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역사를 통하여 우리들이 만나는 조선 선비들의 참모습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을 하는 도덕적인 군자상이요, 다른 하나는 의기충절(義氣忠節)의 올곧은 지사상(志士像)이다. 평상시에는 자기를 도야하며 세상을 경륜할 인세경륜(人世經綸)의 도를 체득하고 나라가 위태로울 시에는 한 몸을 지푸라기처럼 버리고 충절로 신명을 다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개인의 영달이나 부귀영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적인 가치가 있는 것을 위해 최선의 헌신과 봉사를 하기 위해 벼슬에 나아갔다. 수기치인을 평생의 수련과제로 삼고 스승의 가르침을 뼛속 깊이 새기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삶의 지표가 되었기에 예의와 염치를 아는 덕의 수련자이며 의로운 것을 위해 목숨을 던질 줄 아는 지조 높은 실천자가 참 선비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비의 모습이 조선 선비들의 실제적 면모만은 아니다. 모리탐학(謀利貪虐)과 불충훼절(不忠毁節)의 간적(奸賊)과 오리(汚吏)가 있는가 하면 허세와 위선으로 가득찬 사이비 선비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들이 아마도 조선조를 망하게 한 짝퉁선비라 할 것이다.
이처럼 선비가 지닌 정신세계란 인격의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행을 키우며 대의를 위하여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정의정신과 언행일치로 엄격한 자기관리를 통해 모범을 보여 민생과 대중을 교화해야 하는 책임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선비 정신은 특히 조선조에 들어와 더욱더 사회적 책임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뜻과 신념을 실천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진리와 정의의 신념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왕을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뜻을 굽히지 않았으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는 목숨도 초개(草芥)같이 버렸던 것이다. 또한 국난을 당하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몸을 던지기도 했다.
고려 말의 포은 정몽주의 절의파나 수양대군의 왕위찬탈 시 사육신과 생육신 임진왜란 시 각처에서 붕기한 의병활동 그리고 한말에 안중근, 윤봉길 의사는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초개같이 버렸고 또 석주 이상룡 선생, 우당 이회영 선생은 구국을 위해 만석지기 재산을 만주 군관학교 건립에 투자하였으니 우리역사에 무수히 등장하는 선비들의 활동영역을 살펴보면 명분과 의리를 중시하고 행동으로 실천한 선비정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겠다.
즉 선비는 학문과 덕망을 겸비하고 대의를 위해서는 자기 일신을 돌보지 않고 끊임없이 학문연구와 민중의 소리를 대변하고 현실을 이상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방안을 강구하고 노력했던 이들이 바로 선비이며 그들이 실천했던 정신이 바로 선비정신 이였을 것이다. 그래서 참선비와 그 정신은 국가의 흥망성쇠의 정신적 원천이자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선비정신이란 이기적이지 않고 탐욕에 현혹되지 않으며 도덕과 예를 바탕으로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그 강인성은 변하지 않고 굽히지 않는 의리로 표현된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직 나라를 위해 도모하며 일에 있어서는 과감하게 실행하고 어려움은 헤아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바른 선비의 마음이며 선비정신이다.
우리말에 선비라는 말은 본디 몽고어의 선(어질다. 덕망있다) 비(지식있는 사람이라는 말. 어미 비)의 결합으로 생긴 말이라 한다.
즉 선비란 어질고 덕망 있는 지식인이란 뜻이니 성(聖)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참선비와 그들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사회가 요구하는 이념적 지도자요 지성인이라 할수 있을진대 오늘날 종종 대학가에 떠도는 교수들의 인사를 둘러싼 반목과 질시, 분열과 대립이며 연구비 횡령과 성폭력과 각종 비리는 사이비 선비들로 인해 그리고 대통령을 포함하여 야기된 짝퉁신비들이 만든 서글픈 우리들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