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어린년이 주둥아리를 나불나불 대고 있어. 이 물컵으로 저 주둥아리를 콱 때리고 싶다.”
이 말은 2003년 12월 30일 우리나라의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의 S사장이 사직을 강요하고 있었으나 사직을 완강하게 거부한 L여사에게(당시46세, 현54세) 자신의 방에서 한 말입니다.
 사건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L여사는 1976년 여상(女商)을 졸업하고 이 회사에 경리부 직원으로 채용되어 27년 동안 회계 사무를 담당하며 입사 동기생중 가장 먼저 경리부차장까지 승진하며 근무하고 있던 중 2002년 11월 25일 S사장이 이 회사의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S사장은 전임 경영진과는 달리 불법회계분식과 비자금조성을 요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L여사는 이러한 경우는 처음이라 S사장의 요구를 거부하였고 S사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괴롭히기 시작하였습니다.

 27년간 회계업무를 담당하던 L여사를 창고재고를 관리하는 업무로 발령을 내었으며 공공연히 회의석상 등에서 “여상(女商) 나온 여직원을 30여년 넘게 근무하게 하는 회사가 어디 있느냐”,“나는 나이 많은 여직원과 근무하고 싶지 않다”,“사직을 하던지 1년 계약직으로 전환하라”라고 모욕과 수치감을 주었으며 “창고에서만 5년간 근무하라”,“담당부장 따라다니며 물건도 나르고, 납품을 위해 전국출장을 다녀라 ”,“대형면허를 취득하라”고 하는 등 협박과 강요를 반복하였습니다. 회사에서는 수차례의 징계위원회를 열어 괴롭히다가 2003년 10월 8일 L여사를 대기발령을 내린 후에 2년 동안 책상도 주지 않고 업무도 주지 않은 채 괴롭히다가 2005년 12월 1일자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해고하는 과정을 보면 해고와 관련한 징계위원회도 개최하지 않았으며 L여사에게 해고 통지를 하지도 않았으며 L여사는 아침에 출근하다가 회사의 게시판을 보고 알았다고 합니다. 30년 가까이 회사를 위하여 충성하고 헌신한 연약한 여직원을 이렇게 악랄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거리로 내몰았습니다.

 L여사의 억울하고 분한 심정을 누가 알겠습니까?
 오직 당사자만이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L여사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여상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야간대학을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한 열성적이고 성실한 신념의 여인이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가정을 꾸려나가며 또 한편으로는 부당한 해고에 맞서 싸우기 위하여 3년의 모진 세월을 기다리다가 2008년 12월1일 해고된 지 3년 만에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변호사를 선임하여 부산지방법원에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사건번호는 2008 가합 00000호이었습니다.
 진행과정의 치열함을 보면 기일(期日)이 7회, 쌍방에서 제출한 서류가 37건이나 되었습니다.
 그러나 L여사는 2009년 7월 17일 패소(敗訴)하는 아픔을 다시 겪고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L여사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부산고등법원에 항소(抗訴)를 하였고 이번에는 형편상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고 혼자서 거대한 기업과 싸웠습니다. 사건번호는 2009 나 00000호이었습니다.
 역시 진행과정의 치열함을 보면 기일이 8회, 쌍방에서 제출한 서류가 27건이었습니다.
 또 다시 L여사는 2010년 5월 4일 항소가 기각(棄却)당하는 좌절과 고통을 다시 맛보아야 하였습니다. 그러나 L여사는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전국을 다니면서 자신의 대한 해고의 억울함을 밝히려고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와 L여사와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과정을 보면 작년 5월 하순경 부산 L여사라고 하면서 저에게 시간을 한번 내어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있는 것이 시간이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하였습니다.
그 래서 작년 5월 30일 오후 1시 배둔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만나 기분도 전환시켜 줄겸 전망이 좋은 동해면에 있는 부성횟집으로 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사건의 내용을 들어보니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저는 L여사에게 물었습니다. “저를 어떻게 알고 찾아 오셨습니까?”라고 하니 L여사는 서울에 자문을 구하기 위하여 한국노총 금융산업 노동조합 비정규직 위원장인 차윤석(하나은행에서 3번 해고된 사람)씨를 만나 자문을 구하니 자신의 큰형님을 소개하여 주겠다고 하면서 저를 소개하여 준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L여사와의 만남은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L여사에게 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용기를 잃지 않도록 격려하여 주면서 같이 힘을 모아 진실을 밝히자고 하면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라고 하며 헤어졌습니다.
 L여사는 형편상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고 작년 6월 9일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하였고 사건번호는 2010 다 00000호로 진행되었으며 저 역시 미력한 힘이나마 더하기 위하여 수시로 메일과 전화로 연락을 하면서 정보를 교환하며 2회에 걸쳐 탄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대법원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고 항소심에서 패소한 사건의 파기환송(破棄還送)을 바란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작년 9월 30일은 이 사건의 선고기일(宣告期日)이었습니다.

 저는 밤 수매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가 온 줄도 몰랐습니다. 오후 2시경 L여사로부터 5통의 전화가 들어와 있어 전화를 거니 떨리는 L여사의 목소리 “이차장님 사건이 파기환송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겼습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결코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L여사가 이긴 것이 너무 기뻤습니다. 더욱더 기쁜 것은 대한민국의 법조계에 정의가 살아 있다고 하는 것이 더욱 기뻤습니다.
 파기환송심은 부산고등법원에서 작년 10월 12일 접수되어 2010 나 00000호로 기일이 12회 제출된 서류가 13건으로 치열하게 1년간 진행되다가 며칠 전인 2011년 11월 11일 재판부의 화해(和解)를 받아들여 사건은 확정(確定)되었으며 L여사는 자신에 대한 해고의 부당함을 증명하였고 명예를 회복하였습니다.

 L여사는 무려 9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감수하며 진실을 밝힌 것입니다. 여자 혼자의 몸으로서 9년간에 걸친 L여사의 인내와 신념 앞에서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인 월왕 구천도 철(鐵)의 여인(女人)이라는 대처수상도 L여사의 하인(下人)이 되기를 즐겁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저는 감히 L여사를 이 시대의 진정한 용기(勇氣)있는 여자이며 어머니임을  확신합니다.
 사족(蛇足). 자신이 던진 물컵에 맞아 주둥아리가 깨진 것은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남용한 S사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