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

별시리 머리에 든 것 없는 필부라도 역사책을 뒤적거리다보면 ‘승자독식’. 즉 모든 역사는 엄청나게 편파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가의 주관적 가치관에 의해 걸러진 기록들은 강조될 것과 무시될 것이 역사가의 임의대로 선택되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역사가든 자신의 역사의식이나 믿음 그 자체가 역사서술의 중점사항이 되므로 역사적 기록은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역사는 자국의 위대함을 널리 알리고, 국내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조로 객관성을 가장해 한방향의 가치관만을 독자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민초들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고 몇몇 영웅들의 역사에만 눈을 팔고 있는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역사가 어떤 특정한 부분을 강조하는지, 아니면 그냥 간과하고 넘어가는지와 같은 일련의 행위들은 너무나도 평범하게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사실에 대한 충실함과 세계 안에서의 국내적 위상 사이에서 갈팡질팡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다. 해석자의 견해가 오록이 반영되는 역사는 제각기 이익과 결집되어 제각기의 척도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역사관이 상충될 때는 무엇이 옳고 그러다는 문제가 만만찮다. 승자의 역사논리 즉 한편의 이익만을 고려한 해석은 교묘한 폭력이다.
고려중기 유학자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도 자신이 신라 출신이므로 발해 역사는 상당수 빼놓았고, 일본에 선진문물을 전한 백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즉,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것을 취향대로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는 범죄적 역사 왜곡이다.
 특히 그 무엇보다도 일제강점기 일본의 대내외적 학살은 우리를 얼마나 분노케 만드는가? 제국주의를 외치던 일본은 731부대의 생체실험으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 갔고, 20만 명에 달하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가져왔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학살당하고, 생존자들조차 정신병을 앓고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굴곡진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도 처벌은커녕 오히려 일본덕택에 한국의 근대화가 촉진되었다는 일본 우파의 입장은, 자본주의화 근대라면 그 어떤 야만적 수단도 용인하겠다는 괘심한 발상이다. 명백한 사실적 역사 앞에서 일본이 얼마나 비상식적인 태도를 취하는지 알 수 있다. 자국에 유리한 입장에서 해석하고, 타인의 입장을 자신들에게 맞추어 상대화한 것이다. 그래도 라는 수식어를 붙여 ‘뭐는 잃었지만 뭐는 얻었잖니’ 같은 억척 논리를 나열하는 것이다.
여기서 왜 이러한 일본의 극우 역사가 우리에게 전파되는가? 간단하게 친일파가 잘사는 우리나라를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친일파는 일본 극우와 마찬가지로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을 등지고 일본에 빌붙어 침략에 협조하거나 독립운동을 방해한 자들이다. 단순히 친일파를 편견하자는 것이 아니라 반민족 행위를 소상히 밝혀 후대에 기록으로 두어야 한다.
대부분의 독립 운동가들은 광복 후에도 소외된 반면 친일파 자손들의 득세는 지금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친일파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행사하여 자손들을 배불리 먹이고 많이 가르쳐 사회지도층으로 키워가며 부의 세속을 이루어왔지만, 독립 운동가들의 자손들은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형편인데다 가난의 대물림만 이어진다.
사실의 역사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서 우리들은 일제 식민지잔재를 청산하고 음흉하게 일그러진 한국 현대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물론 나라의 고위직을 전부 꿰차고 있는 친일후손들에게 과격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파렴치의 도를 넘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친다. 역사의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럴 수 있을 것인가. 도대체 어디까지 비상식적인 괴물들이 양산될 것인지 심히 두렵다.
외세에 빌붙어 우리민족에 도둑질한 재산을 가지고 여전히 잘사는 친일파와 그 후손들에 비해, 자주독립을 완성하려던 독립운동가와 그 자손들은 독립 이후에도 찬밥을 면치 못한다.
매국이 애국을 앞서는 나라에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작금의 지도자란 자들이 저지른 패륜으로 나라가 똥통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가장 큰 이유 또한 친일잔재를 청산하며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