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경남JC특우회 부회장

우리나라 국민 중에 목욕문화는 한국만의 문화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대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앞선 대중목욕탕을 가진 나라로 로마가 있다. 로마가 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목욕문화였다.
미국에는 대중목욕탕이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 목욕탕 문화를 보고 재미있어 하고 좋아하는 모양이다. 어릴 적 목욕의 목적은 순전히 때를 밀어 벗기기 위함이었다. 추운 겨울 언 손등이 갈라져 피가 맺히는 것은 덕지덕지한 땟국물의 표면장력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지금은 ‘손이 텄다’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지만, 초등학교 시절 한 반 60명 중 10명 정도가 손이 튼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가 지금보다 더 추웠을 리도 없는데 말이다.
특히 명절을 앞둔 목욕탕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어머니는 아들 등짝 때리는 소리, 갈라진 손등을 사정없이 밀어대니, 아들의 울음소리, 고함, 등, 뽀얀 김이 서려 지척을 분간하기도 어려웠다. 종종 같은 반 여학생을 만나서 얼굴이 붉게 달은 적도 있기에 어린나이에 목욕탕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67년도에 부산에서 처음으로 ‘이태리 타올’이 만들어졌지만, 아직 고성에 상륙하기에는 이른 시기였기에 덕지덕지한 손발 때는 아담한 돌멩이가 최고였다. 요즘에 돌멩이로 연약한 피부를 민다는 게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말이다.
간혹, 소죽을 끓이는 집에서는 잘 익은 여물과 보리 뜨물에 살포시 손발을 담그면 때가 잘 불어 수월하게 벗겨지곤 했다. 어릴 때는 노는 것에 정신 팔려 그랬다고 해도, 중학생이 되어서도 손이 트는 친구가 있었다. 그것은 공부에 정신 팔려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이 없었기에, 지금은 성공하여 훌륭한 사회인이 됐을 것이라 믿지만 말이다. 
언젠가 이탈리아에서 우리나라 ‘이태리 타올’에 시비를 걸어오자,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여 ‘때밀이 타올’이라고 명칭을 변경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정말 웃기지 않은 일이지만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인의 오랜 자격지심이 깊이 베여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 로마는 목욕탕으로 부를 뽐내며 천년을 흥했다가 하루아침에 ‘목욕탕으로 망한 나라’였다.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벤허를 비롯해서 스파르타쿠스 등 수많은 그리스, 로마 영화에는 어김없이 화려한 대중목욕탕이 나온다. 믿기지 않을 일이지만, 2000년 전 로마에 850개 정도의 목욕탕이 있었다 한다. 목욕탕이 많으면 시민들이 깨끗하고 향긋하니 좋을 일이지 뭐가 망할 일이냐고? 문제는 사치와 탐욕과 성문란이 목욕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토론과 사교, 벗고, 씻고, 먹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성문란으로 급기야 ‘페스트’와 다름없는 ‘임질’이라는 병으로 망한 나라가 로마다. 처음에 로마인은 개방성과 영특한 창의성으로 역사적으로 우수한 문화를 생성했다. 그런데 나라가 강성해져서 천년을 가다보니 미련해지고 나태해져 성문란에 함몰하여 망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나라 목욕탕에서 때 미는 수건을 ‘이태리 타올’이라고 명명하였으니 경을 칠 일이지 않은가.
글로벌한 시대에 살면서 이탈리아의 사소한 자존심을 봐서라도 정확하게 ‘때밀이 수건’이라고 부르며 목욕탕에 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