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서양의 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만 고려시대부터 종가(종택)제도가 형성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종가 문화는 쉽게 단절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계승되는 특징이 있는데 이런 배경에서 종가를 전통문화의 마지막 보루라고 칭하기도 한다.
전국지역에서 제작한 관광지도를 살펴보면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에 위치한 일두 정여창선생의 종가,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있는 회재 이언적선생의 종가 등이 그 대표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종가가 개별가문의 소유를 넘어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자리매김 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종택의 솟을 대문은 늘 활짝 열려 있다. 흥미로운 것은 종가의 솟을대문을 드나드는 사람은 비단 후손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생면부지(生面不知)한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그야말로 종가는 정통문화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이는 고색이 찬연한 규모와 일반가정에서는 볼 수 없는 현판 그리고 종손과 종부의 엄숙한 의복차림은 지금세상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고전적 자세와 자상한 언어와 친절한 자세이다.
종가의 오래된 전통은 유형의 자산에만 그치지 않는다. 종가는 현조(顯祖)를 중심으로 전해 내려온 정신적이고 내면적 가치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흔히 이를 인문적 가치라고도 한다. 우리사회는 현재에 물질 위주의 삶을 형성해온 탓에 정신적 지주와 도덕적 가치를 외면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로인해 오늘의 우리들은 각종 사회문제에 시달리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최근 우리사회 곳곳에 인문회복(人文回復)을 외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문의 중심은 사람에게 달려있고 그 사람의 형성은 부모에게 있고 그 부모의 형성은 종가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종가집이 바로 서지 않으면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견하고 정체성을 수립하고 발전해 간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사람은 없어지고 물질만 풍요롭게 넘쳐나고 있다. 개체만 떠도는 사회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면 피폐된 삶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이러한 탈인문적 삶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으로써 도덕과 윤리를 갈망하는 것은 오래전부터이다.
충청남도에 사계 김장생의 종가에는 5백년<15대>을 계계승승으로 이어오면서 종가의 자산이 파손되거나 감소될 시에는 종회를 개최하여 종원들의 부담으로 종가의 재산을 보충하여 항상 종가댁에는 부족함이 없이 풍족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였고 또 충청남도 대덕군에 우암 송시열선생의 종손은 12대를 이어오면서 해마다 추수기에 곡식을 거출하여 종가에 기증하였음으로 종가에서는 생계유지에 손색이 없이 현재까지 계계승승하고 있으며 종중의 중요한 안건들은 종가댁에서 회의를 개최하여 이를 의결하여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종손과 종가는 윤리함양과 질서유지에 표본이 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