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위 말하는 명품족(名品族)이 많다. 대체적으로 풍요의 물결 속에 살고 있다. 직장인들 절반 넘게 명품족이란 통계에 접한다. 이러한데는 TV 속에 비추이는 연예인들 흉내를 내는 측면이 다분하다. 연예인들은 불과 한 세대 전만해도 공인이나 유명인사측에 속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통있는 집안에서는 그 길로 나아감에 거부감을 일으켰다. 공인이란 게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이바지한 사람이 아닌가. 지나치다. 지나친 것은 못 미치는 것과 같다. 즉,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필자는 정형화된 수필보다는 비평수필을 즐겨 쓰는 편이다. 이러한 명품족을 빗대 작년 9월 창작하고 금년 4월 문학지에 발표한 후 회원 수 10만 명이 넘는 포럼에 기고한 적이 있다. 그런데 '명품족' 이란 제하의 수필을 유명 포털싸이트 토론마당에서 3주 전에 찬반 논쟁이 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동의를 구함은 없었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이웃 일본은 이러한 명품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가끔 논란이다. 어떤 싸이트에서는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필자의 일부 기고문을 유료로 판매하는 실정임에도 일일이 규제할 수 없는 노릇에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러나 졸작을 놓고 토론까지 한다는 데에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바이기에 원문 그대로 싣는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생계형 범죄가 들끓고 있는 작금에, 전국의 독자들과 네티즌 여러분도 다시금 고민하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그러면서 명품족보다는 고관대작이나 재벌가 가족이 철책선을 지켰다는 뉴스를 접하는 '명품가(名品家)' 가 탄생하는 사회를 기대한다.

 명품족/정종암 수필가 - 우리나라가 찌들게 가난했던 시절을 벗어나서는 물질의 풍요 속에 살고 있다. 어쩌면 모든 물질이 넘치는지 모른다. 며칠 사이에 그 '명품족' 논란이 뜨겁다. 어느 케이블방송 프로에 24세의 젊은 여성이 당일 출연한 몸에 걸친 옷의 값이 4억이라고 떠들어댔다. 몸에 휘두른 의류의 치장이 4억. 이에 네티즌의 비난이 일어나자 도리어 그녀는 조롱까지 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경악을 넘어 분노로 변함과 동시에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라고 일갈했다. 이제는 국세청장이 나섰다. 그러자 그녀는 방송국 대본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라고 응수하고 일본으로 훌쩍 떠났다.
 이제는 그녀의 지인이 나섰다. 그녀의 행각은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정황을 살펴보건대, 그녀는 부모의 세무조사가 무서운 나머지 방송국에 책임을 떠 넘기는 것 같다. 물론 그 방송국에서는 대본을 그대로 읽게끔 한 적이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잖아도 MB는 지난 8.15해방 65주년 경축사에서 '공정사회 구현' 이란 기치를 내걸었다. 처음에는 국민들이 외교적 수사에 불과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8.8개각에서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2명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MB 자신이 공정이라는 기치 아래 삶을 영위하지 않았다는 대체적인 시각이기에 잘 지켜질 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 이란 용어 자체가 새삼스럽지 않고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젊은 그녀는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아도 꺼림칙할 것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녀가 명품에 중독되어 있음이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 케이블방송도 기름에 불을 당긴 셈이다. 어쩌면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 다분한데도 방송사의 '노이즈-마케팅' 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서울하고도 강남이나 부유한 동네의 지인을 만나면 구역질나게 그러한 꼴을 가끔 본다. 작년 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몇년 간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40대 후반의 몇몇 여성이 있다. 이 중에서 한 여성은 지인과의 돈독한 관계로 가끔 만난다. 이 여성을 만나면 유명 연예인이 다니는 커피숍과 음식점에서 주로 만나게 된다. 몸에 명품을 걸치고 외제차로 맞이하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어느 여성의 가방을 보고는 귀속말로 "저것은 짝퉁(?)이다." 고 하지 않는가? 내 눈에는 짝퉁인지 진짜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구분이 쉽게 되는 모양이었다. 그 거침없는 표현에 할 말을 잃었다. 명품에는 관심조차 없는 나로서는 명품인지, 짝퉁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대화 중에 "나도 값비싼 양복과 그 정도의 소품이 있다. 이게 명품 아닌가?" 에, 단번에 "그건 명품이 아니다." 고 했다.
 이들의 생철학은 너무나 큰 괴리현상을 일으킨다. 머리는 비어있고 돈만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고도화된 산업화사회인 우리나라에서는 세상의 모든 잣대를 돈이 많고 적음에 따른 기준을 두는 경우가 많기에 심한 모멸감을 느낄 때도 없잖아 있다.

 나의 신사풍에는 대체적으로 중간 정도의 옷과 소품이다. 그것도 40대가 지날 시점부터이다. 그 이전 나이로야 젊음과 체구가 받쳐주기에 그렇게 고급의류가 필요 없었던 것이고, 체형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궁색해 보이지 않는 면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쉰이 가까울 무렵부터는 100만원이 넘는 양복도 몇 벌 있다. 명품급 대부분은 선물로 받은 것으로 어쩔 수 없는 모임에 나가기 위한 자구책이지만 달갑지 않는 게 사실이다.
 아끼는 구두가 낡아 깔창을 덧대 신는 나로서도 스스로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캐주얼복도 나이가 들면서부터 좀 값이 나가는 옷을 입으라고 가족들로부터 권유를 받는다. "나는 옷걸이가 좋기에 괜찮다." 고 응수하지만, 이 사회는 그렇지 않다는 성화에 이길 수가 없다. 내 수준에서는 그 값비싼 양복도 이 여성은 명품에 속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양복도 빛이 나기에 웬만한 자리에는 위화감을 줄 수 있기에 특별한 모임이 아니면 입기를 주저한다. 글쎄. 명품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다.

 혼인의 자유, 성적결정권의 자유 등이 있기에 사생활까지는 탓할 수 없지만, 명품족이라고 낙인이 찍힌 그 젊고도 '황당한 여자의 반란' 에 덩달아 춤을 출 필요는 없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도덕불감증이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고도성장의 한편에서 '풍요 속 빈곤' 에 허덕이고 있다. 실질적인 실업자가 400만명, 비정규직 근로자가 800만명이나 된다는 어느 통계에 접한다.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이라고 하지만, 노숙자가 들끓고 소위 말하는 쪽방촌의 삶도 부지기수인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굶주리는 이들이 많은 터에 분노를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그 4억이란 돈은 이들에게 그림 속 떡이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중년인 나에게도 고민을 안길 때가 많다. 지식이든, 물질적이든 덜 가진 자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는 아량이 있는 사회를 꿈꾸는 내가 너무 세상을 잘못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나친 명품만이 자신의 신분상승이라도 되는 듯 날뛰는 풍토가 없어지고 함께하며 베푸는 사회이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