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경남JC특우회 부회장

세밑 한파가 매섭다. 한 해를 갈무리하면서 줄 돈은 주고, 받을 돈은 받아야 하는데 받을 것은 없고 줄 것뿐인 사람들에게는 실로 잔인한 계절이다. 이 또한 지나가면 개나리, 진달래 어김없이 온 산에 흐드러질 것이고 걱정 잊은 시냇물은 졸졸졸 흐를 것이라고 애써 여유를 가져보지만, 여전히 객쩍다. 왜냐하면, 바르고 둥글어야 할 정치(政治)가 온 국민을 각지고 모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훈수꾼이 많아 나라가 너무 시끄럽다. 논객, 정객, 하물며 사회자까지 동조하여 훈수 두는 방송들이 국민을 병들게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하여 요즘 국회의원들은 장기판에 졸처럼 존재감이 없어 보일 지경이어서 반갑다. 그것이 작전상일지라도 말이다.
그녀는 왜 대한민국과 결혼을 했을까? 인륜을 저버린 대가였을까?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했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시누이가 너무 많아 탈이다. 말리는 시누이 훈수는 참견과 간섭일 뿐이다. 시누이가 100% 잘잘못 진위를 가리지 못할뿐더러 싸움의 승패를 책임지지도 못한다. 책임지지 않을 거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오히려 시누이가 뺨 맞을 일이다. 그런데도 국민은 시누이 훈수꾼에게 맛 들어 재미있어하며 혹자는 국민 정치의식을 한 단계 높였다고까지 치켜세우는 자도 있다. 고스톱, 바둑, 장기판에 훈수는 뺨 맞아 가면서도 한다지만, 대한민국은 놀이판이 아니지 않은가.
언젠가 나는 전 국민 레크레이션이라 일컫는 고돌이판 뒷전에서 지인에게 “구(쌍피)부터 먹어라.” 일렀다가 상대에게서 뺨 맞을 듯 욕먹고 멋쩍게 빠져나온 적이 있다. 당시에 지인이 구를 먹지 않고 똥 광부터 먹었더라면 틀림없이 똥은 쌌었고 피박까지 썼을 것이다. 그러나 승부는 한판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판은 끝나봐야 아는 것이다. 훈수는 훈수일 뿐, 한두 번으로 끝내야 한다. 그러나 주야장천 틀었다 하면 짖어대는 논객, 정객의 훈수 때문에 바둑판이 어디로 가는지, 초나라가 내 편인지, 한나라가 내 편인지, 이제는 피아식별조차 혼미할 지경이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이 된다 했다. 또한 문중에 제일 큰문이 소문이라 했다. 나비의 여린 날갯짓으로 미풍이 일면, 제1방송은 실바람이라 하고 제2방송은 산들바람이라 우기고, 제3, 4방송은 건들바람이라 소문을 낸다. 끝내는 태풍이 되어 파도를 일으키고 나무를 쓰러뜨린다. 이렇듯 높새바람, 하늬바람 훈수를 갈아입은 미풍은 산 넘고 물 건너 진로를 알 수 없는 태풍이 되었다. 그렇다고 박근혜의 날갯짓이 미풍이라고 훈수 두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세밑, 섣달그믐달은 아침에 떴다가 저녁에 진다. 태양 따라 왔다 가니 존재감이 없다. 어두운 밤하늘을 책임져야 할 달이 제 할 일을 그만두고 벌건 대낮 태양에게 훈수질이나 하고 있으니 지금의 종편, 언론들이 꼭 그믐달 같지 않은가. 권력욕에 눈먼 정치꾼은 훈수꾼에 기댄 채 그것도 부족해 국민에게 촛불 들고 훈수들 두라고 에돌아 고함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