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수 십 억년 세월 속, 풍세우마로 만들어진 자연의 걸 작품들...
 독도 전망대의 역사적 가치를 생각하며 다시 ‘쌍둥이할배’ 성인봉관광버스에 올랐습니다. 울릉도 서면에 있는 거북바위, 사자바위, 국수바위를 경유 송추바위, 코끼리바위와 하늘이 내린 부유한 곳이란 뜻을 지닌 천부(天府), 나리분지 등을 관람하기 위함입니다. 관광버스는 울릉도일주 도로를 따라 갑니다. 일주도로는 온통 바위투성인 해안을 따라 개설되었고 최근에 암산을 뚫어 울릉도 유일의 터널을 개통했습니다. ‘통구미터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1차선이라 신호등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 통과 할 수 있습니다. ‘통구미(通龜尾’), 거북이꼬리를 통과 한다는 뜻을 가진 짧은 터널을 빠져 나옵니다. 검푸른 파도가 밀려오는 해안에, 아기거북이를 등에 짊어지고 바다로 기어가는 커다란 형상의 거북바위가 있습니다. 장수와 다산을 상징하는 거북바위를 관람하고 얼마간 달려가니 사자형상의 바위가 나옵니다.
  사자바위 앞에 선, ‘쌍둥이할배’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여러분이 방금 보신 것은 거북바위였고,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것은 사자바위입니다.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고자 사자후(獅子吼)를 토하며 포호하는 백수(百獸)의 제왕 사자, 그 사자 바위입니다. 이곳 울릉도는 사자에 관한 이야기 하나가 전해 옵니다. 까마득한 아득한 옛날, 신라시대 이야기입니다. 울릉도를 신라에 복속시켰다는 이사부(異斯夫)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장군 이사부는 내물왕의 4대손으로 거칠부와 함께 진흥왕을 도와 영토 확장에 큰 공을 세웠고 합니다. 
512년에 지금의 강릉인 하슬라주의 군주로 있을 때 지금의 울릉도인 우산국을 정벌할 것을 계획했는데, 그는 그 때 이곳 사람들이 어리석고 사나워서 위세로 항복받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계교를 써서 복속시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나무로 사자를 많이 만들어 전투용 배에 나누어 싣고 이곳 해안에 와서 거짓말로 말하기를 ‘너희들이 만일 항복하지 않으면 이 맹수를 놓아 밟아 죽이게 하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두려워 곧 항복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때의 사자 모습이 이 바위를 닮았다는 것입니다.”
 이사부 장군의 일화가 생각나는 사자바위를 구경하고 얼마간 달려가니 산안에 국수가 주렁주렁 매달릴 형상의 바위가 보입니다. 그러자 ‘쌍둥이할배’는 “오른 쪽 산에 걸린 암벽을 보세요. ‛국수바위’라고 합니다. 국수를 한 젓가락 들어 올린 모양의 ‘주상절리’로 된 바위입니다. 또 이 바위가 있는 산을 비파산(琵琶山)이라고도 합니다. 갈라진 암석 모양이 비파를 닮았다는 것입니다. 비파산이라는 이름에는 전해 내려오는 전설도 있습니다. ‘옛날 우산국의 왕비 풍미녀가 딸 하나를 남기고 죽었습니다. 그러자 우해왕은 사랑하는 왕비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대마도에서 데러온 열 두 시녀에게 매일 비파를 뜯게하고 백일 동안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파산이라고 부르고 있답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모습이 정말 신기합니다. 국수바위라고 생각하면 국수로 보이고, 비파라고 생각하면 비파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이는 이유는 육각형 기둥인 주상절리(柱狀切離) 때문입니다.

 주상절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수십억 년 전 화산 폭발로 뜨거운 용암이 찬 공기나 물을 만나 빠르게 식을 때 용암이 수축하게 됩니다. 그러면 암석의 표면이 마른 논바닥 같이 갈라집니다. 이때 일정한 방향으로 갈라져서 갈라진 틈새들이 길게 연장되면서 각진 돌기둥을 만들게 됩니다. 이 돌 틈들이 수직기둥 모양으로 보이므로 주상절리라고 합니다. 옆으로 누워 있으면, 수평절리 또는 와상절리(臥狀切離)라고 합니다.
 용암의 주상절리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국수바위를 지나자 예리한 송곳하나가 우뚝 선 뜻한 모양새를 한 송추산이 나옵니다. 송추산은 검은 색 현무암과 조면암, 수성암 등이 한 덩어리가 뭉쳐져서 뾰족하게 솟아난 산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표면에는 파릇파릇한 수목과 화초들로 덥혀있고, 신기하게도 수량도 많고, 맑고 깨끗한 샘물이 산중턱에서 분출되어 흘러나옵니다.
 감로수, 넥타와 같은 약성이 좋다는 약수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뜸에 끼어 비치된 표주박으로 입을 가시고 벌컥벌컥 한 바지 받아 마셔 봅니다. 청량감으로 피로가 말끔히 씻기는 듯합니다. 샘물 앞에는 이 세상 모든 생명체를 고통스런 질병으로 구하여 준다는 커다란 약사여래불좌상이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또, 송추산 앞 바다 가운데는 코끼리를 닮은 거대한 코끼리 바위가 코를 바다에 박고 서 있습니다. ‘쌍둥이할배’의 말에 의하면 이 코끼리가 맑고 깨끗한 코발트블루 바닷물과 함께 오징어도 함께 빨아 마시고 있는지 지금은 울릉도에도 오징어가 많이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유야 어떻든 이런 형상의 아름다운 비경들... 수 십 억년 세월 속 바람에 씻기고 비에 깎이고 깎인, 풍세우마(風洗雨磨)로 만들어진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걸 작품들 아니겠습니까? 향기롭고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