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태웅 취재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에서 비롯된 ‘건국절’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박 대통령의 건국 강조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의 반격과 야당의 방어가 오가면서 건국절에 대한 논란이 심화된 것이다.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 논란이 된 것은 2006년 이영훈 교수가 동아일보에 기고한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글로 인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어 2008년 이명박 정부가 8월 15일을 ‘건국 60주년’으로 명명하면서 또 다시 거센 논란이 일었으나 독립유공자 단체 등의 반발로 사그라든적 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거 왕조가 아닌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이 새로 탄생한 시점이 진정한 건국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날 서울 중앙청 앞에 태극기가 게양되며 미군정이 종료되며 국제법적으로도 독립한 날이기에 1948년 8월 15 건국절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박하는 측은 건국절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다는 헌법을 훼손하는 것이라 말한다.
헌법 전문에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기에 1948년 8월 15일은 나라를 세운 것이 아닌 정부를 수립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제 강점기 기간 중 실질적으로 국가를 운영하지 못한 임시정부는 선언적·상징적 정부로 봐야 한다는 입장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이 처럼 건국절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정부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고 있다.
8월 15일 뿐 아니라 고조선을 세운 10월 3일 개천절, 3.1운동과 기미독립선언이 있었던 1919년 3월 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통합 창립된 1919년 4월 13일 등의 날을 지지하는 쪽도 있다.
분단 이전 역사가 같은 북한은 1948년 9월 9일을 건국일인 ‘공화국 창건일’로 정하고 기념하는데, 우리나라가 분단 이전을 건국일로 지정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 말도, 저 말도 다 맞는 말 같고 대부분의 나라에 있는 건국일이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없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10여년 째 싸움만하고 있으니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땅을 칠 일이다.
우리나라가 식민지배와 분단을 겪은 아픈 역사가 있는 만큼 건국일 확실히 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으나, 날짜보다는 ‘건국절’을 통해 국민들이 나라사랑 마음으로 뭉칠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싶다.
3월 1일이든 8월 15일이든 모두 우리의 역사이니 국민투표를 통해서라도 하루 빨리 건국일을 정해 기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