을 때에도 환퇴(桓魋)라는 대신이 공자를 죽이려고 했다. 비밀정보를 전해들은 공자는 제자들의 조바심 속에 평민 차림으로 송나라를 빠져 나갔다. 이때도 제자들은 환퇴의 군대가 곧 뒤를 덮칠 것만 같은 생각에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공자는 이때도 하늘이 사명을 나에게 주셨으니 환퇴 그가 나를 어떻게 하겠느냐(天生德於予 桓魋其如予何)하고 제자들을 안심시켰다.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이란 바로 이런 것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