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읍 신월리 일원은 해상산책로와 끝섬, 해지개다리 등에 야간조명시설이 조성되면서 아름다운 밤 풍경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요즘 비는 잦지만 점점 날이 따뜻해지면서 군민들과 관광객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신월리에는 공중화장실이 없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과거 남산오토캠핑장 화장실을 개방했지만 더럽게 사용한다며 군민들과 관광객들이 이용을 할 수 없게 됐다. 이후 군은 궁여지책으로 신평어촌계에서 관리하는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야간에는 사용을 할 수 없어 여전히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한 지인이 기자에게 신월리 공중화장실 이야기를 꺼냈다. 언론에서 목이 터져라 필요성을 이야기 했는데 왜 안 되나 싶었다.

오래전 당항포의 한 맛집을 소개한 적이 있다. 주인장과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기자를 잡는다. 봄, 여름철에는 낚시객이나 드라이브 족들이 당항포 해변도로를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공중화장실이 없다 보니 인근 식당에 들어와 화장실을 쓰자고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용하게 했는데 너무 지저분하게 사용해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화장실을 실외에서 실내로 옮겼는데 여전히 화장실 사용을 요청하는 사람들로 힘들다고 했다. 사실 한국인의 정서상 첫손님을 받기 전에 다른 목적의 사람들의 방문은 속 터질 일이다는데 공감했다. 기사를 썼다. 하지만 여전히 공중화장실은 없을 것이다.

지역 지도자 회의에 취재를 갔다. 회의 말미 기타토의 시간에 한 참석자가 공중화장실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참석해 있던 공무원의 난감한 표정이 떠올랐는데 이해가 됐다. 그런데 회의에 참석한 다른 지도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날 왜 공중화장실 마련이 어려운지 이해가 됐다. 군의 입장은 만들 수는 있지만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이다. 관리를 위해서는 다른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관리는 공중화장실이 있는 지역의 단체가 하면 가능하다는 속내였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생업을 하기도 바쁜데, 귀찮게 그걸 왜 떠맡나 하는 입장이다. 결국 공중화장실은 필요하다고 공감은 하는데 막상 만드는 데는 이해관계가 성립되면서 무산된다.       

사실 공중화장실 건립은 그다지 힘든 것은 아니라고 본다. 건립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인 것이다. 방법은 없는 것일까.

케케묵은 독일 생활 이야기 좀 해 보자. 유럽에서의 첫 여행을 떠났다. 독일에서 적응도 안됐는데 에라 모르겠다 간에 바람을 넣고 여행을 시작했다. 지도도 잘 되어 있고 길도 좋아 즐겁게 고속도로를 탔다.

휴게소에 들어가 화장실부터 갔다. 그런데 입구에 작은 공간이 있고 한 무섭게 생긴 독일 할머니가 앉아 기자를 꼬나본다.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남자화장실에서 맞닥뜨린 할머니라. 할머니 앞에는 동전이 잔뜩 든 통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구걸을 하나 보다 생각했다. 구걸을 화장실에서 하다니... 그냥 지나치려 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독일말로 뭐라 뭐라 한다. 돈 통에 연방 손가락질 하는데 구걸인지 삥 뜯는 건지 황당했다. 

다행히 지나가던 한 젊은 남자가 영어로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돈을 내야한다고 일러준다. 1유로를 내고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오니 욕이 난다. 이놈의 나라는 물 한잔도 돈을 내라더니 휴게소 화장실도 돈을 내야 하나 싶었다. 자그마치 1,200원이다. 다음 휴게소, 그 다음 휴게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3,600원인 3유로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지금은 이해를 한다. 독일은 남의 손을 빌리는 모든 것이 비싸다. 그만큼 노동의 대가를 중요시 여긴다. 한 독일 지인에게 물어보았다. 화장실 한번 쓰는데 1유로는 너무 비싸지 않느냐고. 그는 화장실 청소, 심지어 남이 쓰는 화장실을 청소하고 관리를 하는데 그 정도는 받아야 되지 않느냐고 웃는다. 

경제논리나 노동의 대가는 이 글과 관계가 없으니 차치해 두자. 기자는 고성군의 공중화장실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 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독일에서처럼 공중화장실 이용자는 돈을 내고 아르바이트로 입장료를 받고 화장실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두, 세 가지 반문이 있을 것이다.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는데 굳이 돈을 내어야 하는가이다. 앞에도 언급했듯 청소와 관리에 대한 노동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마치 노상주차장에 주차비를 내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길가에 차대는데 왜 돈을 내야 하나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에서 기자가 금방 적응한 것처럼 운영을 하다 보면 곧 적응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누가 화장실 앞에 앉아 돈을 받고 있겠느냐는 반문도 있을 것이다. 이것도 운영의 묘를 살리면 가능하다고 본다. 마을공동체나 어촌계에서 지원자를 받아 돌아가면서 적당한 시간에 운영하면 된다. 청소도 돌아가면서 하면 될 것이다. 일을 하는 어르신도 계시지만 일이 힘든 어르신도 충분히 계실 것이다. 여러 노인 일자리 사업과 마찬가지다.

다만 가장 난점은 3~4시간 앉아 있는데 그만큼의 수익이 올라올 수 있느냐다. 독일의 휴게소와는 차이가 난다. 이런 신규사업의 경우는 고성군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위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공중화장실은 설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이런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지원과 지역민들의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봄은 참 아름답다. 봄은 사람을 설레게 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그런데 누구나 한번쯤은 간이화장실의 불결함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명소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경험은 다시는 그곳에 가고 싶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신월리가 군민의 안식처임을 알고 있고 많은 외지인들이 와서 좋은 추억을 가져가길 원한다. 남포국가어항이 개발되면 해결될 것이라는 먼 나라 이야기는 하지 말자. 많이들 오라고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프라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