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

촛불과 태극기 광장의 중심에 서 보았다. 순진한 노동자의 안목일까? 「정의, 약속, 법과 원칙」을 외쳤던 사람들이 ‘천사 같은 국민’을 볼모로 아수라장으로 내미는 모습이라니 참으로 참담하기 이럴 데 없다. 그러나 민주정의의 물결이 소용돌이치며 밀물처럼 거대하게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논리의 빈곤인가? 허무를 외치다 썰물처럼 사라져가는 것을 본다. 그런데 세월호와 순실이 국정논단 등 그 아류들이 저지른 사건들을 해결하라! 외치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도대체 아직도 대한민국사회의 정경유착이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사회가 혼란해지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현명한 국민들이라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현혹하는 사람들의 속임에 속지 않았을 것이다. 흉탄에 부모를 잃고 트라우마에 헤매는 이에게 치료가 필요했는데 이를 앞세워 앵벌이 하듯이 치장한 모습에 넋 잃은 그들은 누구일까?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겐 현대사의 무지가 식(識)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병든 이에게 향정신병치료약이 왜 그리 필요하냐며 무슨 대답을 할까마는 부끄러운 역사의 한 장을 이제 접어버리자. 마치 사교 교주 따르듯 무병환자를 따르는 사람을 보는 듯 한없이 서글퍼진다. 아~ 누구의 원죄인가?
노동자의 가슴을 더 아프게 찢어놓는 것은 지역의 알량한 식자들이 더욱 굳게 입을 닫고 세월을 관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임진왜란이나 육이오 때처럼 입으로는 안보와 애국애족 정의를 외치며 관존민비(官尊民卑)를 관망했던 자들이, 전시에는 쥐새끼처럼 쥐구멍에 숨었다가 전란이 끝나면 숨겨두었던 몸과 재물로 또다시 애국애족을 빙자한 아가리로 서민을 조롱하며 살 것이라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결국, 예나 지금이나 나라가 환란에 휩싸이면 조국을 위해 한목숨 초개같이 바치는 자는, 사대부와 가진 자들의 발길에 개처럼 차여 오줌 누고 뭐 볼 시간도 없는 민초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환자와 성자를 구분 못하는 맹신자들조차 치료가 필요한 세상이 아니길 바라면서 말이다.
헌재와 대법판결을 기다리는 중앙이나 고성, 도대체 희망이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또 그들이 정권·이권을 잡겠다고 발작을 하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국민·군민의 마음을 가슴으로 안아주지 못하는 정치 모리꾼들보고 하는 말이다. 그들은 욕하고 멀리할수록 더 좋아한다. 그들끼리 다 해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탄핵, 재선거, 오로지 정권·이권만 챙기겠다는 욕심뿐이다. 그러니 까부는 그들은 전혀 아니다. 그 이유는 매우 적나라하다. 국민이, 군민이 기다리는 지도자는 그들처럼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관(官)을 상대로 이권을 챙기고 도둑질 해먹은 자들이 무슨 뭐를 했네, 라는 이력을 치켜들고 아가리로는 국민·군민을 사랑하며 잘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구체적인 것은 없다. 관에 들락거리다 수집한 정보로 무슨 정책 공약이랍시고 내밀며 조잘거릴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반가운 것은 국민·군민들은 그런 공약에 별로 신경을 안 쓴다는 것이다. ‘내 이익과 부합하는 자, 나와 말이 통하는 자, 내 친척이면 만사 오케이다.’ 다른 거 신경 쓸 것 없다. 단지 거기다 돈이 조금 많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정치하기 쉬운데, 그것도 못하는 사람은? 
그들은 오로지 잘하겠다고 표를 달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 감언이설·금력(甘言利說·金力)으로 갈취했던 자들의 판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나라를, 고성을 현실적으로 정의롭게 할 행동이나, 의료와 노년에 대한 복지며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이며, 공정한 자유를 어떻게 누릴 수 있게 할 것인가? 여기서, 관에 대한 이익을 먼저 차지한 자들이 과연 공정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는가 하는 문제와 부닥친다.
방귀만 뀌면 다 아는 21세기 정치는 위험해서도 거짓되어서도 안 되고 군민과 괴리감이 있어도 안 된다 표만 달라지. 머리에 담긴 것이 없는 그들을 붙잡고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도대체 정의로운 행동도 못하는 자들이 또 다른 힘을 얻고자 하니 낭패다. 차라리 이번에는 내 손가락을 자를 일이다.
나라의 슬픈 통치가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른 권력의 일방적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권력에 대한 항의와 저항을 압살하는 모사꾼들의 또 다른 책동을 보는듯하다. 전국의 모든 곳이 시간이 갈수록 거대한 분열과 대립, 대결의 장이 되어간다. 통치행위에 의해 은폐되는 분열과 적대를 벗겨내는 고전적인 진보정치가 있을 곳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나라의 계급적 본질을 폭로하는 것도, 감추어진 계급적 이해를 드러내는 것도, 뻔뻔하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끔찍한 현실이다.
통치자나 지도자에게 기대하기 마련인 최소한의 공정성도 기본적인 가식(加飾)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하나처럼 살아가야할 우리들을 이해관계의 대립 속에 쑤셔 넣어 서로 반목하며 싸우게 하고, 서민의 생존은 지푸라기에 매달아 하루하루 삶을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만들어 버리는 전위적인 조직행동이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국가적 재난이다. 다만 AI나 구제역과 같은 통상적 재난과 다른 것이 이 재난은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적이며 국지적(局地的)이지 않고 전국적이라는 것, 하나의 영역에 제한되지 않고 금력과 권력이 미치는 모든 영역에 파고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그것이 재난의 해결을 임무로 하는 국가적 통치행위 그 자체에 의해 야기되고 생산된다는 점이다. 정치재난, 통치가 재난을 야기하는 시대 그것이 이 시대 대한민국의 슬픈 초상인 것이다. 
추운 겨울(탄핵·재선거 등 정치재난)의 작태가 가고, 따스한 봄(평화로운 민주국가)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시어의 한 토막을 흘려본다.

_{춘애(春愛)}

_{한파에 숨죽이던 땅
떠나간 것들의 자국들
살짝 닫아 놓은 생명의 수
겨울,
너 가도 붙잡을 이 없다
무엇이 그리 아쉬워
잦은 고개 짓을 하나}

_{야원 몸 하나 볕에 말리니
마른 가슴도 하나,
잔설에 앉은 마른 잎
누가 너에게 봄소식을 물었기에
먼 산 진달래 망울만 가리키며
그리도 묵 늘려 지켜보느냐}

_{역풍을 달래고 볼멘소리 귓전에 윙윙
춘설에 춘풍이라
사색에 비취는 것이
꼭 첫사랑인 양
부끄럽게 돌아서 나를 깨운다.}

_{하늘아!
저만치 꽃을 안고
천지를 부르듯 오는
희망 하나에, 꿈도 하나
거부 못할 또 한 가지
너 따라 수평선에다 그리움을 적으니
그 사랑을 네가 먼저 아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