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

jtbc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브리핑은 역사적 사실을 도려내는 대 서사시(敍事詩)요 굴곡진 현대사의 뜨거운 불침 영혼, 진실유포 죄 뱉음이다. 거친 상처 생명의 즙을 동여매고 아린세상 떼어내는 속울음은, 사람 사는 세상만이 흘릴 수 있는 꽃의 눈물에 심장을 준다.

【끝이 처음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처음의 마음만큼 간절하고 뜨거운 것은 없겠지요. 그러나 사람들은 끝도 처음과 같고자 애를 씁니다. 흐트러짐을 다잡고 질척이는 모습을 남기지 않으려는 것. 그것은 끝까지 존엄을 지키고 싶은 인간의 욕구 때문일 겁니다.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법정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란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내려놓음, 비움,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끝내는 홀로 서는 것.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이별하고 있는 중입니다. 100% 대한민국이 아니라 몇몇의 꿈이 이루어졌던 나라. 국민 돈으로 만들어진 지원금에 꼬리표를 달아 문화예술을 좌우하려 했던 폭력. 그 밖에도 셀 수 없는 그 많은 비정상들. 그것을 보고도 못 본 체 했던 고위공직자와 대학의 스승들과 공무원들의 구태와, 그 비정상을 계속 유지하고자 시민을 선동하고 광장의 다른 편으로 동원한 어두움까지. 시민들은 온 나라를 뒤덮어왔던 그 수많은 비정상들과 이별하고자 합니다.
그 아름다운 마무리. 처음과 같은 끝을 위해 시민들은 광장에서 질서를 지켰고 마음을 어지럽히는 가짜뉴스의 피곤함 속에서도 진실을 보려 애써왔으며, 촛불을 종북이라 칭하는 이들을 똑같이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구태와 비정상. 어두움, 폭력과 비로소 작별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것입니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언론인 김선주의 10년 전 칼럼의 제목입니다. 그는 한때 빛나던 순간들이 이별할 때 추레해짐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사랑의 순간이 뜨거웠을수록 이별의 고통은 크다. 왜 사람들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사랑의 순간들까지도 훼손하는 것일까… 그 빛나던 순간까지도 추레한 것으로 만드는 것을 보면서… 염치와 예의를 차리지 않는 아집을 본다" 끝을 향해 달려가는 지루한 시간 속에서 끝에 대한 예의. 이별에 대한 예의. 지금 시민들은 이별해야 하는 모든 것들을 향해, 바로 그것을 요구하는 중입니다.】

국민의 옹이진 슬픔을 참으로 읽어 맺힌 분노를 삭여내는 시리도록 고마운 시어(詩語)에 다시금 눈물이 주르륵한다.
수백만 촛불 시민이 추운 겨울 목이 터져라 ‘적폐 청산’을 외쳐 새 정부를 세웠다.
그러나 따뜻한 보수를 표방했던 바른정당 탈당파의 자유한국당 복당은 ‘청산되어야 할 정당’의 부활이었다. 적폐의 정당이 선거 와중에 다시 세력을 불린 것이다.
선거 때 홍 후보는 유세에서 “홍준표가 되면 박근혜가 공정한 재판을 받는다. 공정하게 재판하면 무죄가 된다”고 노골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엄호(掩護)했다. 친·박 탄핵 반대세력의 추종은 자칫 우리 정치에 심각한 후폭풍을 낳을 수 있다.
“선거에 도움이 되는 일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당·사무장의 야박한 논리, “춘향인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었다, 양아치 같은 친·박”이라며 독설을 퍼부은 홍준표, 아무리 표를 위해서는 막말·색깔 가리지 않는다지만 스스로 ‘양아치’에게 손을 내민 꼴이라 뭐라 말할지 궁금하다. 그래도 일말의 무안함이 있는지 미국가면서는 “친·박은 빠지라” 그리고 “바퀴벌레”라 했다.보수결집을 위한 선거행위라도 원칙과 명분, 염치와 체면이 있어야한다.
친·박은 탈당 의원들이 복당하려 하자 “벼룩도 낯짝이 있어야지” 탈당파들은 “이 당에선 친·박 청산을 기대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을 뛰쳐나갔다. 그런데 그 당에 복귀하는 대가로 죽었던 친·박을 다시 살려낸 꼴이니 국민들은 극우 보수정치의 진수를 보는듯하다.친·박 세력이 재력과 조직력으로 강한 야당이 되면, 다수 국민이 바라는 문 행정부의 개혁은 후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준표의 부상과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당은 취약한 한국 보수정치의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또한 박 전 정부의 파탄을 보고도 자숙은커녕 과거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더불어 끊임없이 권력을 탐하는 보수정치세력의 하부조직임을 자처하듯, 국회의원 따라 탈·입당하는 기초의원들의 작태는 무슨 의리를 내세우는 조폭영화를 보는 듯 가증스럽고 경이롭다. 뻔뻔한 정치, 개털은 가라 파티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