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해양배출 금지.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일.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가축분뇨의 해양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여왔고, 지자체에서는 공동자원화시설을 확충하는 등 대비태세를 갖춰왔다.
 하지만 현장 농가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분뇨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 시각이지만, 아직 분뇨처리 시설을 착공조차 못한 곳도 있어 산발적 피해가 예상된다. 가축분뇨 해양배출 금지를 앞두고 있는 축산 현장을 점검했다. 
 여주 액비유통센터는 2000톤 규모의 저장조 5기를 갖추고 생산된 액비를 관내농가에 무상공급하고 있다.
 가축분뇨 해양배출 전면 금지가 코앞에 닥치면서 축산농가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육두수를 줄이거나 휴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박창식 대한양돈협회 경남도협의회장의 말이다. 가축분뇨 처리시설 준공이 늦어져 현재로선 사육두수 감축과 휴업을 통해 가축분뇨 발생을 줄여야 한다는 지차체 관계자의 말을 전한 것이다.

 2010년 말 기준 가축분뇨 발생량은 총 4650만톤. 이중 4029만톤(86.6%)이 퇴·액비로 자원화 되고, 415만톤(9.0%)은 정화처리, 107만톤(2.3%)이 해양배출 됐다. 전체 가축분뇨 발생량에서 해양배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많지 않지만 해양배출 물량의 대부분이 양돈 분뇨로, 양돈 농가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올해의 경우 FMD(구제역) 발생으로 가축분뇨 발생량이 크게 줄었지만 생산량이 회복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장 농가들의 목소리다.
 이에 양돈농가들은 가축분뇨 처리시설이 제대로 갖춰질 때까지 만이라도 한시적으로 가축분뇨 해양배출 금지를 늦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해양배출 금지가 예고돼 왔기에 시기를 연장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이 정부 방침.

 가축분뇨 해양배출 금지 방침은 지난 2006년 세워졌다. 2006년 3월 24일 런던의정서(폐기물 배출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가 발효되면서, 그해 6월 국토해양부(구 해양수산부)는 국무회의에서 폐기물 해양배출 물량 감축계획을 보고 한다. 이때부터 정부는 매년 감축목표에 따라 패기물의 해양배출 물량을 줄여 왔다. 해양배출 물량은 2006년 261만톤에서 2007년 202만톤, 2008년 146만톤, 2009년 117만톤, 2010년 107만톤으로 감소했다. 계획에 따라 단계적 감축을 추진해 왔기에 더 이상 연장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바다에 폐기물을 버림으로써 해양생태계는 엉망이 됐다. 해양 생물수가 줄어들고, 어류를 비롯한 해저퇴적물에 유해물질이 축적돼 왔다. 지난 2005년엔 동해에 서식하는 붉은대게에서 머리카락 등을 포함한 산업폐기물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와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에 축산농가들도 가축분뇨의 해양배출 금지 방침에는 큰 이견이 없다.

