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진동 고성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주임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벌써 두꺼운 패딩 점퍼를 준비해야 하는 겨울이 왔다.
겨울이 되면 하얀 눈, 크리스마스, 산타클로스와 함께 거리 한가운데 자리 잡은 빨간 구세군 냄비가 생각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구세군 냄비를 통해 자신의 형편에 맞게 기부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연말연시가 되면 폐지를 팔아 모은 돈으로 수년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온 노파 소식부터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소식까지 우리에게 귀감이 될 만한 기부 소식은 뉴스의 단골 소재가 된다. 그리고 이런 뉴스를 접한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복지시설에 물건을 보낸다던가, 김장을 하여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방법으로 매년 기부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왔었다.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고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기부는 더 많은 사람과 기업이 참여해야겠지만, 올해는 사정이 많이 달려졌다고 한다. 바로 올해 9월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주요 내용은 공직자등이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 적용대상자가 공무원, 사립교원교직원, 언론인 등 400만 명에 달하고, 정확한 선례가 정립된 것이 없어 기업이나 기관, 독지가들이 법 위반을 우려해 기부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영란법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은 2004년 공직선거법 개정 당시 사회의 혼란한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에서는 정치인등의 기부행위로 인하여 후보자의 지지기반을 조성하는데 기여하거나 매수행위와 결부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허용할 경우 선거 자체가 후보자의 인물․식견 및 정책 등을 평가받는 기회가 되기보다는 후보자의 자금력을 겨루는 과정으로 타락할 위험성이 있어 “정치인 등의 기부행위를 상시적으로 금지”하도록 한 것이다.
  법 개정 전에 당연시 되었던 선거구민의 관혼상제의식 기타 경조사에 축의․부의금품 제공 행위와 결혼식에서의 주례가 금지되면서 이러한 모습들이 사라졌고, 지방자치단체에서 법령 등의 근거없이 각종단체에 관행적으로 지원해왔던 선심성예산은 물론 정치인의 선거구민들의 각종 행사에 기부․찬조하는 행위도 사라지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적지 않은 혼란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사회 혼란을 감수하고 정치인의 기부행위를 상시 제한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정책보다는 각종 매수행위와 연결된 자금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그리고 당선된 후보자는 자신의 ‘본전’을 찾기 위해 각종 부정한 방법을 이용하였을 것이고, 이러한 악순환이 우리사회를 병들게 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김영란법과 공직선거법의 기부행위 제한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입법취지와 더불어 일시적으로 사회에 가져오는 혼란한 모습 등이 많이 닮아있다.
 새로운 법의 시행으로 일시적인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혼란이 멀리 보았을 때 우리 사회를 더 투명하고 밝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면 감수할 만 하지 않을까?
 올 겨울 우리 주변에 어려운 사람에게는 따뜻한 ‘기부’를 하여 사회를 좀 더 밝게 만들고, 정치인의 ‘기부행위’는 철저히 감시하여 사회를 깨끗하게 만드는데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