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

시간을 자본에 넘겨주고 자본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 육체노동자의 휴식은 쉬는 것이 아니다. 찬 겨울 뼛속까지 냉기가 스며들고 여름엔 습기와 땀방울의 고약한 냄새로 머리가 아프고, 일주일은 새벽5시에 출근 또 일주일은 새벽 5시에 퇴근하며, 끼니조차 작업시간에 맞춰먹으니 뱃속이나 신체의 균형이 밤낮을 모르는 열악한 조건하의 노동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노동계약서의 독소조항을 모른다. 다만, 몸뚱이를 죽이며 조금 더 받는 것을 귀족노조라고 빈정댄다. 이러한 악조건의 노동자들은 불합리한 근로조건 개선을 이유로 헌법에 명시한 노동3권인 단체행동권으로 파업을 한다. 인간으로서 대우해달라는 기본권리가 쟁취해야할 대상이니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누구든 열악한 근로환경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것을 기피한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처우가 어떻던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기는 경황이 있다.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개선요구나 파업카드를 꺼내 놓지 않는 이상, 노동환경이 자생적으로 개선될 기미는 없다. 변화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을 그대로 두고 적응하려는 속성이 ‘인내’라는 덕목으로 환원되는 사회 안에서 무언가를 확 바꾸려면 엄청난 육체적·정신적 희생을 감수해야한다. 정작 본인의 근로조건이 조금만 취약해져도 민감도를 보이며 퇴사하는 양반들이 저 일은 나와 상관없는 일로 여기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필부도 어릴 땐 장군이 되고 싶었고, 커 가면서 시민·노동운동가, 수필가 등 수차례 바꾸었다. 그 어느 것 하나 이루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 건, 모든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3D업종으로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경제적으로 삶의 필요조건을 채우기 위해 저마다의 선택적·강제적 노동을 부여받은 것이다. 필부는 추운 겨울 폐지를 줍는 어르신은 사람의 형상을 한 예수라 생각했고, 터미널 화장실 청소하는 아주머니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어떤 노동자의 숭고한 일이 그들이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밥벌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면 슬프다. 생활이 걸린 노동은 피로와 짜증을 수반하며 선택이 없는 기계적 삶이다. 때문에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권력의 작동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이윤의 혜택을 공정 분배하는 복지사회 건설이 시대정신으로 표방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1970년대 도시·산업화과정이나 21세기 현재에도  컴퓨터로 대변되는 일부 환경을 제외하고는 노동의 의식적 측면은 변화가 없다. 우리는 지난세기 오직 경제성장을 위해 달려왔다. 노력하면 모두가 윤택할 수 있다는 이윤 동기는 삶을 왜곡시켰다. 더 잘 살 수 있다는 집단최면은 보다 바쁜 생활만을 가져와 ‘국민행복지수 꼴찌’를 경주한다. 

치열한 사회구조 안에서 바삐 움직이며 열심히 일해도 노동자의 삶은 피폐하기 이를 데 없다. 이윤의 집중이 자본가에게로 쏠린 현재의 시장조건 안에서는 모든 노동자가 자신의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점점 불어나는 자본의 지배아래 노동은 보다 철저히 분업화·체계화·조직화 되어간다. 그러는 와중에 노동자는 사회를 지탱하는 일개 부속품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 

이윤추구 대기업의 힘이 커질수록 빵부스러기를 많이 주는 것이 아니다. 하청업체는 눈치를 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실권을 대기업에 넘겨준다. 시간이 갈수록 자본가의 영역은 확대되고 노동자의 힘은 축소된다. 그 안에서 자동기계가 되어버린 노동자의 개성은 사라진다. 이로서 기업을 위한 일원화된 하나의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이것은 기업을 위한 희극이 아니다. 조금만 생각해도 이러한 사회가 얼마나 비극인지 알 수 있다. 때문에 ‘대기업을 추종하는 꼴통보수’의 생각이 무엇인지 쉽게 납득할 수 있다. 

부자는 빈자를 게으르고 무능하다지만 실제는 성실한 사람들이 많다. 다만 그들이 노동의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시급이 1만원인 사람과 5만원인 사람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메울 수 없는 거리란 언제나 존재해왔다. 그러나 불행한 것은 날 때부터 빈곤한 사람은 가난을 탈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사회 불평등완화를 위해 교육이 존재한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상적으로 남들만큼 교육받을 수 있을 때 한한다. 사교육을 받는 사람, 못 받는 사람 등에서 차이가 많다. 

그러나 사회는 EBS문제집 한권으로 명문대 들어간 학생에 초점을 맞추어 가난해도 누구나 열심히 하면 된다고 헛소리한다. 그러하지 못한 개인에게는 노력부족이라며 박탈감을 심어준다. 이것이 개개인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자본주의 역할이고, 우리 뇌 속에 박힌 어리석은 관념일지 모른다. 개인의 노력만으론 극복할 수 없는 사회인데도 모든 것을 개인 무능으로 치부하는 천민자본주의사회적폐를 뿌리 뽑기란 문 대통령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는 사회적 부속물이 아니라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인임을 알아야 한다. 한정된 재화의 편중 속에 서민부담은 늘고 밥그릇 빼앗긴 노동자의 소외현상은 극심해지고 있다. 불투명한 미래와 저임금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는 육체노동자들! 처우개선을 요구하면 배가 부르다며 써먹을 노동자는 얼마든지 많다는 자본가들! 기득권의 논리가 주류를 이루며 본인단체의 이윤을 위해 이성을 잃는 한국사회! 정직한 방법으로는 출세할 수 없다고 가르치며 부당을 용인하는 사회! 모든 것이 노력하지 않은 개인의 탓이고 힘없는 서민의 탓이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한국자본이 가진 부당한 속성이자 노동자를 대하는 논리라 한없이 서럽다. 

그런데 합리적 지식층이라 불리는 서울은 국회의원, 시의원, 구청장, 90%가까이 진보적이다. 북한이 가까워 친북좌파 빨갱이 진보 촛불들일까?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은 왜 빨갱이 득실대는 서울로 갈까? 수도권은 왜 진보적 일까? 헌법과 탄핵을 부정하고 대기업을 추종하며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얄궂진 보수를 지향하는 시골·영남 어른들은 다독·유식·고학력 애국인사들일까? 혹 잘못된 권력을 타의 추종하는 관존민비 노예근성은 아닐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잘살지는 못해도 쪽팔리게 살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