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식지는 둘째 손가락을 말한다. 옛날에는 그 손가락으로 집어 먹는다고 해서 먹는 손가락이란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식지가 동한다는 말은 먹을 생각이 간절해서 손가락이 절로 음식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뜻으로 풀이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 식지가 움직인다는 말은 다음과 같은 역사적 기록에서 비롯하여 조선조에 까지 유래되어 전해 온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춘추좌씨전에 보면 선공(宣公) 4년<기원전605년>에 초나라 사람이 정영공(鄭靈公)에게 큰 자라 세 마리를 바쳤는데 정영공은 그 자라를 죽을 만들어 조정의 신하들에게 나눠줄 생각이었는데  그날 아침에 공자 송(宋)이 그 친구인 공자(公子-여기서 공자라 함은 귀족의 아등 또는 높은 벼슬자리에 있는 아들을 칭함) 자가(子家)와 함께 조회에 들어가려는데 공자 송의 오른손 둘째손가락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자 송은 그것을 자가에게 보이며 “오늘은 반드시 뭔가 별미를 먹게 될 거야. 전에도 이 둘째 손가락이 공연히 움직이게 되면 그날은 반드시 별미를 먹게 되었거든” 하는 것이다. 

조회에 들어간 두 공자는 한쪽 모퉁이에 요리사가 자라죽을 끓이고 있는 것을 보자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손가락이 움직였던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못난 영공임금은 그들에게 웃는 까닭을 캐물었다. 까닭을 듣고 영공임금이 말하기를 “제아무리 손가락이 움직여도 과인이 주지 않으면 먹지 못할 것 아닌가” 하고 장난기 어린 말을 던졌다. 

영공이란 임금은 요리사에게 가만히 비밀리에 타일러 자라죽 두 그릇이 모자라도록 만들어라고 일렀다. 그런 다음 공자 송과 공자 자가에게 마지막에 돌리게 하고 결국 두 그릇이 모자라 공자 송과 공자 자가는 자라죽을 먹지 못하게 되었다. 영공 임금은 궁중에 모인 대신들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공자 송의 손가락 움직임도 정확성이 없는 허황된 말이로군” 하고 놀리는 투로 비난을 했다. 

평소부터 비리와 부정에 얼룩진 임금으로서 백성들의 원성을 듣고 있는 어리석은 임금이다.  상처를 받아도 참고 있으면 바보로 취급되고 상대방에게 대들고 따지면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보편적인 인식이다. 그래서 지금시대나 그 시대에는 겸손하고 정직한 사람은 설 땅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공자 송과 공자 자가는 조용히 서로 의논하여 국내에 씩씩하고 용맹있는 청년들 백여 명을 동원하여 폭동을 일으켜 정나라 영공임금을 궁 밖으로 쫓아내는데 성공하였다. 이어서 영공의 목을 베어 죽이고 새로운 임금을 추대하여 옥좌에 앉히게 하였다. 음식 차별처럼 깊은 원한을 주는 것도 엄청난 파장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식지가 동한다는 말은 ‘구미가 당긴다’ 또는 ‘야심을 품는다’ 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기원전 605년 춘추시대 정나라 영공임금이나 똑같은 인물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