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경남JC특우회 부회장

 1호 광장 이어, 서외 오거리 회전교차로가 건설 중이다. 출퇴근, 등하굣길 짜증 좀 나도 어쩌랴, 더 나은 미래 위해 감수해야 할 업이라 생각하자. 옛날에는 곳간에서 인심이 나왔지만, 요즘은 디테일에서 인심 난다.
비좁은 오거리에 회전교차로 설계와 시공은 세심한 공학적 전문과 환경성을 포괄한다고 볼 때, 쉽지 않은 공정이다. 그러나 미세한 그림, 작은 시공 하나로 군민 스트레스가 지속해서 줄어든다면 큰 인심 날 일이지 않은가.
십자교차로, 로터리, 회전교차로의 장단점은 차치하고, 고성에 2호 회전교차로가 들어서고 있지만, 정작 교차로 진입방식을 제대로 아는 이 드물고 교육 또한 없는 게 현실이다. 나 자신부터 로터리와 회전교차로 진입방식이 정반대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십자교차로는 신호등, 로터리는 진입하려는 차가 우선이어서 감각적으로 들이대면 된다. 하지만 회전교차로 진입은 감각 플러스 인식이 필요하다. 진입 전, 멈춤에 가까운 서행으로 눈치껏 빈틈을 봐야 한다. 이미 회전 중인 차를 방해할 수 없다. 쉽게 말해 “회전 중인 차가 우선이다.” 함부로 대가리부터 집어넣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렇듯 선진문화로 나아감에 도시공학적 디테일과 지방정부의 원활한 교육과 홍보, 사람들의 인식과 배려가 자연스럽게 융합될 때 짜증 없는 세상, 인심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회전교차로에는 ‘교통섬’이 있다. 1호 광장 섬에는 공룡 두 마리와 황금알이 있고, 손가락이 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으니 무얼 의미하는지는 몰라도 대체로 볼만해 보이긴 하다. 도로 수명이 100년이면, 그 섬 조형물 가치 또한 100년은 가야 한다. 일 년에 한 번씩 심었다 뽑아버리는 가로수가 아니므로 많은 전문가와 공무원, 군민여론을 모아 의미 깊은 섬으로 조성됐을 것이라 추측하지만 모를 일이다.
추세로 볼 때 앞으로 섬은 꾸준히 늘어날 것 같다. 서외 오거리 섬에는 어떤 이야기가 실릴 것인지 궁금하다. 설마 나무 몇 그루 심어 놓고 넘기지는 않길 바란다. 고성에서 공룡 스토리 밖에 텔링(telling)할 게 없지 않다고 보면, 앞으로 많은 기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섬이 잉태하길 기대해 본다.
고성에는 올망졸망 바다 섬이 곳곳에 늘였다. 고성사람들은 가슴에 저마다 섬을 안고 산다. 바다에 살면서 늘 바다를 그리워하며 사는 것이다.
가까운 산, 시장, 직장, 동네 목욕탕에 가도 어김없이 낚시꾼은 모여 산다. 전국 어데 내놔도 낚시 소통만큼 따를 부 없는 고장이다. 그런데도 전라도 여느 섬 같이 “이야기가 있는 섬”은 없다. 별 볼 일 없는 섬 군락에 파묻혀 사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작금의 교통섬 하나 정도는 해학과 재미가 묻어나는 섬. 지날 때마다 배꼽 잡는 진상을 상상해 본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섬’이란 시어 전부다. 앞 구절 ‘사람들 사이에 섬’은 외따로 떨어져 마음 터놓고 소통하지 못하는 섬이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온전히 소통하고 싶다는 욕구일 텐데, 혼밥하는 대통령이 자꾸 오버랩 되는 것은 당연하다지만, 종놈 되겠다던 300개 섬이 서슬 퍼렇게 덮쳐오는 것에 잠 못 이루는 수많은 섬 주인이 불쌍하다. 이 또한 지나갈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