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벼슬자리가 높아지면 눈을 가리고 벼슬자리가 낮으면 아부근성이 늘어난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다시 말해서 감투(공직자)를 쓸만한 제목이 못되는 사람이 감투를 쓰고 있으면 그 감투가 너무 커서 맞지 않을뿐더러 눈을 가려서 자기의 책무를 모르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인사불성이 되어 정치를 그릇되게 처리하며 또한 큰 재목의 인물이 보잘 것 없는 감투를 쓰고 벼슬자리에 앉으면 너무 군자답게 큰 안목으로 대범하게 처리하는지라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했다.
더 쉽게 풀이하면 큰 집이나 대궐을 짓는 대목이 있고, 작은 가구나 짜는 소목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적재적소의 알맞은 능력의 인재가 천지조화로부터 마련돼 있는 것이다. 자기 직분이 무엇이며 자기의 책무가 무엇인가를 늘 생각하고 깨달아 그 관내 주민과 나아가서 백성들에게 봉사자로서 임해야 하는 공복의 자세로 청렴결백한 마음가짐을 일분일초라도 잊어서는 않된다.
옛날에 사농공상(士農工商)하는 폐습을 요즈음 공직자들이 따라하고 있지는 않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인재를 고르고 또 인재를 키워야 한다. 능력이나 인품이 문제인가. 그 자리에 앉으면 다하게 되어 있어 라고 하는 말은 너무나 위험한 말이다.
‘나는 큰 그릇이 못돼’ 하며 작은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큰 그릇이며 감투를 쓸 만한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가.
첫째 지도자적인 품성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통치철학은 물론 공과 사를 엄겪히 구분하여 상·벌이 준엄하여야 하며 백성들을 가족처럼 존경할 줄 알아야 한다. 뚜렷한 구국철칙도 없이 인정에 매몰되어 국가지표인 통치철학을 망각하고 사사로운 정분으로 국민의 지탄을 면하기 어려운 그런 지도자는 공직의 통치자가 될 수 없다.
그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역사가 자기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업적이나 실적주의의 통치를 하고 감투 값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그 지위에 대한 훌륭한 적임자였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김대통령 인사가 만사라고 하였다지만 과연 인사에 있어 몇 점이나 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가신이니 집사니 내가 어려운 처지에 도움을 받았으니 하는 용어는 높은 관직이 아닌 일반 평민간에 인정으로 오가는 도리일 뿐이다.
인정과 연고와 학연으로 임명된 자리라 하더라도 본연의 의무를 망치게 내버려 두지 않는 법이다. 감사나 통제나 통제권 기관의 압력 그리고 언론인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꼭 적조적소에 적임자를 고루 등용하기란 힘든 일이다.
고위 공직자나 대통령이 물러나게 되는 것은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못한데서 오는 것이다. 하지 않는 것보다 쉬운 것이 부속실이다. 청렴결백한 사람은 아연실색(啞然失色)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