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처음 배우는 이는 무엇보다 먼저 꼭 뜻을 세워야 한다. 반드시 성인이 되겠다고 스스로 마음에 다짐하고 조금이라도 자신을 작게 여기며 물러설 생각을 갖지 말아야 한다.
대개 평범한 사람들도 성인과 현인 모두 타고난 본성과 그 가정과 바탕은 꼭 같다.
비록 그 기질이 맑고 영명하고 순수하고 흐리고 뒤섞임의 다른 점은 있을 수 있겠지만 진실로 참되게 알고 실지로 실천하여 그 낡은 습관을 버리고 타고난 본성을 처음대로 되찾는다면 티끌만치 보태지 않더라도 온갖 선행이 다 갖추어 질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도 어찌 성인을 스스로 마음속에 다짐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그러므로 맹자 말씀에 사람의 본성은 본래 착하게 태어났다고 말하였고 반드시 요임금과 순임금도 어릴 때에는 보통 아이들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었다고 말하였다. 사람들이 다 착한 마음을 가지게 되면 요임금 순임금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의 본성은 본래 착해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지혜롭거나 어리석거나 하는 차이가 없지만 성인은 무슨 까닭으로 덕망 높은 성인이 되고 나는 무슨 까닭으로 홀로 평범한 사람이 되는가? 이것은 실로 뜻을 세우지 않으며, 아는 것이 분명하지 않으며, 행실이 착실하지 않는데 달려 있기 때문이다. 뜻을 세우든 아는 것을 분명히 하던 행실을 착실하게 하던 그것은 다 나의 뜻을 세우는데 달려 있을 따름이니 어찌 그 원인을 다른데서 구하리오.
 순임금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잘하면 다 이와 같이 될 것이다. 나도 역시 순임금처럼 되겠다고 바라던 것을 본보기로 삼겠다. 사람이 미운 얼굴 모양을 곱게 고쳐 만들 수 없고 약한 힘을 강하게 고쳐 만들 수 없고 짧은 키를 고쳐 길게 만들 수 없다.
이는 이미 정하여진 분수라 고칠 수가 없지만 오직 마음과 뜻만은 어리석은 것을 고쳐 지혜롭게 만들고, 어질지 못한 것을 고쳐 어질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니 이것은 마음의 신령스런 본성이 타고난 분수에 매이지 않는 까닭이다. 대체로 지혜보다 더 좋은 것이 없고 어진 것 보다 귀한 것이 없는데 무엇이 괴로워서 어질고 지혜롭게 되려하지 않고 하늘에서 타고난 본성을 손상시킬 것인가. 사람들이 이러한 뜻을 가지고서 굳게 실행하여 물러서지 않는다면 거의 뜻한 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무릇 사람이 스스로 뜻을 세웠다고 말하면서도 곧 힘써서 아니하고 어름거린다. 이렇게 머뭇거리는 사람은 말로는 뜻을 세웠다고 하나 사실은 공부하는 길로 향하는 성의가 없는 까닭이다. 진실로 내 뜻을 공부하는데 둔다면 어질고 착하게 하는 것이 자기에게 딸린 것이다. 그러나 하고자 하면 반드시 뜻대로 이루어진다. 어찌 남에게 구하고 왜 뒷날을 기다리랴. 뜻을 세우는 것이 귀하다는 것은 곧 공부를 시작하고도 오히려 뜻대로 되지 않을까 염려해서 늘 생각하며 뒷걸음치지 않는 까닭이다.
만약 뜻이 참되고 착실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날을 보낸다면 나이를 먹어 죽을 때까지라도 어찌 뜻한 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