 문제는 가축분뇨의 해양배출이 전면적으로 금지되면 그 물량을 모두 육상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아직 그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해양배출 중단을 위해 지원키로 한 공동자원화 사업의 경우 총 69개소 중 완공된 곳이 36개소에 불과한데다 가동률도 70%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양투기 물량이 가장 많은 경남도 일부 지역에선 가축분뇨 처리지원시설이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았거나 내년 중반이 돼야 준공되는 시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성군 한 양돈농가는 “규모가 큰 농가의 경우 자체 처리시설을 갖추는 등의 준비가 된 상태지만 소규모 농가의 경우 불안감이 있다”며 “특히 이들은 분뇨 저장시설이 크지 않아 며칠 만 수거를 못해가도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양돈협회는 가축분뇨 해양배출 금지와 관련 △각 시군별 가축분뇨 처리시설 추가 지원 △2012년도 개별 처리시설 자금 조기 집행 △가축분뇨 처리자금 100% 융자지원 △일부 시군에 대한 한시적 특단대책 마련 △액비저장조 설치시 법적규제 한시적 완화 △정화처리 방류기준 강화 반대 △가축분뇨 해양배출 중단 법제화 반대 등 7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가축분뇨 처리지원시설 준공이 늦어진 데는 민원발생의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가축분뇨 처리시설을 이른바 혐오시설로 보고 자신의 집 근처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경기도 여주군의 경우도 가축분뇨 해양배출 금지에 대비해 가축분뇨 액비자원화시설 제2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원 발생으로 부지매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해양배출 물량을 줄이기 위해 가축분뇨 처리지원시설을 설치한 곳에서도 기존 농가의 육상처리 물량이 반입되면서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가축분뇨 해양배출이 금지되는 2012년을 한 달여 앞둔 경남 지역의 양돈농가의 표정은 어두웠다. 주변 바다와 가까워 가축분뇨 해양배출이 전국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인 까닭에 농가의 촉각은 곤두선 상태다.
 경남 지역의 가축분뇨 연간 발생량은 총 439만8000톤(2010년 말 기준). 이 가운데 48만6000톤(11.1%)가 바다로 버려지고 있다. 전국으로 볼 때 가축분뇨 해양배출량 124만톤의 약 40%를 차지해 배출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경남도에서 2008년부터 올해까지 계획한 공동자원화시설은 총 10개소. 이 중 준공이 완료돼 내년 운영이 가능한 시설은 4군데(함양군·거창군·창녕군·합천군)다. 현재 시범가동 중인 하동군과 공정율 95%인 밀양군 시설을 포함하더라도 6군데에 불과하다. 나머지 4개소(진주시·합천군·고성군·김해시)는 아직 착공조차 못해 상황이 심각하다. 합천군의 경우에는 지난해 2월 1개소가 준공됐고, 다른 1개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 지역은 주민 민원 등으로 공동자원화시설 건립에 애를 먹고 있다. 부지를 선정해 추진절차를 밟고 있는 도중에도 건립이 취소되는 등 당초 계획에 차질을 빚어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4개 지역 모두가 연내에 착공을 하더라도 공사 기간이 3~4개월이 소요되는데다 시범 가동을 거쳐 시설 운영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내년 초 공백 기간 동안 농가의 피해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성군은 곧 사업이 시행된다는 것이다. 당초 이사업 예상지 지역민들간의  갈등으로 사업시행에 차질이 빚어져 왔으나 다음 주쯤 모든 게 해결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해시는 경남 지역에서 가축분뇨 해양배출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자칫 최악의 ‘분뇨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식 대한양돈협회 김해지부장은 “만약 이 상황에서 가축분뇨 해양배출이 금지되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적어도 6개월이라도 해양배출 금지를 유예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정부와 도에 시설이 정상 가동될 때까지 가축분뇨 해양배출 금지를 한시적으로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도는 그러나 해당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양돈농가들이 자체적으로 사육두수 축소와 휴업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농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 역시 유예 불가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창식 양돈협회 경남도협의회장은 “모든 책임을 농가에게 떠미는 것은 안 된다”며 “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까지 가축분뇨 해양배출 금지를 유예해서 농가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무촌리.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에 트랙터가 오가고 있다. 여주 양돈협회 영농조합법인이 설립한 액비유통센터에서 실어온 액비를 논에다 살포하기 위함이다. 여주 액비유통센터는 지난 2006년 준공돼 지금까지 경종농가들에게 액비를 무료로 공급해오고 있다. 양돈분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오다 환경부 사업을 통해 액비지원센터를 설립한 것이다.
여주 양돈협회 지부장은 “평소 가축분뇨 자원화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데다 회원들이 분뇨처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액비유통센터를 만들게 됐다”며 “현재는 양돈농가들에게 톤당 1만5000원씩 수거비용을 받고 이를 액비화해 관내 경종농가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들의 호응도는 높다. 처음엔 액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어 액비사용 경종농가 중 우수농가를 선발 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 화학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작물 성장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청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 특히 이곳 액비유통센터에서 생산된 액비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2000톤 규모의 액비저장조 위에 서 있어도 냄새만으로는 이것이 분뇨인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지금은 마을단위나 영농조합법인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처리하는 양돈분뇨량도 상당하다. 현재 여주군에선 일일 700톤 가량의 가축분뇨가 발생하고 있는데, 액비유통센터에서만 현재 100톤 가량을 처리하고 있다. 여주군 공공처리장에서 처리하는 물량과 자가처리 물량 등을 고려하면 관내 가축분뇨 처리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해양배출 전면금지에 따른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용복 대표이사는 “아직 이 지역 양돈농가 중에도 해양배출을 하는 농가가 있는데다 FMD 살처분 뒤 빠른 속도로 생산물량이 회복되고 있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정부에서 액비 살포비 일부를 지원해 주고 있지만 냄새를 잡기위해 저농도 액비를 만들다보니 같은 면적이라도 일반 액비에 비해 3배 가량 더 많이 살포를 해야 한다”며 “액비는 축산농가와 경종농가는 물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